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스타십 트루퍼스

soocut28 2025. 2. 24. 14:51

스타십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로버트 하인라인 저/강수백 역

행복한책읽기 | 2005년 09월

 

군대를 제대한 그 해에 개봉된 영화 중에서 '스타십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이 있었다. 폴 베호벤이 감독한 그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오락영화였고, 오랜만에 보는 SF 영화는 나의 흥미를 끄는 데는 충분했다. 나는 적어도 그 영화를 즐겼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떨어지는 영화라도 즐거움을 준다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어쨌든.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나는 스타십 트루퍼스가 SF소설의 거장인 로버트 하인라인에 의해서 1959년 발표된 장편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글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대담한 전쟁긍정론과 우익적 프로파간다' ..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은 대개는 내용이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SF소설의 경우 영화의 시각적 특성으로 인해서 그 내용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로 인해 변질될 수 있다.

물론,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에서 확실히 원작보다도 더 정교하고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블레이드 런너'라든지 '토탈리콜'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어쨌든 대담한 전쟁긍정론과 우익적 프로파간다, 그 말에 무척이나 흥미가 생겼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98년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Starcraft)'가 무척이나 영화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본서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SF소설이 단순히 흥미본위로 할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진다면, 본서는 많이 무거운 편이다. 사실 영화의 내용과 본서는 커다란 스토리라인의 동일성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평가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한 편이다. 고등학교 졸업생인 조니 리코가 우연히 친구를 따라 지구연방군에 입대하고, 이후 힘든 훈련을 거쳐 기동보병이 되며 후일 사관후보생으로 변신, 장교가 되어 자신의 소대를 이끌고 외계인과 싸운다는 것이다. 저자가 해군장교로 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일지는 몰라도, 훈련소에서의 힘든 훈련이라든지 혹은 전투에서의 긴박함 등은 매우 자세하고 생동감있게 묘사되어 있고, 이것은 본서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어쨌든 그런 스토리의 즐거움은 차지하고, 나는 '전쟁긍정론과 우익적 프로파간다'의 평은 어디서 나올까 주의깊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그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한 악역전문 배우이다.)가 연기한 뒤보아 선생이 영화 속에서는 별볼일 없는 존재였다면, 본서에서 그의 역할은 주인공 조니의 회상을 통해서 묘사되고, 작가 자신의 생각이 뒤보아 선생의 말로 대변되면서 거침없이 '권력'과 '책임', '시민권'의 문제 그리고 그와 연결된 엘리트주의, 폭력의 정당성(교육 혹은 처벌에 있어서), 마르크스 주의의 비판(그 시기에서는 응당 이해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인간본성에 대해서 성악설의 의견을 견지했던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엄격한 처벌(그것이 폭력을 수반하는 것이라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닐까. 또 그는 말한다. 개인보다는 보다 넓은 확장된 개념을 우선해야된다고 그리고 그것은 결론적으로 국가라고. 그리고 이러한 국가는 대가없이 주어지는 '권리'가 아닌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그것을 정당하게 획득한 자들이 운영해야되고 (그것은 시민권이라는 형태로 주어진다.) 그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나에게 있어서 하인라인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이 소설을 읽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이러한 논란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Military SF의 시초이고, 또한 작가의 생각과는 별도로 독자 스스로 잊고 있던 이러한 문제들을 생각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빠뜨릴 수 없는 한 가지, 즉 하인라인이 제시했던 '강화복 (Powered Suit)'의 개념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강화복 개념은 차후 수많은 분야, 즉 군사병기, 애니메이션, 소설, 만화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200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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