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일본, 저탄소 사회로 달린다 : 김해창의 녹색 리포트

soocut28 2025. 4. 23. 14:18

일본, 저탄소 사회로 달린다 : 김해창의 녹색 리포트
저자: 김해창

출판사: 이후

2009년 08월 

 

내가 일하고 있는 부분은 이른바, 전통적인 산업군에 속하고 있고, 또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일컫어지는 석유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현대인류문명이 이러한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석유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며,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산업문명의 급속한 발전과 진보를 이루게 한 것도 이 석유였다. 그 지위는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았고, 이보다 더 매력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우리들 자신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서구산업문명의 발전과 일본을 쫓아가고 있을 때, 그다지 매력적인 이익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대체에너지 사업은 소리 소문없이 급속하게 성장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그것들이 가지는 폭발적인 힘을 마치 처음으로 들었던 것처럼 놀라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사회생활의 처음은 태양광발전이었고, 그 당시의 내 스스로가 대체에너지 사업은 정부예산과 사업에 따라 좌우되는 힘없고 근시일에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로만 여겨졌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 내 뇌리 속에는 그다지 희망없는 좌절감만 느껴졌다. 실제로 그 당시의 분위기는 그랬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거의 10년 가까이 된 과거이기 때문에.

지금 석유회사들도 바이오디젤, 에탄올, 메탄올, 태양광발전, 그리고 풍력발전과 같은 대체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10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에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휠씬 많이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석유산업의 가장 중요한 제품인 가솔린의 수요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상용화가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감소를 보일 것 같다. 몇년 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미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사실 일본인들이 대체에너지 부분에서 특히 태양광 발전이나 태양열 온수기와 같은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이 가지는 가옥구조와 일본이라는 국가관과 연결된 태양의 이미지가 컸었다. 일본은 태양의 나라라는 자신들의 이미지에 태양에너지를 연결시키기 좋아했다. 반면에 우리는 반짝하는 태양열 온수기 사업이 영세업체들의 날림시공과 사후서비스 부실로 인해서 시장자체가 거의 완전히 전멸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사정이 틀렸다. 하지만 국가의 이미지이든, 목조의 개인가옥구조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는 아무래도 우리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전기료였다.

지금 일본은 본서의 내용과 같이 에코경영, 에코비즈니스 열풍이다. 쿨비즈가 도입되고, 건물내 에어콘 온도가 적정하게 유지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잘 조직된 지자체가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기업들도 저탄소, 친환경 경영기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 프리우스로 대변되는 도요타의 기술력은 매우 놀랍다. 그 연비는 기존 차량에 비해서 2배에 달한다. 반면에 나는 일본에 비교되는 한국의 현주소를 현대자동차를 통해서 읽을 수 있다. 일본이 10년 전부터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자동차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이후에 뒤늦게 이러한 신기술에 투자했다. 일본 자동차들이 친환경 자동차 부분을 석권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제대로 된 기술하나 마련하지 못했다.

LPi 하이브리드 라는 세계최초의 타이틀을 단 현대의 하이브리드 기술이란 그 실체를 알면 참으로 서글퍼지는데, 가솔린 하이브리드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은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는 매우 상용화된 LPG를 기반으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든 것이다. 광고에서 현대는 연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1,300원으로 30km 이상의 연비실현이 가능하다고 선전한다.

일본이 관민이 합심하여 저탄소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허한 녹색성장 구호를 듣는다. 물론 원자력 발전과 저탄소 사회와의 차이를 혼동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힘겹게 그 차이를 좁혔던 선진사회와의 격차를 다시금 느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동안은 또 좌절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공허한 구호가 그 본질과 의미를 훼손하고 손상시킬 것이 지금은 더 걱정일 뿐이다.

 

2009.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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