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딕 저/유영일 역 | 집사재 | 2002년 06월
어린 시절,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SF소설 들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책들을 늦은 밤까지 보면서 많은 상상들을 했던 것 같다. 그때는 아직 세상이 아날로그的이었고, 나의 빈곤한 상상력으로는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지 조차 잘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상상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SF소설은 그다지 나의 선택의 대상이 되질 못했고, 마음 속에서는 SF소설에 대해서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선입견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근래에 나는 SF소설이 가지는 선구적인 미래관과 가치를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다. 흥미가 생기다보니, 근래에 SF소설에 더 많이 손이 가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들도 읽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립 K. 딕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그는 생전에 그다지 운이 좋았던 작가는 아니었다. 순전히 생계를 위해서 무수한 작품을 썼었고, 어느 때는 각성제를 복용하면서 하루 60페이지를 써내려갔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일반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해(1982년)에 개봉된 '블레이드 런너'를 통해서 였다고 한다. 조금은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인상깊었던 영화는 '블레이드 런너'와 '토탈리콜'였는데 그 영화의 원작자가 필립 K. 딕이라는 것을 나는 최근에 알았다. 어쨌든 필립 K. 딕의 단편 혹은 장편 중에서 영화화가 된 것들이 꽤 있는데, 최근에 개봉되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본서는 필립 K. 딕의 SF단편집으로 그 안에는 '아무도 못말리는 M',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두번째 변종', '죽은자가 무슨 말을', '매혹적인 시장', 오르페우스의 실수'이다. 이중에서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은 아놀드 슈왈츠제너거의 '토탈리콜'의 원작이 된 단편이다. 필립 K. 딕의 단편들은 매우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로봇, 기억이식, 시간여행, 냉동인간 등이 그것이다. g하지만 그의 작품은 이러한 테마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구려 SF활극으로 흐르진 않는다. 그의 단편들은 인간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한 심도깊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필립 K. 딕, 그의 또다른 장편과 단편을 기대하게 된다.
20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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