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soocut28 2025. 2. 12. 10:19

연합함대 그 출범에서 침몰까지 : 태평양전쟁과 일본 연합함대
저: 박재석,남창훈

출판사: 가람기획

출판일: 2005년 08월

 

러시아 출장을 가면서 가볍게 읽을 책을 하나 선택하고 싶었고, 그 동안 일본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합함대의 궤적을 나 역시 궁금해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다. 블라디보스톡을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호텔에서 그리고 나홋카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서 간간히 읽은 책은 어떤 한사람의 인생이 절정을 달하다가 몰락하는 것 같은... 말하자면 잘 짜여진 드라마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정러시아의 붕괴를 가져온 러일전쟁은 일본에게 있어서는 서양과의 정규전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그 승리를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이끄는 일본연합함대에 의한 동해해전의 승리였다. 러일전쟁의 패배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감정은 지금도 남아있는 듯 했는데, 그것은 사뭇 우습게 본 동양에 의해서 자신들이 패했다는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해군이 믿었던 시대착오적인 함대결전사상과 판단착오, 연공서열에 의한 경직된 조직구조, 분열된 육군과 해군의 대립 등이 아마도 일본해군이 진주만 공격에 보여주었던 함재기에 의한 새로운 공격형태와 전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나는 가끔 일본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플로피디스크, 시디, 워크맨 등과 같은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냈지만, 굳어져 있는 조직구조와 사회시스템으로 인해서 결국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어떤 시대사상이라든지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어쩌면 일본의 한계일 지도 모른다.

일본인들에게 어쩌면 연합함대의 존재는 잠깐의 영광을 다시 되돌리는 아이콘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반성이나 그 이면의 안타까운 모습을 전혀보지 않는다면 얼마나 우매한 일일까. 인간으로써, 나는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과 민간인들 그리고 광신적인 명령에 희생된 가미카제 조종사들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진실로 제대로 본다면 아마도 연합함대를 아이콘으로 생각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갈수록 우익화되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나는 어쩌면 그들이 얼마나 공허하고 슬픈 사람들인지를 느끼는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영광은 마치 물속에 손을 담궈 물을 퍼올려도 물은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 사라지는 것 같이 없어졌다는 것을 아마도 제대로 인지해야 될 것이다.

 

200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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