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저: 볼프 슈나이더
역: 박종대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05년 09월
내 인생의 커다란 선택 중 하나는 대학에서 내가 공부하고 싶은 학문을 내 스스로 정했다는 것이었다. 만약에 내가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전공을 선택했다면 계속해서 후회를 했을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전공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대학을 다닐 때뿐이라고 말했었다.
'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의 저자는 서문에서 흔히 듣는 질문인 '역사란 무엇입니까'라는 답을 하나의 이야기를 들어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나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것이었다. 즉, 1차대전 중 알프스 산맥에서 전투를 치루던 한 부대원들이 정찰을 나갔다가, 혹한으로 길을 잃었는데 그들의 소대장은 그들이 죽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소대장이 어떻게 생환을 했는지 묻자 그 중 한명이 말했다. 우연히 주머니에서 지도를 발견했고 자신들은 그 지도를 믿고 침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대장이 그 지도를 건네받고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그 지도가 알프스 산맥의 지도가 아니라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기 때문이다. 역사학은 그런 것이라고 나 역시 믿는다.
역사는 승자와 패자로 대별되는 이분법적 사고로 인식되어 왔으며, 흔히 역사는 승자의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관과 차별되게 역사에서 발견되는 위대한 패배자들의 모습을 추적하면서, 이 세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패배자들인 당신과 나와 같은 사람들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나름대로의 카테고리를 통하여 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데 사실은 몇몇 인물을 빼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용은 비교적 평이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지만, 사실 그것이 나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다가온다. 보다 더 자세히 저자가 소개하는 인물들의 궤적이 역사에서 가지는 위치라든지 의미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친절함이 없이는 본서는 그저 흔한 역사책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나처럼 전철에 기대어 책을 읽길 원한다면 권하고 싶다. 역사책은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논픽션 소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20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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