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제 2 세계 : 세계 권력의 대이동은 시작되었다

soocut28 2025. 3. 5. 16:52

제 2 세계 : 세계 권력의 대이동은 시작되었다

The Second World : Empires and influence in the New Global Order

저자: 파라그 카나

역자: 이무열 

출판사: 에코의서재

출판일: 2009년 01월

 

나의 AB형이라는 혈액형에 기인하는 지, 아니면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만족과 불만족에서 나타나는 상반된 반응이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가정이든지.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일반적인 만족과 불만족은 번역일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 책 자체의 내용일 것이다. 번역과 내용, 그 두 가지를 언제난 충족시켜야 만족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번역서 중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책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가 엉터리 번역에 책 자체에 대한 짜증까지 유발한 예를 보면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소개할, 6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그래도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보다는 낫지만) 책은 그 놀랍도록 많은 페이지에 방대한 이야기들을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번역과 내용을 두루 갖추었다. 물론 저자인 파라그 카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누군가 변화하는 세계의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세력권, 간단히 말하면 지정학적 구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무척이나 권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중국위협론이라는 미국인들의 정신분열적 반응을 알고자 한다면, 앞서 소개한 헤게몬'을 추천한다. 나름대로 이 책도 괜찮은 편이다.)

물론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냉전 이후, 단일 패권시대를 열었던 미국의 시대는 이제 전세계에서 도전받고 있고, 세계는 점차 3개의 세력권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 이외의 패권세력을 구성하는 것은 EU, 그리고 중국이라고 말한다. 3개의 거대제국의 지정학적 구도는 어쩌면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저자는 이른바 세계화를 통해서 이러한 파극적 결말로의 진행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리고 여기서 제2세계는 선진국가인 제1세계와 후진국인 제3세계 사이에 선 일종의 캐스팅보드를 쥔 존재들로 이들을 어떻게 포섭하여 자신의 영향권 혹은 협력권 안으로 넣느냐가 21세기 세계권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제2세계를 향한 이들 슈퍼파워들의 행보는 마치, 유라시아대륙을 두고서 러시아제국과 영국이 벌인 '그레이트 게임'을 연상시킨다. 파라그 카나는 전세계를 동유럽,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그리고 동아시아로 나누어 이들 제2세계 국가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거시적으로는 이들 세 제국의 지정학적 구도를 분석하면서도, 미시적으로는 제2세계에 해당하는 개별국가의 상황에 대한 생생한 분석과 의견을 아울러 살펴볼 수 있다고 해야겠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들이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우리들의 오해를 바꾼다. 우리들이 반미주의자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해서 가지는 막역한 관념들이 그런 것은 아닐까? 책은 나르시스트 레닌주의자 라고 그를 힐난하고 있으며, 그러한 비판의 대부분은 사실 옳은 것으로 생각된다. (베네수엘라 비즈니스를 내가 다니던 종합상사에서 실제로 했었고, 그때 볼리바르 민족주의로 포장된 베네수엘라의 패거리 사회의 이면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단순한 세 슈퍼파워의 지정학적 경쟁을 묘사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세계조류 속에서 자신들의 길을 찾는 제2세계 국가들 개개의 모습과 현재를 매우 현실감있게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대단히 훌륭한 번역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지정학적 경쟁이 결국은 파국적인 결말, 즉 전쟁과 같은 극단적 사태를 초래했다는 저자의 가정 하에서, 현재의 지정학적 경쟁은 이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며 이는 세계화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에서는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화를 통한 자유시장이 결국은 각 슈퍼파워를 거미줄처럼 연결하여 파국적 선택을 하지않으라 말하는 것은 심한 단순화가 아닐까 라는 우려를 금치 못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600페이지가 넘는 이 두꺼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설책 읽듯이 볼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충분히 칠 수 있으며, 한번쯤 정독하기를 기쁘게 권할 수 있을 것이다.

 

2009.2.24.


Parag Khanna (born 1977 in Kanpur, India) is an American author and international relations expert. He currently serves as the Director of the Global Governance Initiative of the American Strategy Program at the New America Foundation, a think tank based in Washington, D.C.. His first book is entitled The Second World: Empires and Influence in the New Global Order, and was published by Random House in March 2008. Khanna attended the Edmund A. Walsh School of Foreign Service at Georgetown University and Freie Universitat Berlin, majoring in international affairs and then earning a Master of Arts in Security Studies. He is currently working on his PhD in international relations at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He speaks several languages, including German, Hindi, French, Spanish and basic Arabic. He has worked as an analyst for the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the World Economic Forum and the Brookings Institution. In 2007, he was a geopolitical advisor to the United States Special Operations Forces in Iraq and Afghanistan. More recently, Khanna has provided expert advice and opinion to the Presidential campaign of presumptive Democratic Party nominee Barack Obama. Khanna has contributed to numerous television programs and newspapers. His article, "Waving Goodbye to Hegemony", was the cover story on the New York Times Magazine on January 27, 2008. He has since published his book, The Second World. He coined the term "geopolitical marketplace" to refer to the dynamic where the "first world" superpowers (US, EU and China) compete for the influence of the "second world." By "second world," Khanna refers to those pivotal regions in the Middle East, Latin America, Central and South Asia, East Asia, and Eastern Europe. Countries in the second world, like Azerbaijan, Uzbekistan, Colombia, Brazil, India, Russia, Libya, Vietnam and Malaysia, simultaneously have both first world and third world characteristics. They engage in multi-alignment vis-a-vis the US, EU, and 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