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뒤흔든 아편의 역사 : 15~20세기
The Social Life of Opuim in China
저자: 정양원
역자: 공원국
출판사: 에코리브르
출판일: 2009년 01월
아마도 2009년에 읽은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 근래에 잦은 연말의 술자리에서도 되도록 흥미가 있는 주제들에 대한 책들을 열심히 읽어나가려고 생각했었다.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겨지고, 또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는 일들은 설레임에서 지금은 약간의 두려움으로 바꿔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에게는 많은 에너지가 있음을 믿고, 믿는 바를 열심히 하려는 생각이 더 많다. 아직은 나 자신이 젊다고 생각해서 일까?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많은 것들을 얻어가는 그 시간과 과정이 너무나 소중한 것 같다. 2010년을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2009년의 마지막 책을 살펴보고 싶다.
중국역사에서 아편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 혹은 개념들을 하나씩 생각해본다면, '아편전쟁', '임칙서', '제국주의의 침탈' 등과 같은 대표적인 것들이 떠올려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간단히 정의하는 아편의 이미지는 근대 중국사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간략하게 말한다면, 청나라와의 무역거래를 시작한 영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차 등과 같은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자,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아편을 재배, 판매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적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임칙서의 대응이 아편전쟁이라는 상황을 초래, 중국을 반식민지적 상황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의 나 자신의 중국사에 있어서의 아편의 의미라는 것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아편수출도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중국사에서의 아편의 실상을 이렇게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사에서 과연 아편의 의미는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즉 영문 제목과 같이 중국에서의 아편의 사회적 삶은 어떠했는가를 추적해가야 진정한 역할을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편의 시작을 명나라 시대부터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아편에 대한 실질적인 모습이 어떠했는가는 단순하게 추리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따라서, 저자는 명나라부터 근대까지의 방대한 자료들을, 예를 들면 문학작품, 일기, 공식기록 등, 통하여 그 모습을 복원해가고 있다.
는 아편의 모습을 문화적인 맥락에서 전기적 방법에 의해서 고찰하고 있다. 명나라 초기의 활발한 해외원정은 조공무역이라는 형태의 활발한 무역을 일으켰다. 동남아시아 제국들은 명나라에 갖가지 특산품들을 바쳤는데, 그 중에는 아편이 있었다. 처음 아편은 의약품으로 소개되었으나, 이어서 性에 관련된 미약(aphrodisiac)으로 전화되었고, 뒤이어 정예 관료학자들 사이의 취미이자 값비싼 洋貨로 변화했다. 청말 민국 시기 이래는 아편은 대중문화의 한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는데, 차와 설탕이 영국의 노동자계급에게 기능했던 것과 같았다. 아편은 성산업과 일종의 유희로서 점차 위로부터 아래로 확산되었던 것이며, 이것이 아편의 사회적인 삶이었다.
아편은 체면이라는 특유의 중국식 도덕, 의사소통양식 그리고 화폐대용의 기능으로까지 전화되었다. 아편이 상층계층의 값비싼 유희에서 하층민까지 확산되자, 단속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현재의 아편에 대한 이미지는 이러한 공식적인 제국의 금지론에 경도된 편견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나라를 비롯한 민국, 군벌 그리고 공산당조차 아편을 통한 막대한 자금으로 형성된 아편정권과 다름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따라서 공식적 입장과 매우 다른 실질적 태도를 취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아편의 실질적인 모습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이다.
본서는 매우 지루한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아편이 실질적으로 중국역사에 일정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의미가 사회문화적으로 복원해본다면, 매우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방대하게 인용된 자료들을 볼 때면, 이 책에 저자가 쏟은 애정과 그 오랜 연구와 성찰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일제조차 중국에 있어서의 아편을 악용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이에 협조했다는 한 문장은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Dr Yangwen Zheng Born and raised in China, my education has taken me from China to the United States (Oberlin College, BA 1995), from France (Université de Strasbourg) to King's College, Cambridge (MPhil 1997 and PhD 2001). Then I taught and conducted research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02-04) and the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2004 - 06). This global learning and research experience has shaped my intellectual work so f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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