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Denken Sie Selbst!
저: 빈스 에버르트
역: 조경수
출판사: 이순
출판일: 2009년 10월
아마도 올해처럼 휴일이 없는 연도(하긴 작년에도 대부분의 휴일은 주말에 집중되었었다. 끔찍했다. MB가 달력도 바꾼 걸까?)에서 기나긴 추석연휴는 몸을 재충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이유에 더해서 오히려 긴 연휴로 인해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 출장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업무를 맡아 담당자가 되면서, 어떤 타이밍에서 어떤 일을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그 시간에 연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짜증이라는 것은 없었다. 다만 9월말임에도 불구하고 도쿄는 너무 더웠고, 양복 상의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는 것 빼고는.
전에,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길에서 오히려 더 깊은 독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부산하고 바쁜 일정이 계속되지만, 잠깐의 여유는 책 내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 보였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타이틀이 네 눈에 딱 들어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카바레티스트(?)라는 스탠딩 코미디 공연을 하는 빈스 에버르트라는 매우 생소한 이름의 독일인이 쓴 이 책은 생각대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 정도 였다. 한편으로는 생각의 방향 혹은 시각을 달리 하라는 주문이 계속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ntro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식인은 흔히 선구자라고 불린다. 과학자는 숙고하는 자, 철학자는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자다. 기술자는 남들과 함께 생각하면 족하다. 그 외에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숱한 사람들이 있다. 사유를 아웃소싱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남에게 생각을 맡기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막말로 어리석다거나 멍청하다거나 저능하다고 부른다." 사유를 아웃소싱한다는 것... 아마도 인류의 역사 상에서 숙고하고 독창적으로 생각하는 사유의 영역을 차지했던 것은 엘리트 계층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까지 제대로 생각할 지도 모른채 인생을 소비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독서를 많이 하고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는 정당성을 스스로 변호한다.
인터넷이라는 정보망을 통한 수많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우리들은 사고한다는 개념을 잊어 버리고, 정보를 찾아 편집하는 데만 힘을 썼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들의 사고수준은 자꾸 떨어지는 것일까. 한겨레 21에서 오래 전에 20대 후반의 박노자의 사유의 깊이를 우리와 비교하며 개탄했던 일도 있었는데. 하지만, 인간의 역사가 흘러가는 방향의 일정성이 있어 이런 전반적인 무개념의 계속은 독일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걸스럽게 지식을 접하고, 사고하자. 좀 더 생각하자. 그것이 비록 틀렸을 지도 모르지만...
Vince Ebert (born May 23, 1968 in Miltenberg in the Bavarian Odenwald as Holger Ebert) is a German cabaret artist, comedian and former advertising agency planner.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에너지 그리고 녹색 이야기 (0) | 2025.05.10 |
---|---|
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있는 편집 노하우 (0) | 2025.05.10 |
달러가 사라진 세계 : 2012년, 금융 시한폭탄에 대비하라 (0) | 2025.05.10 |
HD 역사 스페셜 2권 / 3권 (0) | 2025.05.10 |
신화 속 상상동물 열전 (0) | 2025.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