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세계화의 덫 (Die Globalisierungsfalle)

soocut28 2025. 2. 12. 09:36

세계화의 덫 (Die Globalisierungsfalle)
저: 한스 페터 마르틴,하랄트 슈만

역: 강수돌

출판사: 영림카디널

출판일: 2003년 05월

 

세계화의 덫은 이 책이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 내용이 대부분 유럽의 상황에 해당하며 그 대안도 유럽에 해당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에도, 현재 거세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혹은 지구화라고도 하는 전세계적인 현상)의 물결 속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내가 지인들을 만났을 때,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프리드먼 作)' 그리고 '세계화의 덫'을 읽어보라고 항상 권하는 것은 세계화에 대한 전혀 상반된 견해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이 책들이기 때문이다. 세계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분별한 찬양과 일방주의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면, '세계화의 덫'은 이 와는 상반되게 세계화의 진행에 따른 단점과 고통들을 적나라하게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들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르는 것이 될 것이고, 이는 아마도 아무도 강제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어쨌든.

본서는 세계화의 시대가 만들어내는 세상을 20:80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사회적 강자인 20%가 사회적 약자인 80%를 지배하는 이른바,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지칭한 것이다. 세계화는 기본적으로 그 양상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입김을 많이 받고 있다. 발달된 물류, 통신 인프라를 통하여 이른바 미국문화는 빠른 속도로 파급되고 있고, 이는 심각한 문화의 동화현상(혹은 저급문화의 확산)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국가도 통제할 수 없는 자본시장의 독재는 이제까지 민족국가가 가지고 있던 통화권, 조세권 등에 심각하고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세계화시대의 최대의 수혜자인 다국적기업들은 투자조건과 저임금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각국 정부는 이들을 규제할 수단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세금을 낮추고 있고, 세수부족은 다시 복지의 축소로 충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낮은 임금의 국가로 생산기반을 옮김으로써, 전세계적으로 하향평준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하향평준화는 사실상 각 국의 중산층과 중하층에게 외국인에 대한 심각한 분노와  적개심마저 주입하고 있다. 우익의 대두는 이러한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등장한 것이다. 전체적인 부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부는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있다. 부의 위에서 아래로의 분배가 아니라, 부의 아래에서의 위로의 분배가 일어나고 있다. 20%의 강자들은 세금을 조세피난처로 분산하는 데 비하여, 임금노동자들은 더욱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이러한 경향은 지역별 혹은 계층별로 심각한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세계화를 떠들고 있고 기업가들과 미국, 영국정부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세계화가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점점 부정적인 것이 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산층은 자신들의 지위가 점차 약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중하층은 계속 그 삶의 질이 훼손되어가는 것 같다. 투기자본의 무정부적인 활동은 민족국가의 테두리에서는 결코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민주주의 테두리에서 이들이 통제되지 못함을 단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부제로 단 것처럼 세계화가 삶의 질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공격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로 그런 것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대안이라는 것, 즉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것은 정치를 압도한 경제를 다시 정치가 압도하는 상황으로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사실상 금융시장에서의 거래세, 판매세 그리고 덧붙여 환경세의 도입을 통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켜 세계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미국인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들은 미국이 이제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배제하고 움직인 적이 없으며 이러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가운데서 유럽통합을 통한 대안이 등장하게 된다. 적어도 유럽통합은 미국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고삐풀린 세계화에 대한 견제를 가능케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난제들이 있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서 유럽연합이 그 정통성을 부여받아야 될 것이다. 또한 아직 세계화에 대항할 체계적인 정치세력의 부재는 '시민사회'의 통합과 담을 넘은 토론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조직되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경제에 대한 정치의 압도라는 부분에서 이전의 관료주의가 되살아나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화의 덫은 매우 매력적인 책으로써 지금까지 많은 시사점을 준다.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가 과연 정치인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진정으로이바지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흡사 우리는 근미래에 20:80의 양극단의 사회로 재편되어,  마치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는 브라질  부유층과 아무렇게나 방치된 저소득층의 사회처럼 변할 가능성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된다고 소리치지만, 과연 우리들 자신의 근본적인 문제, 삶의 질은 향상되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을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07.1.20


Hans-Peter Martin (1957 -) An experienced political journalist, Dr Hans-Peter Martin has been the Foreign Policy Editor of the German news magazine 'Der Spiegel since 1986 and has worked as a foreign correspondent for the magazine in South America, Vienna and Prague.

 

Harald Schumann (* 1957 in Kassel) ist ein deutscher Autor, investigativer Journalist und Diplom-Ingenieur mit Wahlheimat in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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