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불황의 경제학

soocut28 2025. 4. 23. 14:11

 

불황의 경제학 :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이 밝히는 세계 경제의 향후 행보

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 THE CRISIS OF 2008

저자: 폴 크루그먼

역자: 안진환

출판사: 세종서적 

 

신입사원들을 데리고서, Onsan의 선적상황을 참관하러 돌아오는 길, 울산공항에서 산 책이 풀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이다. 요즘은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현황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하고, 나 역시 그러한 책들을 보면서 동향이라든지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이전에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들이 화제가 되었을 때, 그의 글을 정리한 워드파일을 수집해서 읽은 일도 있었는데, 100 퍼센트 맞다고는 할 수 없으나, 오랜 기간 동안의 공부를 통해서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눈을 얻은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가끔은 그러한 시각이 맞든지 틀리든지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서 폴 크루그먼의 글을 처음이지만, 다행히도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씌여진 책이므로, 조금 관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서가 최근 벌어진 심각한 금융위기에 대한 어떤 탁월한 해결책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된다.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본다면, 허술함을 느낄테니까. 저자가 밝힌 대로, 본서는 '사례이론'을 개발하는 것, 다시 말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 지를 살펴 보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불황은 유효수요 (effective demand)의 부족으로 기인하는데, 이는 통화량 증가로 쉽게 해결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구미에서는 중앙은행과 FRB와 같은 기관들이 불황에 잘 대처함으로써 불황과 호황의 비즈니스 사이클은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길들이는 것이 가능하며 심지어 미세조정까지 가능하다고 믿어졌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상으로의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가 대안없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이래, 전세계는 경제적 낙관주의와 기술발전, 그리고 세계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낙후한 국가들의 번영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배경들은 이제 더이상 세계에는 불황이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정말로 전세계에서 불황은 끝난 것일까? 잘 인지하지 못했지만, 번영의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는 1995년의 데킬라 위기, 1990년대의 일본의 유동성 함정 등에서조차 적절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일본의 유동성 위기를 보자.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인들은 이자율이 제로인 상황에서도 경제가 능력을 발휘할 만큼의 충분한 소비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일본은 무서운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일본은 여전히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세계는 여전히 일본경제가 빠진 딜레마를 이해하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다.

1997년의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태국에서 시작되었는데, 태국의 통화와 경제에 대한 신뢰하락은 국내외 투자들로 하여금 투자금 회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트화의 폭락이 이어지면서, 달러와 엔화가 부족한 태국 중앙은행은 외환시장에서 바트화 매입을 통한 통화 방어에 실패했다. 곧 패닉은 자기입증형 패닉으로 나타났고, 위기는 태국경제와 상관관계가 적은 한국으로까지 퍼졌다. 아시아 지역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대개 이머징마켓 펀드로 들어갔는데, 이 펀드들은 이 지역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았고, 태국에서의 나쁜 뉴스가 거의 모든 신흥시장 펀드에서 돈이 회수되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모든 나라에서 자금이 인출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모두 다른 나라이지만, 특별한 공통점, 즉 자기입증형 패닉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패닉에 취약해진 부분적 이유는 금융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었지, 정실 자본주의와 같은 문제들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IMF가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에 대해서, 세금인상과 정부지출 삭감, 그리고 극단적으로 높은 이자율 고수과 같은 케인스 계약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강요한 것은 그것이 신뢰회복에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을 IMF는 기껏 하나의 악순환을 막은 대가로 다른 악순환을 유발했을 뿐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는 소르스와 같은 헤지펀드들을 비판했다는데, 헤지펀드의 실체는 무엇일까? 헤지펀드가 실제로 하는 일은 시장의 변동성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조지 소르스가 파운드화 하락을 예상하고, 파운드화 short position, 달러화 long position을 이용한 파운드화 공개공격으로 10억 달러의 수익을 얻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헤지펀드는 위험성과 비유동성을 기회로 높은 수익을 얻었지만, 상황이 비극적으로 치닫기 전, 헤지펀드들 사이의 경쟁은 일종의 파멸기계가 되어 금융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그린스펀은 18년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개입을 유보했다. 즉, 그는 정보기술 발전과 그에 대한 활용이 기존의 실업률 하락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역사적 상관관계를 바꾸지 않을까 생각했고, 적중했다. 실업율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침묵을 지킨 것이다. 주식시장 거품에도 그는 똑같이 대응했고, 비록 주식시장 거품붕괴가 벌어지긴 했지만, 곧 이어 주택거품이 이어지면서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이러한 주택거품이 꺼진 이후, 결과는 심각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예측할 수 없었다. 급격하게 변화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비은행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장치를 일반적으로 '그림자 금융시스템 (shadow banking system)라 하는데, 이들은 전통적인 은행권 금융기관과 같은 규제를 받지 않았다. 사실상, 위기의 근원은 규제철폐 였다고 할 수 있다. 1999년 글래스-스티걸 법의 폐지가 비난의 핵심으로,  이로 인해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의 영역에 뛰어들어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게 되었다는 논리다. 그림자 금융시스템이 확장돼 전통적인 은행들과 비등하게 됐거나 혹은 더 중요해졌다면, 기존의 규제와 금융안정망을 확장해, 새로운 금융체계를 아우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했던 것이다. 

세계경제는 공황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불황경제학은 (폴 크루그먼의 말처럼) 놀라운 컴백을 했다.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경색 완화와 소비 지원이 될 것이고, 명확한 해결책은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금융위기에 대한 표준적 대응책이다. 자본 재구성은 더 크고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정부의 입김도 더 세져야 된다. 금융시스템 구제로 신용시장이 살아난다고 해도, 불황은 여세를 몰아갈 것이다. 그러면 케인스식의 오래 된 경기부양 재정 정책이 해답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림자 금융시스템은 성장에 걸맞는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는 폴 크루그먼의 말처럼 공황에 빠지지 않겠지만, 불황은 겪을 것이다. 우리가 이제까지의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우리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과 생각 뿐이다.

 

 


Paul Robin Krugman, born February 28, 1953, is an American economist, columnist, intellectual, and author. He is a professor of economics and international affairs at Princeton University, a centenary professor at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an op-ed columnist for The New York Times.] In 2008, Krugman won the Nobel Memorial Prize in Economics "for his analysis of trade patterns and location of economic activity." Krugman is known in academia for his work in international economics, including trade theory, economic geography, and international finance.

 

20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