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Bad Samaritans: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저자: 장하준
역자: 이순희
출판사: 부키
출판일: 2007년 10월
일본에 있는 동안에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두 번 읽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에 읽었던 '삼성과 소니'를 이어서 참으로 잘 씌여진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세계화의 덫'이 국방부 불온서적 중 하나에 속해 있는 것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 가운데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된 제목의 책이 특히 눈에 들어왔었다. 아무래도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이라는 시대착오적 행태가 오히려 나에게는 호기심만 커지게 한 듯 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패러다임은 '세계화'라고 역설하고 있고, 도처에서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도처에서 그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세계화의 방향을 일찍부터 반대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시장을 반대하는 극단주의자는 아니다. 이성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의 건전한 발전의 방향이 있음을 믿고 있으며, 그것이 일방적인 세계화의 방식으로 실현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현재의 화두인 '세계화'는 그 자체가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나는 후배들에게 혹은 지인들에게 시간이 된다면 토마스 프리드먼이 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그리고 '세계화의 덫'을 꼭 읽어 보라고 권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이성적 판단을 가지고 있다면, 어떠한 방향이 이성적인 길인지는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지금 내가 누군가에게 같은 조언을 해준다면, 나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화의 덫' 그리고 '나쁜 사마리안들'을 함께 읽으라고 권할 것이다. (물론 1:2라는 나의 편애를 비판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마치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화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히 그것은 세계화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신자유주의자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영국과 미국이 자유무역을 통하여 번영했으며, 따라서 전세계는 이를 따라야 된다고 본다. 이들은 또한, 관세인하,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민주주의, 부정부패 철폐, 정부 균형재정, 통화안정 등의 다양한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보급을 주장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이들의 주장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인가? 저자는 먼저 자유무역의 발상지이며 그로 인해 발전했다고 하는 영국과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 대해서 여러 사료와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즉, 영국과 미국이 산업강국이 되기 이전 가장 심하게 보호무역을 실시한 것이다. 즉 오늘날의 선진국들은 모두 유치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관세, 보조금, 외국무역 규제와 같은 국가주의적 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무역 자유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각 국은 자신들이 현재 상태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산업을 바탕으로 수출을 강화해야 하며, 이는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다. 이들은 개도국의 농업과 선진국의 공업 맞바꾸기가 현명한 처사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농업 자유화로 인한 수혜가 한정된 국가에만 해당되어, 개발도상국에게 불평등한 상태를 초래한다. 또한 이러한 개방화는 개도국의 미성숙한 산업이 국제적 경쟁에 노출되어 생존이 불가능하게 한다.
경제발전은 선진기술을 습득하여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있고, 그를 위해서는 무역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유무역이 꼭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단 한가지의 길은 아니다. 지난 25년간 자유무역을 도입한 이래, 전세계적으로 성장율은 많이 떨어졌으며 위기는 더 늘어났다.
개발도상국에게는 이전의 선진국들이 했었던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국의 미성숙한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세의 유지, 보조금 지급 등의 다양한 국가주의적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개도국에 최소한의 공업기반을 마련할 수 있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마찬가지 선상에서 섣부른 외국인 투자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 (국내 동종산업의 위축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외국인 투자는 적절하게 규제되어야 한다. 투자자에게 있어서 주된 관심은 규제가 아니라 투자유치국의 시장잠재력과 노동력, 사회간접자본의 우수성과 같은 것들이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는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주장 중에 하나이다. 과연 국영기업은 무조건 나쁘고, 민영화는 무조건 옳은 것인가. 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의 주요 원인들은 분산소유의 대규모 민간기업들도 같은 문제로 시달리는 것처럼, 여기에서 소유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자연 독점 사업이거나 필수적인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기업의 매각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러한 형태의 국영기업의 민영화의 경우, 적절한 규제 체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민영화는 실패한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은 국영기업의 성가를 향상시킬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지적소유권 제도의 강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특허권, 저작권 혹은 상표권이 유용한 목적을 지니고 있더라도, 어느 정도의 보호가 유익한 것이고 과도한 조치들은 사회적 비용과 개발도상국의 지식습득 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지적소유권 보호 기간을 단축하고, 독창성 기준을 높이고, 강제 인가와 병행수입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거시경제에 대한 통화주의적 접근을 신자유주의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은 통화안정에 중점을 두며, 재정 건정성 확보 및 중앙은행의 독립을 주장한다. 그러나 물가상승이 꼭 경제발전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역동적인 경제에서는 어느 정도의 물가 상승이 불가피한 것이다. 오히려 낮은 물가 상승률은 노동자들이 이미 벌은 소득에 대해서는 더 잘 지켜줄 지는 몰라도, 노동자의 미래수익을 감소시킨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통화주의자들의 거시경제 정책을 제도화하므로 개도국에는 적합하지 않다. 정부 예산의 균형은 1년 단위가 아니라 한 경제 순환 주기를 기준으로 달성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신자유주의자들의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이들은 이러한 정책 실패를 부패나 잘못된 문화와 같은 각국의 발전 저해 요소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과연 그럴까? 실제로 부정부패는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나, 역사적인 사례는 경제발전과 부정부패 사이에는 기계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부정부패는 시장의 힘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시장과 민주주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충돌한다. 신자유주의는 '탈정치화'를 주장하나, 사실 이것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이 없다면, 경제적 성공으로부터 민주주의는 저절로 자랄 수 없다.
이제 신자유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정책실패 요인으로 지목한 잘못된 문화를 보자. 사실 경제 발전에 좋거나 나쁜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도국의 사람들이 게으르게 보이는 것은 시간에 대한 산업사회적인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대로 전해져 온 민족적 습관들은 대다수 경제적 조건이 변화하면 상당히 빠르게 바뀔 수 있다. 태도의 변화는 경제활동과 각종 제도, 그리고 정책같은 현실적인 변화에 의해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이 말하는 평평한 경기장은 기울어진 경기장으로 변해야 한다. 개발도상국들이 유리하도록 기울지게 만드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공정한 대우이며, 이들에게 단기이익을 희생하고 새로운 역량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그다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49년부터 1970년대까지 선진국들이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희망을 준다.
간단하게 본서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역사적 사례와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그 허구성을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획일화된 세계화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는 없으며, 각국은 나름의 발전전략을 통한 세계화의 전략을 가져야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마지막으로 문화와 관련된 그의 견해는 매우 흥미로워, 본서의 주제와는 또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마저 일으킨다.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2008.8.28.
Ha-Joon Chang (b. South Korea in 1963) is one of the world's foremost heterodox economists specialising in development economics. Trained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 where he currently works as a Reader in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Chang is the author of several influential policy books, including 2002's Kicking Away the Ladder: Development Strategy in Historical Perspective. He has served as a consultant to the World Bank, the Asian Development Bank and the European Investment Bank as well as to Oxfam and various United Nations agencies. He is also a fellow at the Center for Economic and Policy Research[6] in Washington, D.C. Chang is also famous for being one of the crucial academic influences on the economist Rafael Correa, currently President of Ecu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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