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저자: 로저 젤라즈니
역자: 김상훈
출판사: 열린책들
출판일: 2006년 02월
6월에 일본에 잠깐 들렀다가 한국으로 들어갔으니, 나에게는 거의 2달만에 일본에 다시 온 것이 되는 셈이다. 화창했던 한국에서의 날씨는 일본으로 접어들자, 칙칙한 날씨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의 창문에는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Tokorozawa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비행기에서도 끝마치지 못했던 책을 꺼내 들었다. 로저 젤라즈니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였다.
로저 젤라즈니, 내가 그의 책 '신들의 사회 (Lord of Light)'를 읽고 느낀 감정은 아마도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SF소설이 아니라, 많은 의미를 내포한 고도의 상징적인 책이었던 것이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그 책을 접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느낌과 해석은 무척이나 다양하고 깊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내 자신의 해석은 무기력하고 감정적인 것처럼 보여 부끄러워진다.
한 작가의 인생은 다양한 색깔을 함유한 스펙트럼일 것이며, 그 개별의 작품들은 그러한 인생의 다양한 시기를 담을 것이다. 따라서, 그가 혹은 그녀가 쓴 작품들이 언제나 같은 감명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실망할 수 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대개 나에게는 전자의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은 내가 누군가에 대해서 인지했을 때, 보통은 대표작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로저 젤라즈니가 쓴 책들은 많지는 않지만 번역된 것들이 있기에 관심이 가는 책들을 골라서 찾기 시작했다. 단편집. 아마도 나는 그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그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투영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였다.
13편의 단편들은 대부분이 그의 가장 왕성한 저술활동이 있었던 1960년대에 씌여준 작품이었고, 그의 글들은 하나같이 많은 의미들로 해석될 수 있었다. '12월의 열쇠'에서는 '신들의 사회'의 모티브를 발견할 수 있고, 그곳에서 젤라즈니 자신의 테마 중 하나인 불멸성과 신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은 수성에 사는 어룡을 사냥하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화성의 무희와 지구에서 온 사나이의 사랑을, '폭퐁의 이 순간'은 시간을 어긋나는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읽을 수 있다.
비록 번역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로저 젤라즈니의 아름다운 문체와 비유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어쩌면 SF라는 장르를 빌린 그의 폭넓은 상상력으로 씌여진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더 큰 감명을 받을 지도 모르겠다. 비록 '신들의 사회'처럼 커다란 반향을 주지는 못했더라도, 한번쯤 그의 짧은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라고 권해주고 싶다.
2008.8.25
Roger Joseph Zelazny (May 13, 1937 – June 14, 1995) was an American writer of fantasy and science fiction short stories and novels. He won the Nebula award three times (out of 14 nominations) and the Hugo award six times (out of 14 nominations), including two Hugos for novels: the serialized novel ...And Call Me Conrad (1965; subsequently published under the title This Immortal, 1966) and the novel Lord of Light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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