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저자: 혜초
역자: 정수일
출판사: 학고재
출판일: 2004년 04월
술자리가 없는 퇴근길에 서점에 오랫만에 가보았다. 새로운 책들이 많이 나와 있었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책을 한 권 한 권 보고 있다가, 작은 책들이 따로 진열된 모습을 보았다. 문고판 책들이었다. 이전에는 많은 문고판 책들을 볼 수 있었지만, 왠일인지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 비해서 일본에는 다양한 문고판 책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 이외에도 문고판 책들은 가볍고 휴대하기가 무척이나 편하다는 매력이 있다. 전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같은 책들은 도무지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닐 엄두도 나지를 않았다.
왕오천축국전에 대해서는 그간 많은 관심이 있었다. 조금 오래전에 나는 일본의 승려인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 장보고의 해상세력에 대한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접할 수 있었으므로 매우 관심있게 읽었었다. 마찬가지로 신라 승려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그 후 바쁘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어쨌든 1,300년 전에 씌여진 이 매력적인 여행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돈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이 책의 절략본이 프랑스인인 펠리오에 의해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혼란기 중국에서 펠리오를 비롯한 약탈자들은 이 귀중한 유물들을 헐값에 매입하여 반출하는 커다란 범죄행위를 저질렀는데,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돈황의 막고굴에서 발견된 이 여행기는 처음에는 그 앞부분이 분실되었으므로, 저자와 책명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저자와 책명은 혜림의 '일체경음의'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일체경음의'는 일종의 단어 해설집으로, 즉 각 서적 내의 단어를 택해서, 그 의미를 해설한 것인데, 이 '일체경음의'의 '왕오천축국전'편의 단어와 잔본의 단어가 일치를 한 것이다. '일체경음의'에서는 '왕오천축국전'을 상,중,하권의 3권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였는데, 발견된 잔본은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으로 생각된다.
'왕오천축국전'의 저자인 '혜초'가 신라 승려인 것은 일본학자인 다카쿠스 준지로가 밝혔는데, 혜초는 신라에서 태어나 15살 언저리에 불공 삼장의 제자로 수행했고, 이후 천축으로 여행했으며, 귀당한 이후로 밀교 연구와 전승에 전념하다가 80여세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혜초는 중국 남해의 바닷길로 동천축에 상륙하여, 성지들을 돌아보고, 중천축, 남천축, 서천축, 북천축 등을 돌아보고 다시 대식(아랍)의 페르시아까지 여행하고 귀당했다. 여행에는 대략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여행기에는 치소의 위치, 규모, 통치상황, 대외관계, 기후와 지형, 특산물, 음식, 의상과 풍습, 종교 등의 다양한 정보를 기술하고 있으며 또한 5편의 오언시가 수록되어 있어, 서정적 여행기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통해서 8세기 전반 인도와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불교가 전파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 내용에는 당시 상황의 몇 가지 특징을 엿볼 수 있는데, 첫번째 불교전파의 북향성, 둘째 불교의 대승화, 셋째 불교에 대한 외도의 잠식을 그 특징으로 한다. 또 한편으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동서문명교류사의 연구에 있어서 높은 사료적 가치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본서는 '왕오천축국전'의 사료적 가치 및 그 동안의 개괄적인 연구성과를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잘 돕고 있다. 또한, 역주에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당시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어, 유익하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9세기 중반 불교연구와 불경수집을 위해 당나라에 들어간 일본의 구법승 엔닌이 여러 사찰을 두루 돌면서 얻은 견문과 수행체험을 담은 9년 6개월 동안의 기록이다. 책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바다를 장악한 장보고에 대한 내용도 있어 흥미롭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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