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저: 정재승
출판사: 동아시아
출판일: 2003년 11월
내가 종합상사에서 일했을 때, 당시 나에게 주어진 질문, 아니 어쩌면 상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전부 해당이 되었을 질문을 생각하게 했다. 그것은 Specialist과 될 것인가 아니면 Generalist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사실 종합상사가 이전에 비해서 많은 부분 그 기능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쇄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 우리는 과연 한가지 분야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되느냐 아니면 여러 팀을 거치면서 무엇이든 조금씩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할 수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아마도 시대가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Generalist와 Specialist의 중간, 즉 모든 분야를 다 잘하면서도 맡은 일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90년대 초반까지 기업들에서 컴퓨터란 책상에 한대도 없었고, 타자기 조차도 한구석에 있었다. 자판을 칠 줄 모르는 남자사원들을 위해서 타자기만 치는 여직원도 있었다. 지금은 한 사람의 남사원, 여사원이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내가 책과는 다소 방향이 엉뚱할 수 있는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이른바 점점 발전하고 있는 '퓨전화'에 대한 여러가지 현상들을 바로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재미있게 풀어가는 여러가지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경제, 음악, 예술과 물리학에 의한 재해석과 관점을 여기서 길게 써내려가는 것은 그다지 의미는 없을 듯 하다.
다만, 나는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 바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들 개개인이 짊어지고 해야될 일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그것들이 단지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는 것에서 벗어나 여러가지 것들이 융합되고 합쳐지는 과정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배타적이고 보수적일 수 있는 학문의 영역에서조차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흥미롭게 전개될 새로운 방식의 문화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도 좀더 복잡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좀더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그 특징의 하나는 아마도 '퓨전화'일 것이다.
2007.3.28
정재승(1972년 ~ )은 대한민국의 과학자이다. 경기과학고를 거쳐, KAIST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의대 정신과 연구원, 콜롬비아의대 정신과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의사결정의 신경과학, 정신질환 모델링, Brain-Robot Interface 등이며, 복잡계과학, 비선형 동역학, 의사결정 뇌인지과학 분야의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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