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양의 탄생
저: 임승휘
출판사: 함께읽는책
출판일: 2009년 06월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후 2시 쯤이 되니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격렬하게 쳤다. 다음 주 중까지도 계속 비가 내릴 것 이라는 일기예보도 이미 들은 터이다. 오전부터 책 한권을 잡고서 쭉 읽어 내려갔다. 주말에는 그나마 집중력이 보기 보다는 높아지는 편이라서 그런지 책의 내용이 잘 들어 오고는 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이 무척이나 내 흥미를 끌었다. '식인양의 탄생' 흡사... 이전에 읽었던 '살인단백질 이야기'에서 다루었던 스크래피 (Scrape)같은 것들이 연상이 되었다고나 할까. 물론 목차를 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고, 한 Chapter의 제목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를 하는 현대의 우리가 생각하는 서구의 이미지라든지 역사가 사실은 잘 포장된 따름이며, 이러한 역사의 유럽중심주의를 벗어 나자 라는 내용이 장황하게 적혀 있었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문화로부터 동양을 소외시킴으로써 스스로의 힘과 정체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동양적 전제주의와 서구의 계몽군주 라는 구분 그리고 아시아적 생산양식과 서구 자본주의라는 대비구조를 통해서 유럽우월주의를 탄생시켰다. 또한 유럽은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통해서 현재의 역사성을 풍요롭게 하며 자신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근대국가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졌음에도 유럽은 그것을 세계의 빛바랜 신화와 대비시켜 유럽 문화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증표라고 과대포장하기에 이루렀다. 유럽은 승리를 거둔 후, 자신의 과거 뿐만 아니라 남의 과거까지도 통제했으며, 유럽 이전의 문명은 유럽 문명이 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일종의 前史가 되었다.
서양이 진보를 발명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후진성을 만들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유럽의 역사는인류의 역사가 되고, 비유럽은 아프리카와 그 밖의 야만인들이 묶여 '역사가 없는 사람들'이 되었고, 역사를 부정할 수 없는 중국, 인도, 이슬람 등은 정체된 동양이 되었다. 예를 들어 그리스인들이 '아시아의 야만인'이라는 이미지로 규정한 것은 타자와 구별 혹은 우월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스는 대의민주주의 전통에 따라 매우 자유롭지만, 아시아는 전제적이었으며,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는 이러한 동양에 대한 서양의 승리라는 유치한 구조는 비단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상 그 민주주의라는 전통의 내면에 존재하는 엄청난 괴리와 불합리함은 이야기 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노예와 가난한 자의 쇠외, 여성의 예속을 자양분으로 하는 환상에 불과하다.
아마도 크리스트교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환상에 정점을 찍는 듯 보인다. 사실 우리는 로마제국 시대의 크리스트교도에 대한 학살과 탄압이 이 종교가 살아 남은 이유로 이야기 된다. 하지만 실상 어떤 경우에도 크리스트교에 대한 로마 관리들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증거는 없다. 제국의 입장은 지극히 중립적 내지는 사무적이었다. 로마제국은 다신교 국가였고, 정복지의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는 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서 국교로 공인되는데 이는 황제권의 강화와 통치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교회가 지닌 현실적 능력과 가능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럽문명의 근간 이라고 생각 되는 그리스, 로마 문명에서 부터 현대의 냉정 시대까지 이 책이 아우르고 있는 그 역사의 길이는 무척이나 길었다. 한마디로 한 권의 책으로 서구문명사의 개략을 다 뒤집어서 보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였다. 오호라. 당장에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었다. 물론 책을 읽은 후의 평을 나름대로 하라고 누군가가 요청을 했다면, 기대가 컸으며, 따라서 무척이나 실망스럽기도 했다는 것이 맞다고 해야 겠다. 역시나 짧게 정리 된 각 장의 내용으로 깊이 있는 이해와 해설은 아마도 힘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이미 제기 되어 왔었던 문제들에 대한 단순한 문제제기만이 그대로 반복 되어 그다지 새롭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교양서 이상의 내용과 깊이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 가는 편이 낫다고 보았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0) | 2025.05.10 |
---|---|
타임 패트롤 (0) | 2025.05.10 |
디자인 씽킹 : 아이디어를 아이콘으로 바꾸는 생각의 최고 지점 (0) | 2025.05.10 |
경영의 맞수 : 혁신의 천재 혼다 VS 경영의 신 마쓰시타 (0) | 2025.05.10 |
알파독 :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 (0) | 2025.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