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soocut28 2025. 3. 5. 16:19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저자: 정운영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06년 09월

 

MBC 100분 토론의 사회자인 '정운영 교수'의 기억이 사실 흐릿하다. 다만 그의 이미지는 아직 내 눈에 선하게 남아있었다고나 할까. 정운영 교수에 대한 나의 앎은 사실 그다지 많질 않고, 그의 마지막 칼럼이라는 본서를 읽은 후에도 그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책을 무척이나 사랑했으며, 평생 2만권이 넘는 방대한 책들을 모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아마도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는 이유를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난 가볍게 책제목 때문이라는 자뭇 유치스러운 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인간에 대한 사랑, 열망, 발전에 대한 신뢰, 노력... 그것은 나에게 진보적 변화를 갈망하게끔 만들었던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권력을 위하여 자기변절을 했던 투사들처럼, 한 순간이나마 자기최면을 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유치하며, 또한 한편으로는 자기 연민과 감정과잉에 빠지듯이... 일전에 읽었던 책처럼, 나는 키치적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정운영 교수가 살아 생전에 분배론자이며 진보적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하더라도,  또한 그가 동아일보에 칼럼을 쓰면서 자신의 학문적 경향과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옹호의 글을 올렸다는 것도 익히 들어, 변절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가 정말로 그런 삶을 살았고 그런 주장을 해왔는지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나에게는 그가 남긴 마지막 칼럼을 방금 막 다 읽었을 뿐이다.

그가 남긴 칼럼들이 씌여진 시기는 대략적으로 2002년부터 2005년 9월까지의 기간으로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그 주제들이 현안에 대한 것들도, 혹은 책을 주제로 한 것도 있으므로, 그가 남긴 글들이 지금에까지 유효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가 가진 시간관념이 빨라지고, 발전의 속도는 이루 표현할 수 없는 정도로 급속해졌다. 단지 몇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글들은 이미 지나간 역사 속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진보적 입장의 한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 흔적들은 그의 남겨진 글 구석구석에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진보라든지 보수라든지 확실하게 구분하며 이야기할만한 다름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느 쪽에서든지 문제점들은 끊임없이 보인다. 어쩌면 쓸모없는 소모전만 계속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계속 되어간다.

아마도 그가 정말로 안타까워한 것은 그런 무의미한 소모전으로 낭비되는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충분한 발전의 가능성을 외면하는 비합리적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그는 우리가 이성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한 발전의 가능성을 찾길 진정으로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의 글에서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 위한 우리들의 지루한 여행길에서 그 시발점이 되는 균형적인 관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그의 칼럼들이 이미 시효를 다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의미에서는 어쩌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이 적지 않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가 안타까워했던 그 문제들이 다만 그 행태를 달리할 뿐, 그 기저에 깔린 구조적 문제점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음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여전히 중요해보인다.

 

2008.11.18.


정운영(1944년 3월 18일 - 2005년 9월 24일) 충청남도 온양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후, 다시 온양으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나왔다. 1972년 중앙일보 입사해 기자로 일했다. 로마 가톨릭 사제들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은 정운영은 벨기에 루뱅 대학교에서 유학하여1981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후, 이듬해 한신대학교 경상학부 교수로 임용되었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연구하며, 김수행, 이영훈, 윤소영, 강남훈 등과 함께 한신 경제과학 연구소 활동을 주도했다. 1986년 한신대에서 해직당한 뒤, 서울대와 고려대 등에서 정치경제학을 강의했다.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동의 미래  (0) 2025.03.05
19단의 비밀 다음은 인도다  (0) 2025.03.05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1) 2025.03.05
찰리의 철학 공장  (1) 2025.03.05
SPEED  (0)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