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알파독 :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

soocut28 2025. 5. 10. 07:20

알파독 :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

Alpha Dogs (2008)

저: 제임스 하딩

역: 이순희

출판사: 부키

출판일: 2010년 05월

계속 되는 비, 우중충한 날씨 속에서 책을 읽는 것이 그나마 나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지루하고 뻔히 보이는 한계를 느끼면서, 계속 술을 마셔댔다. 답답함이라든지 매너리즘을 극복한다는 진부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것처럼 바보같은 일도 없을 것이다. 하루 정도는 휴가를 내고서, 쉬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 역시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지나가면서 몸은 말 그대로 녹아 들어갔다. 내리는 비에 나도 함께 축축하고 끈적끈적해지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시거나, 혹은 한쪽으로 앉아서 책을 읽거나 지루한 날들은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하긴, 세상을 살면서 재미와 흥분으로 언제나 하루를 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순진하게 착각했던 것인가?
알파독이라는 이 책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 무엇인가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보다도 더 나긋나긋하고 매력적이기 마련이다. 이 책은 영화 제작자 데이비드 소여와 카피라이터 스콧 밀러가 함께 만든 소여 밀러 그룹라는 작은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 컨설던트 회사의 이야기다. 이들에게는 정치계의 새로운 미디어인 텔레비젼을 활용하는 뛰어난 재주와 대중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텔레비젼이 가진 힘을 이용했고 선거전에 심리학 이론과 광고를 이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한편 소여 밀러 그룹은 단명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미국의 선거 운동 전략을 해외에 전파할 기회를 잡았고, 영향력을 발휘하며 미국의 정치 캠페인을 전 세계에 판매했다.
소여 밀러 그룹은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가 주도한 '피플파워 People Power' 혁명을 도왔고, 칠레 민주화 세력의 피노체트 장군 축출을 도왔다. 그리스와 페루에서 펼친 활동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볼리비아, 콜럼비아, 에콰도르의 고객들은 승리를 챙겼다. 소여 밀러는 한창 때 세계 각지의 수십 개 나라에서 활동하면서 십억이 넘는 사람들의 생활에 관여했다. 놀라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달라이 라마, 시몬 페레스, 김대중, 오스카 아리아스 산체스, 레흐 바웬사 등 다섯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에게 정치전략을 제공했지만, "고문 정부들이 드나드는 로비"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이는 콜롬비아 등 인권 탄압으로 오명을 얻은 국가들을 위해서 활동하는데 따른 비난이었다
소여 밀러와 신세대 정치인들은 텔레비젼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지만 품위는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고객들에게 '네거티브 전술'을 권하고 '스핀 spin (여론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특정 조직이나 인물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쪽으로 어떤 사건이나 캠페인에 대한 해석을 내놓은 홍보활동, 여론조작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며, 스핀 전략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그룹은 스핀닥터 spin doctor'라고 한다.) 을 활용하고, 지속적인 여론조사와 상시적인 선거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보다는 인물에 방점을 두었으며, 유권자 집단을 작은 타깃 단위로 세분화했다.
소여 밀러는 유권자를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이 일반 대중을 외면하는 정치문화를 선도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일반인들이 정보에 접근하게 되면서 정부의 권위는 실추되고 정당의 영향력이 약화되었으며, 이데올로기의 차별성이 점점 줄어들었고 20세기에 들어와 융성한 각종 이념이 실용주의로 대치되었다. 이전에는 정치가 인간의 삶을 규정짓거나 왜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정치는 그런 힘을 상실했다. 스핀으로 인해서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은 더욱 늘었고, 정치가와 냉소적인 미디어, 정치를 불신하는 대중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국민적인 대화의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미국식 정치의 확산과 미국인 정치 컨설던트의 세계적인 활약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묘한 구현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알파독'과 같은 소여 밀러 그룹이 있었다. 오늘날의 진짜 권력은 현대판 마키아벨리인 정치 컨설던트가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많은 정치 컨설던트들이 활약하고 있으며, 이제 새롭게 등장한 여러 미디어(인터넷과 같은)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1970년대 텔레비젼 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하고 접목했던 소여 밀러와 같이 커다란 기회의 도구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Newsweek에서는 The Starbucks of Global Politics라고 표현했네요. 재미있는 표현 같네요.)



James Harding (born 1969) is a British journalist. In December 2007, he was named editor of The Times newspaper, following Robert Thomson's appointment as publisher of the Wall Street Journal. Harding was educated at the independent St. Paul's School in Barnes, near Hammersmith in London, followed by Trinity College, Cambridge and City University. Before entering the media, he worked as a speechwriter to a senior Japanese civil servant and for the Japan unit of the European Commission. He began his journalistic career at the Financial Times in 1994 and two years later opened the paper's Shanghai bureau. After serving for three years as the Financial Times' Washington bureau chief, he joined The Times in 2006 as Business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