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올더스 헉슬리 저/이덕형 역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Interpark의 도서판매 페이지를 클릭하고, 그 동안에 보고 싶었던 SF 소설들을 차곡차곡 정리한 장바구니를 다시 클릭했다.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읽은 이후에 생긴 나의 갑작스런 SF소설 붐?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핸드폰으로 결재를 하자, 당일 배송으로 6권의 책이 목요일 오후에 배달되었다. (종종 나는 이렇게 책을 테마로 묶어서 사곤 한다. 작가 혹은 테마별로) 주문을 하고 책을 받을 때 마다 나는 과학의 발전으로 편리하게 변하는 세상에 감탄하곤 한다.
알콜의 개운치 않은 (어쩌면 원시적인 형태의 '소마'일 지도 모르는) 뒷끝에서 벗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비록 어제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도, 나는 맹장수술의 영향을 최대한 핑계로 삼을 수는 있었기 때문에 괴로운 상황은 벗어날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을 맞이한 것은 참으로 오랫만 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조용한 상태에서 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자유를 맞이했다.
본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이 책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포드 사후 몇백년의 시간이 흐른 이후(여기서 포드는 포드 자동차의 회장으로 대량생산방식을 채용한 기업인), 모든 인간이 인공수정되어 배양되는 시대로부터 시작된다. 이른바 이 시대에는 여성의 임신은 일절 금지되고, 사람들은 인공수정 및 배양되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 계급으로 나눠져 알파, 베타는 지배적 계급으로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 계급은 노동 계급으로 태아때부터 여러가지 시술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서 수면암시라든지 신파블로프 충격요법을 통해서 각 계급의 성향을 조정하는 사회이다. 또한 이 시대에는 '소마'라고 하는 약이 지급되어 사람들에게 술과 종교의 효과를 내게끔 되어 있다. 인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여성의 임신, 일반적인 가족관계를 없으며, 결혼의 제도도 사라지게 된다. 각 남녀는 자유롭게 섹스를 위한 상대방을 찾을 수 있는 등, 성적 자유가 주어진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성적방탕함은 인간의 행복추구라는 미명하에 장려되고 있는 것이다.
1932년에 출간된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올더스 헉슬리의 미래에 대한 묘사는, 특히 유전공학에 대한 부분은 현대의 변화양상과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시험관 아기라든지 동물복제와 같은 일들을 꺼리낌없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그의 소설속 사회가 보다 더 극단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저자가 묘사한 이 시대에는 흔히 말하는 인간의 고통은 없으며 오직 행복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고통의 고뇌에서 벗어나 세뇌된 자아관과 소마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이러한 상황을 서술한 것이지만, 사실상 이 제목은 역설에 가깝다. 헉슬리가 보여주는 미래상은 사실상 유토피아라기 보다는 디스토피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학의 발전에 의해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을 상실했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과연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은 어떤 것인가?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을 상실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행복을 추구해야 되는가. 아니면 행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을 상실하지 말아야 되는가. 아마도 후자라고 답을 해야 될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는 역설적인 '멋진 신세계'를 문명의 변방, 야만에서 온 존에게 보여주며, 그의 말을 빌려 이러한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이 상실된 문명을 비판함으로써 우리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도 나는 본서가 의미있는 책으로 한번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진다.
200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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