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김정일 코드 : 브루스 커밍스의 북한

soocut28 2025. 4. 23. 14:03

 

김정일 코드 : 브루스 커밍스의 북한

NORTH KOREA ANOTHER COUNTRY 

저자: 브루스 커밍스

역자: 남성욱 

출판사: 따뜻한손

출판일: 2005년 03월

 

근래에 있었던 북한의 위성체를 위한 미사일 발사시험으로 인해서, 한반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북한의 '벼랑 끝 전략'은 언제나 처럼, 여러 이해당사자들에게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 듯 보인다. 그것은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합법적 재무장을 추진하는 일본에게 득이 되는 듯 보인다. 일본이 이번에 보인 그 신경질적인 반응을 본다면, 일본은 여전히 고도로 여론이 조직되는 곳처럼 보인다. 한편으로는 직접적인 당사자인 한국은 북한의 협상당사자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북쪽은 그저 하나의 비용처럼 생각되는 듯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민감한 보수우익층의 지지를 이끄는 데는 손색이 없는 것 같다. 비교적 먼 발치에서 사태를 지켜보는 러시아와는 달리, 북한에 우호적인 (그리고 G2의 지위에까지 오른 듯한) 중국은 어떻게 북한을 자신들의 영향권 하에 놓을 지를 고심하는 듯하다. 그리고 브루스 커밍스의 표현처럼 '부시가 만든 폭탄'으로, 여전히 오래된 이념의 가면 속에서 폭력성을 그대로 간직한 미국이 있다.

북조선, 주체사상, 마르크스주의, 김일성, 김정일 등의 단어로 연상되는 북한은 우리들에게는 원한 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불필요한 이웃으로 보인다. 우리는 무거운 그리고 심각한 신경증을 앓고 있는 듯 보이며, 여기서 연상되는 것은 언제나 부정적인 것들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거기에 있을 뿐이고, 불필요한 비용일 뿐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철저한 무관심 아니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 의한 적과 아군만 있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의 철저히 우리의 적일 뿐이다. 어쩌면 이런 사고의 바탕에는 고도로 조작된 교육의 영향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다. 마치 일본인들이 한국교육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대로 우리는 그들이 과거를 왜곡한다고 비판하지만)

한국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에 대해서 듣지 못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솔직하게 고백한다면, 이제까지 한번도 브루스 커밍스의 책을 완전히 다 읽은 적은 없었는데, 사학과 전공을 한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판단한다면, 부시 전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은 악의 축이며 불량국가이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집단일 뿐이다. 하지만, 바꿔서 생각한다면 미국이나 한국이 그런 입장이 되지 않을까? 일본인들이 과거사에 대해서 전혀 다른 목소리를, 또 한국의 일본에 대한 편향된 교육을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우리들이 이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 오랜 세월 북한과 한국이 같은 문제에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인 것처럼 평행선을 계속 그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북한을 비교적 선입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 싶다. 즉,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으며 행복과 불행을 느끼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것... 그러나 한편으로는 독재정권에 의한 병영국가라는 엄연한 사실이 그것이다. 브루스 커밍스는 한국전쟁, 김일성 신화, 김정일 등의 폭넓은 분석을 통해서 북한의 선입견을 버려야 된다고 본다.

김일성은 고교 시절, 지하조직인 마르크스주의 단체에 합류했으며, 1929년에는 체포되어 투옥되기도 했다. 석방 후 1940년 10월까지 투쟁했는데, 김일성은 만주에서 투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과 중국 게릴라 사이에 협력관계를 재구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적만이 아니라, 중국과 소련의 동지들에 의해서 번갈아 체포되기도 했던 북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독립과 자주이 김일성의 정책 기조가 된 것은 이해할만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관된 입장은 평양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해 사용한다는 것인데, 1940년대부터 동북아에서 끊임없이 무기를 사용해왔으며, 아직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미국이다. 1950-1951년 사이의 미국에 의한 대대적인 공습은 한반도 북부와 중부를 거의 다 파괴시켰으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북한 식량의 75%를 생산하는 지역에 물을 대는 대형 댐들을 파괴했다. 북한도 한국전쟁 중 많은 대량학살을 저질렀지만, 한국의 행위가 북한보다 더 심했고, 미국은 동맹국이 저지른 범죄를 50년 넘게 숨겨왔다. 1950년 6월 북한이 한국을 침략했고, 미국은 이에 대항했으며, 따라서 그 이후 미국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든지 혹은 미국이 북한을 얼마나 위협하든 미국의 모든 행위는 정당화되었다. 미국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를 통하여 대규모 침공을 한 시점에서 1시간 이내에 핵을 사용한다는 통상적인 사니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철수에 화답해 1992년 이후 6차례의 정기적인 핵사찰을 받았다. 1993년 3월 북핵위기가 시작된 지 1년이 되면서, 미국은 UN안정보장이사회를 통하여 북한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북한관리들이 서울에서 열린 회담장에서 '서울 불바다'를 경고한 것도 그 직후였다.

북한은 좋은 나라는 아니지만, 이해 가능한 나라이다. 병영국가에 전체주의적 정치, 외부세계에 대한 극심한 배타성의 기형적 형태를 가지고도 있다. 우리는 북한이 반세기 동안 지속된 일본의 제국주의적 지배, 그리고 반세기 이상을 또 패권주의적 미국과 한국와 끊임없이 대치하면서 성장한 반식민주의 국가, 반제국주의 국가라는 것을 이해해야 된다.

1998년의 햇볕정책은 현존하는 동북아 안보구조의 테두리 안에서 남북의 화해를 모새한 최초의 진지한 시도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비극적이다. 오늘날 북한은 다시 스스로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다고 믿고 있다. 반면에 부시는 국제관계와 핵심원칙을 함부로 다루었다. 북한이 결국 핵무기를 만든다면 여기에 대처할 미국의 방안은 없다. 따라서 이는 부시가 만들어준 무기 (Bush's Bomb)이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른다.

김정일 코드과 같이 현안을 다루는 책들은 빠른 시간안에 그 내용이 의미가 없거나 이미 낡은 것이 되기 싶다. 이 책이 출간된 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책은 유효하다. 부시 정권이 오바마 정권으로 바꿔고, 한국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지나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되었다. 하지만, 북한을 둘러싼 근본적인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 결국 브루스 커밍스는 미국이 북한을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보지 말아야 되며,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미국과 북한 사이의 근본적인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Bruce Cumings (born September 5, 1943, in Rochester, New York) is the Gustavus F. and Ann M. Swift Distinguished Service Professor in History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and specialises in modern Korean history and contemporary international relations in East 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