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레아, 코리아 : 서양인이 부른 우리나라 국호의 역사
저자: 오인동
출판사: 책과함께
출판일: 2008년 07월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삶의 패턴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것일 지도 모르며, 혹은 인간관계의 끊임없는 변화가 그렇게 이끄는 지도 모른다. 가끔 내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나름대로는 그 삶 자체의 파동은 그다지 극단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뭔가가 빠진 듯한 지루함과 나른함이 있다.
노트북이 고장이 나고, 술을 줄이면서, 나는 내가 잊어버리고 버렸던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을 자각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것은 그러한 여유로운 시간이란 실상은 잠깐 찾아오는 안식과도 같은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지루함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서점에 들어가서, 신문을 보면서 읽었던 책 소개란에서 보았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찾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보고 싶었던 책은 '빅토르 하라'였고, 그 다음은 가볍게 읽을 만한 '꼬레아, 코리아' 그리고 '공자, 제자들에게 정치를 묻다.'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골라들었다. 집을 향하더라도, 사실 노트북은 서비스센터에 맡겼기 때문에, 인터넷에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되었다. 책을 읽을 시간은 충분했다.
요즘에는 머리가 좀 아픈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먼저 '꼬레아, 코리아'를 읽기 시작했다. 타자가 본 우리의 이름,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인데... 저자처럼 이전에 나 역시 2002년 월드컵 기간 동안에 붉은 악마가 COREA라고 써진 응원문구를 내세웠을 때, 신경쓰지 않았던 그 국명의 변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흔히 이야기 되었던 일본이 국제대회 출전에 있어서 한국보다 우선적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COREA를 KOREA로 변경시켰다는 설도 그 즈음해서 떠들썩하게 퍼졌었다.
처음, 우리 국명이 나타난 것은 850년경에 신라를 방문한 대식국 (아랍) 상인들이 기록한 'Sila'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는 곧 사라졌다가, 몽고족이 아시아로부터 유럽, 이슬람세계를 잇는 대제국을 건설한 이후 많은 서구의 선교사들이 몽고제국을 방문하면서, '고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 우리에 대한 기록은 주로 중국인들에 의해서 전해졌고, 따라서 그 국명도 중국인들의 발음에 따랐다. 주로 Cauli, Cauly 등 이었다. 고려의 이름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사실, 몽고제국에 기인한 바가 크다. 몽고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으므로, 동서교류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했으며, 색목인이라 하여 서구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한 고려가 몽고의 부마국이 되고, 많은 사신들과 볼모들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고려'의 이름이 널리 전파된 계기가 된 것이다.
몽고제국 붕괴 후, 대항해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포루투갈, 스페인, 그리고 네델란드 세력들이 아시아로 진출하게 된다. 이때 일본은 이들 나라 및 선교사들에게 중요한 지점이었으며, 이 때부터는 일본인들의 발음에 따라 우리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주로 'Corai, Corei'와 같은 표기가 그것이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의 표기가 병기되기도 했으나, 대세를 점하지는 못했다.
이 시기가 되어서는 한국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방문한 사람들의 기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아는 네델란드 선원인 하멜이 대표적일 것이다. 17-18세기를 넘어오면서, Core 혹은 Corea라는 표기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고려'의 발음이 원래는 '고리'였고, 따라서 여기서 이 발음이 유래했을 지도 모르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Core는 국가에 붙는 접미사 -a를 만나면서 Corea가 되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
이 후로, 조선이 개항하면서, Corea는 18세기 중후반까지 대표적으로 씌여지기 시작했다. 물론 독일과 같은 곳에서는 Korea라고 표기를 했더라도 이것은 독일어에서 C와 K가 같은 발음이었으므로 예외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우리 국호는 Corea와 Korea를 혼용하다가, 이후 Korea로 굳어지게 되었다.
분명, 서양인이 부른 우리나라의 국호에 대한 본격적인 책은 없었고, 다만 간헐적으로 이를 다룬 것으로만 알고 있다. 이런 책이 나오게 된 점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반갑다고 할 것이다. 본문에서도 다양한 도표와 지도 예문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의 흥미를 더 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다소 지루하고 평이하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또, 조금은 무리하게 국명이 COREA로 변경되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논거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설명한 대로, 우리의 국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적으로 변화했고, Corea가 Korea로 변화된 과정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2008.10.1.
오인동 :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났으며, 제물포 고교를 거쳐 가톨릭 의대를 졸업했다.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의대 조교수와 MIT 생체공학 강사 등을 거쳐 현재 L.A. 인공관절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4년 미국 최대의 아시아계 포털 웹사이트 '골드시’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계 전문인’의 의료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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