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의 품격 : 마법 같은 유혹과 위로, 25가지 술과 영화 이야기
저: 임범
출판사: 씨네21
출판일: 2010년 04월
내 인생에서 지금처럼 술을 자주 마셨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에는 일주일에 적어도 3-4일은 술을 마신다. 거의 대부분은 내가 석유업계에 들어온 이후에 만난 사람들이다. 아주 가끔 고등학교 혹은 대학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도 보지만 서로가 바쁘다. 만난다고 하더라도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 저마다 다르고 관심도 틀리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이전에 텔레비젼 예능에서 한 코미디언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 친구를 만나면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똑같이 웃더라고요.' 라고.
임범은 스스로 그 많은 술들을 마시면서도 유래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놀랐다고 말한다. 하긴 나도 스카치 위스키 종류 정도만 아는 편이니 말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같았다. 소개된 영화 중에는 내가 이전에 봤던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하지만 딱딱하게 술 이야기만 나왔다면 지루했을 내용은 이런 영화 이야기와 어울려지니 편안하게 다가왔다. 얼마 전에 읽은 '마케팅 컨버전스'처럼 컨버전스는 이제 대세인가 보다.
영화와 술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엮어서 하기에는 내 글 솜씨도 안좋고, 기왕이면 책에서 소개된 술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소개코자 한다. 독주를 뜻하는 스피릿 spirit은 알콜 도수 35도 이상에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증류주를 말한다. 곡류 혹은 과일 따위를 발효 시켜 다시 증류해 순도가 높다. 위스키, 브래딘, 럼, 진, 보드카, 데킬라, 고량주들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각 술들을 소개한 본문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글을 마친 후 하드볼 한 잔 마셔야 겠다.
(1) 럼
먼저 럼을 소개하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카리브해 바베이도스섬이다. 싸구려 술로 유명해서 그 별명이 '킬 데블'이었다고 한다. 럼의 어원이라는 'rumbullion'은 소동, 난동을 뜻한다. 럼은 당밀에 물과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뒤 증류해서 만든다. 색이 짙고 향이 강한 다크럼과 무색에 향도 약한 라이트럼, 둘의 중간인 골드럼으로 구분된다. 통상 다크럼은 발효를 천천히 시키고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나 라이트럼은 발효를 빨리 시키고 연식 증류기를 사용한다. 라이트럼은 칵테일 베이스로 다크럼은 스트레이트로 주로 마신다.
(2) 보드카 **
보드카는 위스키, 럼과 달리 증류과정을 여러 번 거쳐 알콜 농도를 95% 이상으로 만든 다음에 물을 섞어서 원하는 도수를 만든다. 따라서 메탄올 찌꺼기와 같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대신 위스키나 럼과 같은 특유의 향도 없다. 유명 브랜드는 1860년대에 모스크바에서 설립된 스미노프로 현재는 2006년 '디아지오'라는 주류회사와 합병했다. 앱솔루트 보드카는 1879년 설립된 뒤 스웨덴 정부에서 국유화 후 운영하다가 2008년 페르노리카에 매각됐다.
(3) 데킬라 ******
임범은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테킬라는 위험하다. 테킬라가 주는 취기는 꼬장이나 객기와 조금 달리 뭔가를 능동적으로 하고 싶게 만든다. 누군가가 그랬다. 창조에 수반되는게 기쁨이고, 쾌락은 소비할 때 생기며, 이 둘이 섞인 게 관능이라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테킬라는 관능적이다." 개인적으로 100% 동감하는 말이다. 테킬라는 안주없는 가운데 스트레이트 샷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위스키나 브랜디에 비해 테킬라는 숙성기간이 짧다. 엑스트라 아네호라는 2006년에 추가된 최상품이 3년, 증류 뒤 바로 마시는 블랑코, 두 달 숙성시키는 레포사도, 1년 숙성하는 아네호가 있다. 테킬라는 아가베(용설란)을 원료로 하는데 아가베 뿌리에 사는 '구사노'라는 벌레를 훈연해서 넣기도 했다. 수년 전부터는 제조규정에서 못넣게 되어 있다. 테킬라는 100% 블루 아가베로 만든 'Tequila 100% de agave' 혹은 'Tequila 100% puro de agave'로 표기되며 블루 아가베 51% 이상에 설탕, 캐러멜, 색소, 오크통 향을 내는 글리세린 향료 등을 첨가해 만든 '테킬라 믹스토'가 있다.
(4) 압셍트
압셍트는 한번 증류한 알콜에 쑥으 한 종류인 웜우드와 아니스, 페넬 등의 허브를 담근 뒤 한번 더 증류한 스피릿이다. 알콜 도수는 50 ~ 75도로 압셍트를 따른 잔 위에 압생트용 스폰을 놓고 설탕을 얹은 뒤, 그 위에 찬물을 따라 설탕 녹인 물로 희석시켜 마신다. 19세기 중반 포도나무 해충인 '필록세라'의 만연으로 와인과 브랜디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인기를 얻었다.
(5) 칼바도스
칼바도스는 과일주를 증류한 술, 브랜디 가운데서도 사과술을 증류한 것이다. 19세기 생산량이 증가하다가, 필록세라 피해로 브랜디 생산이 줄어 대체재로 인기를 얻었다. 칼바도스 가운데 '칼바도스 페이도쥬 Calvados Pays d'Auge'로 표기되면 두 번 증류하여 맛이 풍부하다.
(6) 스카치 위스키 ******
영국 스카치 위스키법이 정하는 스카치 위스키는 몰트를 기본 재료로 다른 곡물을 첨가할 수 있고 스코트랜드 증류소에서 증류한 원액을 오크통에 담아 스코트랜드 안에서 3년 이상 숙성해야 된다. 스카치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에 밀, 호밀 따위의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 한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만을 원료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그리고 여러 증류소의 몰트를 섞은 퓨어몰트 위스키로 나뉜다.
a) 조니 워커: 존 워커가 1865년 '워커스 올드 하이랜드'로 시작해서 그 손자인 알렉산터 워커 2세가 '조니 워커'라는 이름으로 1909년 출시했다. 1986년 기네스에 합병, 디아지오를 만들면서 여기에 속하게 되었다.
b) 발렌타인: 1869년 조지 발렌타인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개발해 판매했다. 2005년 페르노리카에 매각되었다.
c) 맥켈란:1824년에 나온 유서 깊은 싱글몰트 위스키이다. 글렌피딕, 글렌리벳과 더불어 스카치 위스키 5대 생산지 중 하나인 스페이강 유역에서 탄생한 유명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위스키이다.
d) 클렌피딕: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위스키. 월리엄 그랜트가 1887년 첫 선을 보였다. 맥켈란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이다.
(7) 아메리칸 위스키 ***
a) 짐 빔: 짐 빔은 '와일드 터키', '잭 다니엘스' 따위와 함께 Americia's Native Spirits 이다. 버번은 옥수수 70% 이상을 함유한 주정을 증류한 위스키이다. 연방 규범에는 다음을 충족해야 버번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비번은 곡물로 만들되 옥수수가 51% 이상, 알콜 도수 80도 이하로 증류, 버번은 숯에 그을린 새 참나무통에서 숙성, 숙성을 위해 통에 담을 때 알콜 도수는 62.5도 이하, 2년 이상 숙성 시 '스트레이트 버번' 명칭 사용 가능, 숙성 기간 4년 이하는 라벨에 숙성기간 표기, 라벨에 숙성 기간 표기 경우 가장 덜 숙성된 위스키의 기간 표시.
b) 잭 다니엘스: 1875년 테네시주 무어카운티에서 만들어진 술. 천연 광천수를 이용하고 증류 이전 발효 단계에서 원료들을 묵혀 단맛을 줄인 뒤 증류액을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하는 특이한 제조과정을 가진다. 1956년 브라운-포맨이 인수했다.
(8) 아이리쉬 위스키, 제임슨
아이리쉬 위스키는 대다수가 몰트 위스키이지만 스카치는 대다수가 블렌디드 위스키이다. 몰트 위스키에 한정하면 스카치 위스키는 몰트만으로 만드는 데 반해 아이리시 위스키는 몰트에 발아하지 않은 그냥 보리를 섞는 경우가 많다. 또 아이리쉬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와 달리 토탄을 태운 연기로 몰트를 그을리는 과정이 없다. 따라서 훈연의 향이 없고 단맛이 강하다.
(9) 기타
보일러메이커 : 맥주 + 위스키의 폭탄주 칵테일
베르무트: 와인의 발효가 끝나기 전에 브랜디 같은 증류주나 증류 주정을 첨가해 알콜 도수를 높은 강화와인의 일종. 제조 과정에 계피, 마조람, 카모마일 같은 허브를 첨가해 만든다. 단맛의 정도에 따라 덜 단 것부터 드라이, 화이트, 레드(스위트)로 나누며 마티니는 주로 드라이 베르무트를 사용.
리큐르: 술에 허브나 과일 따위의 즙을 첨가한 것으로 오가피주, 복분자주 같은 것.
트리플섹: 오렌지를 섞은 리큐르, 유명한 것은 '쿠앵트로'인데 알콜 도수 40.
커피 리큐르: 커피 원액을 섞은 술, 유명한 것은 '깔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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