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The God Delusion
리처드 도킨스 작 / 이한음 역
김영사 출판 / 2007년
'이기적 유전자'라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책을 저술한 리처드 도킨스, 그의 새로운 책 '만들어진 신'은 나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책순위에서 한동안 1위였는데, 600페이지에 가까운 그 두께로 인해서 사실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에 프리드먼의 '넥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1주일 동안이나 힘들게 읽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프리드먼의 책이 그다지 많은 흥미가 없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겠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추석연휴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주었고, 일정 부분 내가 그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인지, 첫 페이지를 펼치는 그 기분은 마치 어린 시절에 그토록 고대했던 프라모델을 조립하기 위해서 포장 상자를 두군거리며 여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 기분때문인지 나는 다른 어떤 책보다도 '만들어진 신'의 책내용을 조금은 장대하게 요약해보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저자는 신의 존재와 뿌리, 그리고 종교의 기능으로 생각된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분석, 그리고 신의 부재, 그로 인한 인간의 모습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분석하고 서술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 자신이 합리적인 다윈주의 무신론자로써, 19세기 과학(합리주의 혹은 이성주의)이 종교(한편으로는 일종의 집단 광기 혹은 미신으로 치부될 수 있는)에서 벗어난 이래, 근래에 종교가 다시 재등장하며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학으로 대표되는)을 침범하는 상황을 본서를 통해서 경고하고 있다.
신 가설(God Hypothesis)는 우주와 우리를 포함하여 그 안의 모든 것을, 의도를 갖고 설계하고 창조한 초인적, 초자연적 지성이 있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유신론자들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본서는 무엇인가를 설계할 정도로 충분한 복잡성을 지닌 창조적 지성은 오직 확장되는 점진적 진화과정의 최종산물로 출현한 것이라고 피력하며 이 정의에 따르면 신은 유해한 착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신 가설은 원시부족의 애니미즘, 다신교, 일신교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데, 본서에서는 주로 기독교(세가지 아브라함 종교)를 대상으로 서술될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아마도 이슬람 근본주의와 마친가지로 종교적 광신주의가 날뛰는 미국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세속주의를 토대로 한 미국이 지금은 가장 열성적인 기독교 국가가 되어가고 있는데, 이는 미국이 법적으로 세속적이라는 그 점 때문에 종교가 자유기업이 되었던 것이다. 미국에서의 무신론자에 대한 편견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에 불가지론이 하나의 입장이다. 신의 존재에 대한 불가지론은 TAP의 범주에 속하며, 그것은 확률적으로 어떻다고 강력하게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의 존재가 개연성이 있느냐이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신의 존재에 대한 논증이 많았다. 13세기 토마스 아퀴나스의 증명, 존재론적 논증, 아름다움 논증, 개인적 '경험'논증, 성서논증, 독실한 과학자 논증, 파스칼의 내기, 베이스 논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논증들은 신의 존재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토마스 아퀴나스의 다섯가지 증명은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한데다가 공허하기까지 하다. 그것들은 모두 무한회귀를 수반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적 '경험'논증을 보더라도 이는 우리의 뇌가 모형구축에 탁월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환각이다. 또한 성서논증의 경우, 우리는 성서 자체를 신뢰할 수 있느냐에 무척이나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성서자체가 오류와 왜곡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의 존재여부는 가설일 뿐이며 논증의 대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여러 세기 동안 인간의 지성에 도전한 가장 큰 과제들 중 하나는 우주의 복잡하고 있을 법 하지 않은 설계(신의 창조)처럼 보이는 것이 어떻게 출현하는 지 설명하는 것이었다. 설계처럼 보이는 것을 실제 설계로 보고 싶다는 유혹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시계 같은 인공물의 경우, 지적인 공학자가 설계자였다. 같은 논리를 눈이나 날개나 사람에게 적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 유혹은 잘못 된 것이다. 설계자 가설은 즉시 '설계자는 누가 설계했는가?'라는 더 큰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다윈의 진화다. 현재 우리는 생물에게서 나타나는 설계라는 환각이 그저 환각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물리학에는 상응하는 발견을 하지 못했다. 어떤 유협의 다중우주 이론이 생물학 분야의 다윈주의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설령 흡족한 이론이 아직 없더라도 지적 설계자라는 자멸적인 스카이훅 가설보다는 더 낫다.
저자는 종교는 무엇인가의 부산물로 본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저자의 가설은 아이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종보다도 더 앞선 세대들의 축척된 경험을 토대로 생존했으며 그 경험을 아이들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 대물림할 필요가 있다. 설교자들은 종교적이라기보다는 군사적인 메세지를 처음에는 전달했을 것이다. 다윈주의적인 생존과 관련된 이유들 때문에 아이의 뇌는 부모와 부모가 믿으라고 말한 어른들을 믿어야 한다. 세계, 우주, 도덕, 인간본성에 대한 말은 엄숙한 방식으로 통째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적 근거가 없는 서로 다른 임의의 신앙이 되물림될 것이다. 이러한 모형을 통해서 종교는 부산물로서 탄생했을 것이다.
인간은 종교없이 선할 수 있는가. 다윈주의는 생명의 계층구조에서 살아남아 자연선택이라는 여과지를 통과하는 단위가 이기적인 성향을 지닐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작용이 어느 수준에서 일어나느냐다. 여기에는 각각의 전술이 있다. 즉 자신의 유전적 친족을 선호하도록 각 생물을 프로그램하는 유전자는 통계적으로 자신의 사본들에게 혜택을 줄 가능성이 많다. 또 다윈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규명된 다른 유형의 이타주의는 호혜적 이타주의다. 고대에 가까운 친족과 잠재적인 보답자에게만 이타적일 수 있었다. 오늘날 그 제한조건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 경험규칙은 남아있다.
성서가 도덕이나 가치관의 원천이 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십계명처럼 직접 지시를 하거나 사례를 드는 것이다. 성서의 두 가지 경로를 따른다면 종교인이든 아니든 현대문명인이라면 누구라도 불쾌함을 느낄 도덕체계가 조장된다. 성서의 상당부분은 그저 기이할 뿐이다.수많은 익명의 저자, 편집자, 필사자 등이 9세기에 걸쳐 지리멸멸한 문서들을 혼랍스럽게 엮고 짓고 수정하고 번역하고 왜곡하고 개정한 선집에서 기대할만한 바로 그런 양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광신자들은 바로 그 기이한 내용들을 오류없는 도덕의 근원이자 가치관이라고 말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종교에 적대적인 것은 아무래도, 종교적 근본주의가 과학에 미치는 그 유해한 영향 뿐만이 아니라, 종교적 절대론이 미치는 어두운 그림자, 동성애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 뿐만이 아니라 온건한 신앙마저 광신을 부르는 비정상적인 상황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상 오늘날의 종교는 어린 시절의 교육을 통해서 제대로 된 인식없이 맹목적으로 믿어지고 있는 것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아이들에 대한 이러한 강요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비교적 길게 대강의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요약해보았다. 상당히 두께가 있는 책이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만 옮겼다. 신의 존재, 그것은 실로 대답하기 어려운 난제이기는 하다. 나 자신은 엄밀한 의미로 이야기를 한다면 합리적인 무신론자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신의 모습은 초자연적 이성이 아닌, 우주를 관장하는 어떤 포괄적인 법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동안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논증들의 논리적 허점에 대해서는 인지한 바가 크다. 대부분의 증거들은 합리적인 사고에 있어서 전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개인적 경험, 즉 기적이라는 것도 사실 믿음이 전혀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내 가족이 비록 로마카톨릭교를 믿고 있으나, 나는 한편으로는 역사전공자로써 성서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의심하지 말고 믿음을 믿으라는 말은 나에게는 전혀 납득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리처드 도킨스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으나, 그의 설명이 완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큰 기대일 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리처드 도킨스가 강조한 대로 합리적 과학이 종교에 방해되지 않는, 이성이 존중되기를 함께 기원할 뿐이고, 아울러 종교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해악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책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기원한다. 종교라는 색안경으로 세상을 왜곡되게 보는 사람들이 더이상 나오지를 않기를... 인간이 인간으로써 서로를 존중할 수 있도록.. 여성을 동성연애자를 그리고 약자를... 항상 인간의 마음에 기원할 뿐이다.
2007.9.26
Richard Dawkins, FRS (born March 26, 1941) is a British ethologist, evolutionary biologist and popular science writer who holds the Charles Simonyi Chair for the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Oxford. Dawkins first came to prominence with his 1976 book The Selfish Gene, which popularised the gene-centred view of evolution and introduced the term meme, helping found the field of memetics. In 1982, he made a widely cited contribution to the science of evolution with the theory, presented in his book The Extended Phenotype, that phenotypic effects are not limited to an organism's body but can stretch far into the environment, including into the bodies of other organisms. He has since written several best-selling popular books and appeared in a number of television and radio programmes, concerning evolutionary biology, creationism, and 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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