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지상 최대의 쇼

soocut28 2025. 4. 23. 15:45

지상 최대의 쇼  

The Greatest Show on Earth  : The Evidence for Evolution

저자: 리처드 도킨스

역자: 김명남

출판사: 김영사

 

2년만에 필리핀으로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어차피 그다지 빡빡한 일정도 아니었으므로 출장 기간 중에 읽을 만한 책을 하나 사기 위해서 공항서점에 들어갔다. 오전 8시40분 비행기였으므로 일찍 공항으로 향했기 때문에 서점이 열었는 지 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이도 막 영업을 시작한 터였다. 공항서점에서 어떤 책을 사야 될까 고민을 좀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근래 선택했던 책들에 후회를 했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를 보자마자,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바로 사들었다. 마음은 그 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산 후의 두근거림이었다고나 할까?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을 이전에 읽은 적이 있었고, 읽으면서 많은 감흥을 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부터 나 자신을 스스로 냉정한 현실주의자이며, 무신론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될 것은 그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라고 언제나 주지하고 있었다. 카톨릭을 믿는 친가와 외가의 분위기 속에서도 나는 한번도 신을 진정으로 믿은 적이 없었고, 의지한 적도 없었다. 따라서, 리처드 도킨스의 글을 읽었을 때, 내가 느꼈던 명쾌함을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찰스 다윈 탄생 200주년이 되는 2009년에 맞춰 씌여진 '지상 최대의 쇼'는 '종의 기원'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매우 매력적인 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창조론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의 성격도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 책의 가치를 떨어지게 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신의 존재와 종교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몫이라고 보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사회의 건전한 발전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잃어버린 고리',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반박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진화의 증거가 되는 중간단계 생물의 화석은 없으며, 또한 지구는 1만년 안팍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잃어버린 고리? 이에 대해서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가 왜 명백한 사실인 지에 대해서 증명할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고 말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따라, 인위선택에 의한 변이를 개와 소 그리고 양배추의 예를 들어 설명하며, 저자들에게 자연선택의 증거들을 뒤이어 제시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적절한 비유와 사건현장을 조사하는 탐정의 시야로 진화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찾는 방법과 지식도 알려준다. 화석은 창조론자들이 말하는 유일한 증거가 아니며, 이미 수많은 화석이 그들이 주장하는 중간단계 생물의 모습을 시사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DNA, 분자생물학적 증거, 설계되었다고는 절대 볼 수 없는 불완전한 생물의 몸... 그가 말하는 그 수많은 증거들은 흥미롭고 또한 설득력이 있다. 생물의 지리적 분포와 연결된 판 구조론, 지질학적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진화 시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명의 그 위대한 노정과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자신이 그 장대하고 경이로운 과정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본서 마지막 부분을 적어본다.  "우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에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것은 마을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다."

문득, 생명의 신비로움과 그 장대한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온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인생을 한번이라고 생각하는 시니컬한 현실주의자, 그리고 무신론자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행복한 느낌, 그랬다. 스스로 난 자신에게 말했었다. "너의 가슴이 다시 힘차게 뛰고 있으며, 그것이 네 짧은 삶을 지탱할 힘과 이유를 줄 것이다."라고. 죽음은 물론 영원한 안식이고,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칼 세이건이 그의 저서 '코스모스'에서 영겁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당신을 만나 이 찰나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한 것처럼 나 역시 그럴 수 있다면 된 것 아닐까?

 



Richard Dawkins, FRS (born March 26, 1941) is a British ethologist, evolutionary biologist and popular science writer who holds the Charles Simonyi Chair for the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t the University of Oxford. Dawkins first came to prominence with his 1976 book The Selfish Gene, which popularised the gene-centred view of evolution and introduced the term meme, helping found the field of memetics. In 1982, he made a widely-cited contribution to the science of evolution with the theory, presented in his book The Extended Phenotype, that phenotypic effects are not limited to an organism's body but can stretch far into the environment, including into the bodies of other organisms. He has since written several best-selling popular books and appeared in many television and radio programmes, concerning evolutionary biology, creationism, and relig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