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태양의 계절

soocut28 2025. 4. 23. 14:25

태양의 계절
저자: 이시하라 신타로

역자: 고평국

출판사: 범우사

출판일: 2003년 12월

 

우연하게도 이번에 산 몇 권의 책 중에서 일본의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두 명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미시마 유키오와 이시하라 신타로가 그 두 명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평화헌법을 거부를 주장하면서, 할복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최후를 맞이했지만, 이시하라 신타로는 소설가, 극작가, 영화감독, 참위원을 거친 뒤, 지금은 도쿄지사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는 아마도 근래 국내에서 가장 비난받고 있는 일본 정치인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거침없이 그가 쏟아내는 망언과 인종차별적인 발언들은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있어서, 이시하라 신타로가 작가였으며,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여겨졌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주변에서 놀랄만큼 자기 변신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고, 또 자신의 주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사람들의 야비함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근래 총리로 내정된 정운찬씨도 알고 보면, 그런 인간의 유형이 아닐까?

이시하라 신타로가 우리에게는 거북스러운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어떠한 굴곡을 거치면서 자신을 보수우익이라는 틀에 맞췄는가는 생각해볼 일이다. 그가 젊은 시절, 미시마 유키오와 같은 극우주의자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했다는 것은 그의 본질을 이야기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에 대한 욕망이 그로 하여금 굴절된 시각을 주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매력적이고 편안한 방법이었을 지도 모른다. 자민당이라는 부패와 거짓 위선덩어리 집단에서 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러한 편협한 생각을 자신에게 강요했을 지도 모른다. 

태양의 계절의 주인공, 다쓰야를 그리고 그를 사랑한 에이코의 이 짧은 소설을 짚어보면서 읽어보노라면, 나는 다쓰야가 이시하라 신타로 그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마치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그 틀을 절대로 깰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존재. 그렇기 때문에 삐딱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그런 유형의 인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인간에게 한없는 서글픔마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민당이라는 오랜 구습에서 벗어나 민주당을 지지한 일본의 일반대중들을 생각하노라면, 그들에게도 충분한 변화와 진보의 가능성을 또한 희망하게 된다.


Shintarō Ishihara (born September 30, 1932) is a Japanese author, far right politician and the governor of Tokyo since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