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전쟁
The Forever War
조 홀드먼 저/김상훈 역
행복한책읽기 | 2005년 11월
17대 대통령 선거일, 임시 휴일인 오늘 나는 일요일의 기분을 느끼면서 점심이 다 된 시간에 일어났다. 오랫만에 늦잠을 잔 것은 어제 집에 새벽4시가 휠씬 넘어서 집에 왔기 때문이다. 우연히 발견한 빌딩 지하에 있는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에서 소주를 나누어 마시고, 맥주 한 잔하고 집에 오니 시간이 12시가 휠씬 넘었다. 원래 같았다면 바로 잠자리에 들었겠지만,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다가 반가운 문자메시지를 받고서 바로 택시를 타고 술을 마셨던 것이다.
사실 술이라고 해야 막걸리 한 두사발을 마신 정도였지만, 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누군가와 단둘이서 술을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새벽 4시까지 여는 그 술집은 나름대로 분위기가 괜찮았고... 무엇보다도 나와 이야기를 하는 그 사람과 있는 것이 기분 좋았다. 늦은 시간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늦게까지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이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자주 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계속 기억에 남는 날이 되지 않을까.그렇게 나는 기분좋게 집에 와서, 한가롭게 늦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읽고 있었던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영원한 전쟁은 근래에 읽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와 같이 Military SF 장르로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작가인 조 홀드먼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다시 징집되어 전투공병으로 참전하였다가 온몸에 백여개의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고서 제대를 한 참전용사 출신이다. 이 후 그는 SF소설을 발표하였고, 그 걸작이 '영원한 전쟁'이다.
영원한 전쟁의 줄거리는 인류가 블랙홀의 일종인 콜랩서를 발견하여 초광속 항법을 발견한 시대에, 토오란이라는 외계종족과 조우하면서 기나긴 전쟁에 들어가는 시대부터 시작된다. 토오란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지구는 UNEF라는 일종의 군대를 조직하고, 여기에 강인한 체력과 지성을 가진 엘리트들을 차출하게 된다. 그 중에는 '윌리엄 만델라'가 있었다. 초광속으로 이동하는 동안, 상대성 이론의 시간팽창 효과로 우주선을 타고 있는 병사들은 나이를 거의 먹지 않지만, 시간은 몇세기나 지나가버린다.
저자가 경험한 베트남 전쟁 뿐만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고도의 폭력적 상황이 어떻게 우리들 자신을 유리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영원한 전쟁'은 SF소설의 모습으로 그것을 잘 드러내고 있다. 초광속 항법으로 병사들은 시공간적으로 자신이 살던 시대, 가족, 문화 그리고 사회와 분리된다. 그들이 돌아간 사회는 이미 그들이 알고 있고 살았던 곳이 아니며, 그들 자신도 변화해버린 것이다. 몇십세기의 시간이 지나가면서, 변하는 지구의 사회상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한 로버트 하인라인이 제시한 Powered Suit의 개념이 조 홀드먼의 소설에서 그대로 차용되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영원할 것 같았던 전쟁이 끝나면서... 토오란과의 전쟁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오해로 일어났다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전쟁이란 무의미하고 결국은 허무한 것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영원한 전쟁'은 베트남전의 암울한 상황로 인해서 정식출간을 18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었고, 그 내용도 여러 차례 혼돈스러운 과정을 거쳐서 바꿔졌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영원한 전쟁은 저자가 완전판으로 정리를 해서 출간된 것으로 여러모로 기준에 출간된 책과는 차이가 있다.
SF소설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는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200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