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soocut28 2025. 4. 23. 15:48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The Art of Travel 

저자: 알랭 드 보통

역자: 정영목 

출판사: 이레 

출판일: 2004년 07월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그것이 출장이든지 아니면 여행이든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출장이라는 조금은 목적이 분명한 공적인 일을 위한 떠남이라도,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세계의 각 도시로 연결되는 수많은 비행편들의 어지러운 상황판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제까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이곳을 훌쩍 영원히 떠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간은 본래 적응을 잘하는 존재이다보니, 낯설음과 외로움에 생길 수 있는 우울함이야 금방 사라질 것이다.

원래 인간은 외롭고 고독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길은 왠지 그런 고독감의 절정을 맛볼 수 있는 자리 같기도 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쿄의 한 호텔방에 난 혼자 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으며, 내일부터 만나는 거래처도 어떻게 보면 그저 내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이방인들의 하나처럼 보인다. 물론 상대방에게도 나는 그렇게 비춰질 것이다. 문득, 나는 그 많았던 나의 출장과 여행에서 흔히 느꼈던 감정의 굴곡과 스스로 물었던 의미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비슷함을 발견하고서는 사뭇 놀랐다.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인생의 결정은 그리 거창한 목표나 계기가 없어도 된다는 것, 즉 단순한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난 종종 잊어버리고는 했다. 여행에 대한 기대, 특별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기대는 우리가 가는 그곳도 인간의 삶이 있음으로 희석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여행은 삶을 기억하고, 들어가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다. 어쩌면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는 현실보다는 예술에서 더 쉽게 경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랑자, 본질적 고립, 침묵, 외로움... 이와 같은 감정들이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말한 대로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우리는 하찮은 곳에서, 외로움과 고집을 느끼며 본질적으로 그로 인해 거기에 끌리는 지도 모른다. 보를레르의 詩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자면,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을 것 같은 제3의 공간들, 휴게소와 공항, 모텔에서 관습적인 편안함에서 벗어난 이질감을 왜 그렇게 그들이 쫓았는 지를 알 것 같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었다.

(Edward Hopper - Hotel Room, 1931)

어떤 특정한 공간이 내포한 삶, 그 작은 이국적인 요소들이 타자에 대한 동경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이국적인 것은 실로 우리의 삶의 공간에서 얻지 못한 것. 우리 인생에서 모호하고 나름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상황은 언제나 그렇게 여행에 의해서 의미를 찾을 만한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 같다. 플로베르에게 이집트가 부르주아적 가치에 대한 반발,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하고자 했던 노력, 그것을 생각한다. 그가 플로베르이기도 하지만 아부 차나브이기도 했던 것 처럼.

한편으로는 어떤 낯선 곳을 출장으로 갈 때마다, 나는 타지를 떠돌 잠깐의 기회를 얻지만, 냉담함에 시달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을 해야 되나? 어떤 생각을 해야 되나? 사실을 찾아나서는 여행자, 혹은 인생의 목적을 찾는 여행자.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일 것이다. 이미 사실의 발견이 상당히 이루어진 현재, 삶의 무엇인가를 고양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해진다.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 거기에 맞춰 방향을 잡는다. 거기서 답을 얻는 것이라는 믿고 싶다. 그것이 볼래 그렇게 유용한 것이 아니더라도.

워즈워스를 보면, 나는 저자가 말한 대로 우리의 정체성에는 다소간의 순응성이 있다는 원칙을 믿고 싶어진다. 함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신의 변화. 나는 2010년에 그것을 느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진지함.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듯. 위대한 자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워즈워스가 시간의 점이라고 일컫는 것을 나 역시 기억한다. 3월11일... 그랬다.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어떤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까? 책을 읽은 뒤에 나는 내 머리 속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책에 메모도 하고 써보고 했다. 내용을 정리한다고 했지만, 사실 요약이라고 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읽는 중간중간에 써놓은 메모들을 한 곳에 모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장소가 의미있는 것은 그 장소를 어떻게 바라보는 가, 그리고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 혹은 누군가와 함께 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문득 책을 읽은 뒤에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플로베르, 워즈워스를 보거나 읽고 싶어졌다.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존 러스킨이 충고한 대로 어딘가 출장을 가든지 여행을 가든지, 스케치를 하고 말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후일 누군가에게 바칠 책이라도 한 권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면서 말이다. 

(From Samcheonggak, you can get the night view of Seoul at a glance.)

 

 

Alain de Botton (born 20 December 1969, Zurich) is a Swiss writer, television presenter and entrepreneur. His books and television programmes discuss various subjects in a philosophical style with an emphasis on their relevance to everyday life. In August 2008, he was a founding member of a new educational establishment in central London called The School of Life. In May 2009, he was a founding member of a new architectural organisation called Living Architecture.

 

Edward Hopper (July 22, 1882 – May 15, 1967) was a prominent American realist painter and printmaker. While most popularly known for his oil paintings, he was equally proficient as a watercolourist and printmaker in etching. In both his urban and rural scenes, his spare and finely calculated renderings reflected his vision of modern American life.

 

Charles Pierre Baudelaire (April 9, 1821 – August 31, 1867) was a nineteenth-century French poet, critic, and translator. A controversial figure in his lifetime, Baudelaire's name has become a byword for literary and artistic decadence. At the same time, his works, in particular his book of poetry Les fleurs du mal (The Flowers of Evil), have been acknowledged as classics of French literature.

 

Gustave Flaubert (December 12, 1821 – May 8, 1880) was a French writer who is counted among the greatest Western novelists. He is known especially for his first published novel, Madame Bovary (1857), and for his scrupulous devotion to his art and 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