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동남아사입문

soocut28 2025. 2. 13. 09:53

동남아사입문 

Introduction to Southeast Asia History
저자 : 밀톤 W. 마이어   역자 : 김기태  

출판사 : 한국외국어대학출판부   

출판 1994년 4월 11일

 

내가 몇 년전에 필리핀에 잠깐 동안의 생활을 했었다는 개인적인 기억 이외에도,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그 하나의 주된 outlet으로 생각한 곳이 동남아시아 諸國이었기 때문이었는지 근래에 동남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커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 자체의 정체성을 만든 과거, 즉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동남아에 대해서 잘 서술된 책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인터넷 서점에도 없는 책을 찾아, 오랜만에 시내의 대형서점을 찾아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동남아사 입문이라는, 밀톤 W. 마이어 교수의 책을 택했다. 본서는 1966년 초판이 발행된 까닭에 사실 현대의 동남아를 이해한다는 목적에는 그다지 부합되지 않을 지 모른다. 하지만 본서가 동남아를 이해하는 서양인들의 기본적인 텍스트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저자는 동남아라는 지리적 용어를 중심으로 하여, 원호로 둘러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하나로 묶어 그 역사를 종합하면서 개별적으로 서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자가 이러한 방법론을 택한 까닭은 동남아가 무척이나 복잡하고 광범위한 민족이동과 외부로부터의 문화영향을 받아 서로 융합되었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남아라는 하나의 지리적 개념을 중심으로 저자는 이 지역을 선사시대로부터 1500년까지의 역사, 1500 - 1900년대의 서구의 침입, 1900 - 1945년까지의 식민지 쇠퇴,  그리고 2차대전 이후의 동남아 각국사로 구분하고 있다.

동남아는 그 선사시대 이래로 독자적인 문명의 기초를 쌓고 있었으나, 동 지역이 인도문명과 중국문명의 영향을 오랜기간 받아왔고, 그것은 이 지역의 복잡한 인종적, 종교적, 사상적 차이들을 양산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은 오랜시간을 지나면서 서로 융합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 나름대로의 하나의 특징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포루투갈과 스페인을 선두로 하는 구미제국들의 침입과 식민지화를 통해 동남아는 인도와 중국을 잇는 마지막 영향을 받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서구제국주의였다. 태국을 제외한 이 지역의 국가들은 영국, 네델란드, 프랑스, 미국에 의해서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러한 가운데 복잡한 퍼즐과 같은 모순의 파편들은 뭉그러져 합쳐지고 나눠졌다.

그리고 2차대전과 일본의 침입으로 인한 파괴를 뒤로 하고 동남아는 서구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했다. 전후의 동남아 각국은 그 나름대로의 선택을 따라 복잡한 양상을 보이면서,그 나름대로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본서의 초판이 1966년이라는 지금으로부터 약 40여년 전에 씌어진 책이므로 현대의 동남아시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서가 부족한 자료의 한가운데서 동남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으나, 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에 전부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서구의 식민주의가 이전의 인도 혹은 중국의 문화적 영향과 비슷한 성격과 영향을 동남아에 주었다는 맥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여기서 중국과 인도의 영향이라는 것에 대해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도문명과 중국의 영향이 동남아에 끼친 문화적 사상적 영향을 절대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서구제국주의와의 차이점이라면은 그것이 어떻게 기존의 문화와 융합되었는가 이다. 인도와 중국의 사상적 문화적 영향이 이 지역에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서구제국주의는 강압적이며 폭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그 결과가 유사하다고 할지라도 그 영향과 이 지역 사람들에게 남긴 유산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서구제국주의의 지배가 각국의 민족의식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었으며 그것이 발전되면서 서구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도 본다.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개념자체가 근대에 조합된 것이며, 민족의식의 자각이 꼭 서양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될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그것은 일종의 서양인들의 오만이다. 이 지역인들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정당하게 자신들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저자가 일본의 파괴적인 행위가 이 지역에 끼친 피해를 강조하면서도 서구제국주의에 긴 세월 신음한 동남아인들의 물질적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지 의심스럽다.

상기한 바대로 나는 본서의 저자가 지극히 단순한 논리구조로 동남아사를 보지 않았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서는 동남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적어도 이 지역에 대한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데 첫걸음이 될 수는 있기 때문이다.

 

2007.9.22


Milton Sanford Mayer (August 24, 1908 – April 20, 1986), a journalist and educator, was best known for his long-running column in The Progressive magazine, founded by Robert Marion LaFollette, Sr., in Madison, Wiscon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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