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SPEED

soocut28 2025. 3. 5. 16:13

SPEED

저자: 가네시로 가즈키

역자: 양억관

출판사: 북폴리오

출판일: 2006년 02월 

 

퇴근을 하고서 귀가를 하는 도중에 집 부근의 서점을 잠깐 들렀다. 신간 혹은 흥미를 가질 만한 책들이 있는지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도심에 있는 대형서점에 비해서 소규모인 서점이라고 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꽤 큰 곳이었지만, 마땅히 읽고 싶은 책을 찾기란 그다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편리하게 책을 찾고, 간편하게 주문해서 받아보는 것에 길들여진 듯 하다.

마침 일본소설 특별전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저런 책들을 흩어보기 시작했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들도 눈에 들어왔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일련의 책들도 구비되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경우는 일전에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만한 책들을 한꺼번에 사서 읽었던 적이 있어서, 새로운 책은 눈에 띄질 않았다. 내 눈에는 약간 촌스러운 겉 표지의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으로 향했다.

가네시로 가즈키, 재일동포이고 아버지는 열렬한 마르크스주의자였으나 전향. Revolution No.3로 화려하게 등단, 이후 여러 편의 소설을 썼고 그 중에서 영화화된 것도 꽤 있다고 들었다. ‘GO’라든지 ‘Fly Daddy’같은 그의 소설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먼저 보았기 때문에, Speed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 이래로 재미를 느꼈는지 단숨에 끝장까지 읽었다.

Revolution No.3와 Fly Daddy를 잇는 Speed는 그 주인공이 ‘좀비스’로 불리는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Revolution No.3는 영화로 보거나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알 수 없지만, Fly Daddy라든지 Speed라든지 하는 두 편의 소설은 그 내용과 주제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존의 틀(예를 들어 선입견이라든지, 불합리한 권력구조, 사회 등)을 관습적인 무의식적이고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할 수 있다.  소설은 사회가 불합리한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이기적인 삶을 인간들과 그러한 모순에 굴복하여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혹은 인식조차 하지 않은 인간들이,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 함몰되기를 거부하는 ‘좀비스’를 만남으로 해서, 새로운 가능성과 길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설에서 미야시타는 말한다.

 

알면서도 입 다물어버리는 애들은 스스로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패배자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소설은 무기력한 우리 자신들이 ‘좀비스’라는 계기를 통하여 단련되고 성숙해지면서, 그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이러한 모순을 완전히 타파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는 그런 우리들 자신의 변화의 가능성을 긍정하고, 아기의 어머니의 말을 빌려 말하고 있다.

 

그 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 않았어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현실에서는 물론 매력적인 ‘좀비스’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겠지만, 기존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기 어려운 우리들에게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은 청량제 같은 느낌마저 든다.

 

 

2008.10.16.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紀, かねしろかずき, 1968년 10월 29일~)는 재일 한국인 소설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