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기후, 에너지 그리고 녹색 이야기

soocut28 2025. 5. 10. 07:47

기후, 에너지 그리고 녹색 이야기

(From Black To Green)
저: 김도연

출판사: 생각의나무

출판일: 2010년 02월

 

고경태 기자의 '유혹하는 에디터'라는 책이 기억났다. 그 책을 떠올리니, 어떻게 하면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좋은 제목을 저자들이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떠올렸다. 제목이란 어떻게 보면 소비자인 독자들을 꼬시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제3의 길'을 주창했던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이 쓴 '노동의 미래'라는 책이 떠올랐다. 제목만 보고 급하게 산 책의 첫장을 읽어가기 시작했을 때, 난 이 책이 내가 생각했던 노동문제 혹은 미래 사회의 노동의 가치와 변화 등을 전망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사실 책의 제목은 '영국 노동당의 미래'라고 했어야 마땅했다. 속았던 것이다.

이 책도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지만, 그렇게 새로울 것은 그다지 없는, 그러니까 기후변화를 다룬 수많은 그저그런 책일 뿐이다. 마치 타국 정부는 친환경 정책을 이미 충실하게 실천하는 마당에,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 (Green Growth)를 주창하면서, 요란하게 떠드는 것과 같아 보인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은 이 책의 수준이 울산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는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교양서로 기후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흐름이라든가 기술적 변화, 그리고 국제사회의 노력과 같은 줄거리를 요약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그 가치가 그렇게 낮지는 않을 듯 싶기도 하다. '기후, 에너지 그리고 녹색 이야기: 기후변화 관련 요약본'... 내가 생각한 적당한 책제목이다.

기후변화 (Climate change)란 북극 지역이나 태평양 한복판처럼 인공시설물들이 전혀 없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격한 온난화'를 의미한다.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기온 상승의 30%는 도시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기후변화는 인류의 산업활동, 특히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사실 인류 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연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기후변화가 인류문명이 만들어낸 온실가스 때문인 것 같지만 그 밖의 이유도 존재할 수 있다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지구의 기후는 9만년의 빙하기와 1만년의 온난기가 교차하면서 약 10만년마다 주기적으로 바꿔왔다. 이러한 주기로 보자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1만5천년간의 온난기는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긴 것이다. 이 결과를 통해서 지구가 갑자기 추워질 것을 걱정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태양이라는 무한에너지 공급원이 있기 때문이며 이와 더불어 대기권이라는 공기층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CO2와 같은 온실가스는 지구의 열을 보존해주는 유리 지붕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많아서도 안 되고 적어도 안 되는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지구의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이다. 메탄이나 산화질소는 물론 CO2의 증가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인간 활동의 결과라고 간주되고 있다. 자동차, 화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및 제철공장에서 주로 CO2가 만들어진다. 한편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CO2에 비해 각기 23배, 296배의 온실효과를 보인다. 메탄가스나 산화질소는 공장에서도 배출되지만 그보다 휠씬 많은 양이 소나 돼지와 같은 식용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류가 식습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과거 지구의 온도와 대기 중의 CO2 농도는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이는 지구 표면의 72%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다는 우리가 현재 대기로 내보내는 CO2의 약 절반을 흡수한다. 그러나 지구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에서 CO2가 많이 빠져나와 대기층의 CO2 농도는 높아지게 된다. 이는 다시 온실가스로 작용하고 다시 CO2는 많이 빠져나오는 양성효과 (Negative feedback effect)를 불러온다. 지구온난화 측면에서 바다가 CO2를 흡수하니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바닷물 자체가 산성도가 높아진다. 이는 더욱 심각한 재앙일 수 있다. 바닷물은 전체적으로 pH 8.179로 약 알칼리성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바닷물의 산성화는 바닷물의 염기성이 좀 덜해지거나 중성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태양의 열과 빛은 수소원자핵이 충돌해서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의 결과물이다. 지구의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성장한다. 결과적으로 태양은 모든 에너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석탄은 지구상의 어느 지역에서도 발견되는 가장 흔하면서도 양적으로 가장 풍부한 자원이다. 세계 전체의 매장량은 10조톤, 그리고 가채량은 약 5, 000 ~ 6,000억 톤으로 추산된다. 제임스 와트가 만들어 낸 증기기관 및 산업혁명은 대규모의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면서 귀족이나 지주는 힘을 잃게 되고, 그에 따라 정치체제도 크게 바꿘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가솔린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은 자동차 산업을 만들어내면서 두번째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이 밖에 전기, 원자력 등의 에너지가 있다. 원자력은 사실 기후변화에 있어서 희망도 재앙도 아니다. 단지 인류가 만들어낸 하나의 과학기술일 뿐이다.

풍력, 조력, 태양광 및 태양열 등 여러 무공해 청정 에너지원들을 이용하는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비효율적이며 비싸다. 즉,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드 패리티 (Grid Parity)'란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가 동일해지는 지점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 관건이 효율과 경제성이라면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무공해 청정에너지인 햇빛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연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2005 ~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울산대 현 총장 (2008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