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신라인 이야기 :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

soocut28 2025. 4. 23. 15:30

신라인 이야기 : 고대영웅들의 화려한 귀환
저자: 서영교

출판사: 살림출판사 

출판일: 2009년 03월

 

MBC의 역사 드라마 '선덕여왕'의 높은 인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대사에 대한 작은 관심들을 불러 일으킨 것 같다. 흔히 사극에서 접할 수 있는 조선시대와 달리 삼국시대의 인물들은 왠지 보다 더 매력적인 듯 생각되고, 이국적으로 생각되기까지 한다. 정말로 그 삼국시대에 신라나 백제 혹은 고구려가 지금의 중동제국 혹은 유라시아 제국과 교류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이니, 우리가 아는 고대사는 정말 많이 한정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 천황가의 정창원에서 나온 유물들의 모습을 본다면, 그리고 일본에서 발견된 신라 촌문서를 읽어본다면, 정교하게 조직되고 발달했던 고대사회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근 1천년 정도를 이어왔던 신라는 우리 역사에서 백제와 고구려에 비해서는 더 많은 것들을 복원시킬 수 있다. 그것은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일 것이다. 신라는 많은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회였다고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신라의 권력구조의 변화는 내게는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다. 소국 연합체의 수장으로서의 왕에서, 내물왕계의 권력독점, 중앙집권적 왕권의 확립과 붕괴는 한 국가의 탄생과 소멸의 장대한 파노라마와 같다. 그 긴 역사의 세월 속에서 신라라는 무대를 바탕으로 화려한 삶을 살다 간 고대인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극적인 듯 보인다.

저자는 천년의 긴 세월을 관통하여, 시대의 대표적 인물들의 삶을 따라간다. 이들의 삶, 이들의 행동, 그리고 명멸이 신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삶은 결국 바깥과 소통할 수 밖에 없으며, 이 소통은 그들의 당위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로, 내물왕, 눌지왕, 이차돈, 법흥왕비, 이사부, 거칠부, 설계두, 김인문, 경문왕, 그리고 김위홍과 같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신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름없이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사뭇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삶을 복원해보는 것도 어쩌면 즐거운 일이 아닐까? 언젠가 그런 연구를 하는 사람 혹은 글쓰는 분이 계신다면 참 행복할 듯 싶다.

'선덕여왕'을 두고서, 역사왜곡이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의치 말자고 권하고 싶다. 저자가 말한 대로, 역사를 어떻게 객관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라보는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서점에서 발견하는 '미실', '선덕여왕' 관련 책들을 보면서, '선덕여왕'이 나중에 중국의 삼국지처럼 인기가 있길 상상해본다. 어차피 삼국지도 사실에 기반한 소설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