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soocut28 2025. 5. 11. 06:45

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History of Pirates

저: 한잉신,뤼팡

역: 김정자 

출판사: 베이직북스 

출판일: 2008년 06월

 

주말 동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라 봤다. 지금까지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했을까. 대부분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제목에 먼저 눈이 갔고 다음에 목차를 읽었던 것 같다. 어떤 때는 각종 매체에서 소개된 서평을 간략하게 읽고 난 다음에 일부러 책을 찾아보는 경우도 있었다. 해적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책 소개란을 읽고서 일부러 찾아본 책도 아니다. 계기는 이번에 서아프리카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200일 이상 억류된 후 풀려난 '삼호 드림'호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요란하게 각종 뉴스와 신문에서 보도되었지만 그 후에는 아예 사람들의 기억에 사라진 일.

석유제품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제품운송이다. 그리고 이에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 탱커선 Tanker이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석유 관련 일은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탱커 용선이라는 직업을 잠시나마 가졌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선박에 대해서 알았다는 것이 나에게 매우 소중하다. 그런데 제품 트레이딩 product trading을 하면서 간혹 나 자신을 놀라게 하는 당혹스러운 일은 탱커선이라는 운송수단이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그 안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망각한다는 것이다. 본질은 사람이 자기 시간과 땀을 흘리는 소중한 일터라는 사실. 그리고 그 경중은 모든 사람 사이에서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이다. 이번에 삼호 드림호 선원 석방이 아무런 인명피해없이 끝났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제목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시대로는 역사 기록이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시기부터 현대의 서아프리카 해적과 말라카해엽 해적까지 취급하지만 주로 15세 ~ 18세기 동안 카리브 해를 중심으로 한 해적에 대해서 자세히 다룬다. 지역적으로는 카리브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소개하지만 중심은 역시 카리브해다. 따라서 당연하게 주로 유럽 해적이 책의 주 내용을 차지한다.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은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양대 유럽식민제국에 의해 양분되었다. 이러한 신대륙에서의 대외무역을 통해서 특히 스페인은 최강대국 자리에 올라갔다. 기타 유럽제국 역시 이러한 대외무역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지만 강력한 해군력을 자랑하는 스페인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따라서 이들 각 제국들은 강력한 스페인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사략선 privateer, 즉 전시에 적선을 나포하는 면허를 가진 민간무장선을 적극 이용했다. 사략선을 활발하게 이용한 나라는 영국, 프랑스와 같은 스페인 적대국이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러한 사략선은 사실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았고 그후 해적선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스페인과 이들 신흥 식민제국과의 갈등에서 해적선은 스페인 세력의 견제를 위해서 중요하게 이용되었다고 생각된다. 해적들은 잔인했고 탐욕스러웠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혹은 모험을 위해 해적이 되기도 했고 해적의 포로가 되어 강제로 해적이 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적들은 식민제국에서 서구제국주의로 이행해가면서 점차 설 곳을 잃었다. 결국 카리브해의 자유로운 해적이라는 것도 서구 식민제국 간의 경쟁에서 파생된 시대의 산물이었다.

한편 미약하나마 중국과 일본의 해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불만족스럽다. 특히 아시아에서 미친 왜구의 막대한 피해를 생각한다면 자세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매우 아쉽다. 또, 현대 해적의 자세한 양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카리브해 해적에 대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이 여기에도 있었다면 책은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이 당신의 흥미를 끌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