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저자: 조중걸
출판사: 프로네시스
출판일: 2007년 01월
연초부터 대략적으로 예측하고 있었던 글로벌 경제불황에 대한 염려가 사실로 들어났지만, 에너지 시장의 급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은 무척이나 나 자신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굳이 내가 모든 사람들이 아는 사실로 글을 시작하는 것은 말하자면,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책을 나즈막히 읽는다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어서다.
사실, 예술작품과 그에 깃든 고도로 상징화되고 표현된, 어쩌면 그 이면에 보이는 창조자의 고뇌 그리고 그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들을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 자신에게는 특별한 장르를 선호하는 매니아적 기질도 부족하니, 좋다는 즉각적 감정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책을 오랜 시간 읽으면서 (사실 중간 중간 그 책을 읽고 쉬는 그 사이가 본의아니게 무척이나 길어졌지만), 과연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였느냐는 물음도 한번 해보았고, 키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나는 과연 올바르게 그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물어보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는 조금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해야겠다.
키치라는 개념은 19세기 독일에서 생겨났으나, 그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우선 키치는 고급예술을 위장한 비천한 예술, 즉 키치는 진실을 추구하기 보다는 아름답게 보이거나 진실인 것처럼 보이기를 추구한다.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키치는 역겨운 예술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이러한 인간에 내재한 허영과 허위의식은 키치적 정서를 형성하며, 이는 대상으로부터 대상이 조성하는 어떤 다른 표상으로 감정의 전이가 일어나게 된다. 즉, 예술작품 그 자체의 미적 가치가 아닌,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환각적 회상으로 키치적 정서에 함몰되고 이러한 점에서 키치는 '이차적 눈물 (The Second Tear)'라고 저자는 말한다.
키치가 무의미한 세계에 덧칠을 하고, 절망적인 우리 삶에서 눈을 돌리게 하며, 우리 자신이 허구적인 모습에 살아가게 됨에 따라 우리 자신도 키치적인 삶을 살게 된다. 즉, 저자는 키치를 단순한 예술형식으로 보지 않고, 이를 더욱 확장하여 철학의 문제로까지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서의 내용은 키치 그 자체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근대철학의 움직임과 이에 대응하는 예술의 발전, 즉 키치를 극복하고 해체하는 다양한 시도, 다다이즘, 기하학주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기능주의, 소격효과, 모더니즘, 메티픽션 등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먼저 앞서 읽었던 '찰리의 철학공장'을 통해서 근대철학의 움직임을 읽어본 후, 본서를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현대예술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2008.11.17.
조중걸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재학 중 프랑스로 유학하여 파리 제3대학에서 서양문화사와 서양철학을 공부하였다. 그리고 미국 예일대학에서 서양예술사(미술사·음악사·문학사)와 수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부설의 시각예술대학 교수로 미술사를 강의하면서 새로운 예술사 집필에 대해 은밀한 포부를 키웠으며, 그때부터 그와 관련한 연구에 몰두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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