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황 : 실크로드의 관문
저자: 전인초
출판사: 살림출판사
출판일: 2006년 06월
한국의 회사를 다니다가 올해 Spore의 Major 에 들어간 친구가 한국에 출장을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중국출장에서 돌아온 그 날 저녁, 피곤하지만 나는 약속장소로 갔다. 전철 안이라든지 혹은 버스라든지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서있다가 앉아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 성격 상, 약속시간은 다소 늦더라도 서점에 잠깐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가방을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한 손에 들어오는 가벼운 책을 원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가끔 샀던 책이 살림지식총서였다.
100페이지가 되지 않는 적은 분량에 내가 관심있는 부분에 대해서 적지 않게 흥미를 더해주는 입문서의 역할을 하고는 했다. 적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그다지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날 저녁에도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돈황'이라는 그 제목이었다.
Silkload 혹은 絲綢之路로 불리우는 중앙아시아의 비단길의 시작, 돈황.. 그리고 우리에게는 新羅僧 '혜초'가 지었다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가 발견된 돈황의 막고굴. 이러한 이미지들은 나에게 왠지 돈황은 무엇인가 신비로운 기운을 가진 지역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중앙아시아 유물들 (일본 오타니탐험대가 중앙아시아를 탐험하면서 수집해온 것을 한국에 남겨놓으면서 지금까지 남아있음), 그것들은 나에게 '돈황'의 이미지를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돈황을 직접 가보아야만 그 역사적인 가치를 더욱 느낀다고 처음 언급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이야기를 듣고나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직접 보고 느낀 것에는 휠씬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 매 학기마다 답사를 가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 때 조교인 선배는 이렇게 말했었다. '정확하게 안다는 것이 뭔지 아니? 사람들은 정말 안다고 말하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마도 자신들이 쓰는 말들을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피상적으로 사용할 지도 몰라. 하지만 안다는 것, 안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로는 들은 적이 있다. 본 적이 있다. 읽은 적이 있다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았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전적으로 그 선배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하지만 돈황을 간다는 것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이라면 역시 책이 아닐까. 어쨌든 이 책은 돈황에 대해서 개설적인 설명을 하는 책으로, 돈황의 역사, 예술, 막고굴, 그리고 세상을 놀라게 한 장경동의 수많은 서적들, 마지막으로 20세기 초에 일어났던 스타인과 펠리오의 약탈... 까지... 본서는 짧은 분량의 이 책에서 돈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적절하게 사진과 지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돈황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돈황으로의 저렴하면서 가치높은 여행을 하고 싶다면,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짧은 분량에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200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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