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의 아이들
Children of Other Worlds
저자: 제레미 시브룩
역자: 김윤창
출판사: 산눈
출판일: 2007년 10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커다란 부조리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약탈하며 폭력을 가하는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 말이다. 사실 나 자신 조차 어쩌면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런 부조리한 세상에 순응하면서 말로만 떠들고 다닐 지도 모른다. 혹은 비겁하게 무관심을 가장하여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갈 지도 모른다.
사실 착취와 폭력은 시간이 지나가고 소위 문명이 더욱 발전할 수록 교활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친근한 모습으로 혹은 정신없이 우리의 오감을 건드리는 광고미디어에 의해서 순식간에 중독될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실제로 지금 그렇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든.
착취와 폭력이 가장 야만적인 행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마도 저개발국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어린이 노동'일 것이다. 본서는 주로 남아시아, 그중에서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의 사례를 산업혁명기 영국의 '어린이 노동'과 대비하여 비교하고, 또한 서구에서 논의되는 어린이 노동에 대한 시선이 얼마나 허무하고 가식적인 것인지를 지적하고 있다.
즉, 그것은 지금의 저개발국가에서 이루어지는 '어린이 노동'이 1세기 반 전의 영국에서의 '어린이 노동'와 같은 양상을 띄고 있는데, 노예 그리고 '어린이 노동'과 같은 약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 서구의 자본축척과 발전을 지금의 저개발국가들이 그대로 모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편으로 서구에서 주장되는 '어린이 노동'의 금지와 반대가, 그리고 서구에서 정립된 유년기의 문화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저개발국가에 기계적으로 이식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의문, 또한, 즉 세계화를 통한 부의 끊임없는 증대와 저개발국가의 발전이 과연 지금의 저개발국가의 비참한 '어린이 노동'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의심이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지금 우리가 눈여겨 봐야 될 것은 착취수준의 임금을 받고 위험한 일에 종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말이다. 가족의 생존문제와 직결된 '어린이 노동'을 서구적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더욱 비참한 상황을 만들 뿐이다. 아이들에게 적절한 일거리가 주어지고, 또한 적정한 임금이 주어져야 되며, 고용주들의 의식전환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하는 가운데 교육의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 말한다.
가장 부끄러웠던 것은 물론 나에게 감염된 사회적 무관심과 무의식이었다 치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이식되고 규정화된 서구적 이미지에 대한 환상과 오해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또 나에게는 지금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책 제목처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없이 동등하게 우리가 바라보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강렬해져갔다.
그리고 나는 책에서 이야기한 질문에 대해서 깊게 오래동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의 풍요는 무엇을 밟고 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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