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니가 한국 삼성에 따라잡힌 이유는
저자: 김동호
출판사: 창작시대
출판일: 2002년 06월
출장 중에 읽었던 장세진 교수의 '삼성 과 소니 : 글로벌 패권을 위한 두 전자거인의 격돌에 관한 인사이드 스토리 '라는 책이 연상되었지만, 본서는 삼성에 대한 소니의 상대적 부진이 상징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서가 출간된 것이 2002년이므로, 현재의 상황과는 괴리가 없지 않을 수 없으나, 일본식 경제발전 모델을 차용한 우리에게는 아직도 유효한 경고를 준다.
흔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말미암아 발생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거품경제만이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일까.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경기순환의 측면 외에도 일본식 경제발전 모델의 한계로 설명될 수 있다.
전후, 미국의 핵우산 아래서 경제발전에 매진한 일본은 이른바 '자민당 55년 체제'를 중심으로 정치인과 관료의 결탁에 의한 이익재분배 시스템을 통하여 관주도의 강력한 경제발전 드라이브 정책을 구사했다. 즉, 각종규제를 통한 국내 기업의 보호, 호송선단식 기업정책을 주로 구사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생산시스템과 관리를 통한 일본의 산업 경쟁력은 1960년대 10%에 달하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율을 기록했으며, 1970 ~ 1980년대에도 6-7%의 고성장을 이끌어왔다. 1980년대 말, 일본은 미국을 추월한 세계 경제대국이 될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활발한 수출공세에 미국이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 상승을 강요하여, 합의한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치는 고공행진을 했다. 엔화상승에 대한 수출의 타격은 일본이 수입단가가 이에 상쇄하여 하락하면서, 2년반만에 극복되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을 엔화강세를 우려한 정부는 금융완화를 통하여 시중자금을 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개인들은 은행에 자금을 빌려, 주식 및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는 거품경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초, 거품이 붕괴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폭락, 은행의 부실채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일본정부는 고통스러운 개혁보다는 공공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다. 막대한 국채가 발행되고, 정부의 재정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일본식 경제모델의 문제는, 정치의 무능, 각종 규제를 시행하는 큰 정부, 기업의 창의성 부족 및 불투명성, 금융기관의 낮은 경쟁력, 고령화 등으로 꼽힐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문제점들은 한국경제에 역시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의 체질이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취약한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일본의 문제점들은 우리에게 더 심각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일본식 경제모델의 한계와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본서가 저술된 이래의 국내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게 나타났으며, 정치적 부패와 무능, 관료주의, 공기업 비효율, 고령화 문제 등등이 지금 우리의 문제점이 아니던가. 일본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게 했던 공공사업의 경우를 보자. 지금 우리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4대강 정부사업, 경인운하 등, 일본에서 비판되었던 '토건국가'의 문제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2002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서가 주는 시사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한번쯤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0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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