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투바 :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soocut28 2025. 4. 23. 15:29

투바 :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저자: 랄프 레이튼

역자: 안동완

출판사: 해나무

출판일: 2002년 08월

 

인간역사는 어떻게 계속 진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발전이라는 것, 어떻게 본다면 그 의미는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가치는 더더욱이나 사람마다 틀려질 것이다. 그렇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진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호기심, 그리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본성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서구문명의 발전과 진보의 배경에는 이러한 삶에 대한 개개인의 지적 호기심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종교를 그다지도 혐오했던 까닭도 인간의 진정한 본성을 강제로 억제하려는 시도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물리학 교수인 리처드 파인만, 그리고 그의 말년을 가까이서 함께 했던 랄프 레이튼의 소련 자치공화국 '투바'를 향한 열정을 그린 책이다. 모음이 없는 투바의 수도, K-Y-Z-Y-L을 가보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이 여정은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으로 나타난다. 투바, 이 이름도 무척이나 생소한 곳은 20세기 초 잠시 독립국가를 이루었다가, 소비에트 연방에 의해 1940년대 자치공화국으로 편입된 오지의 땅이다. 몽골에 인접한 이 국가는 이른바 아시아의 지리적 중심으로, 그 관심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잘 알려져 있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파인만 교수와 레이튼은 이 작고 초라해보이는 이방의 땅에 관심을 가진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이들의 투바로 향한 여행을 쉽지 않게 만들어 갔다. 하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 투바에 가는 것이 아니라, 투바를 알아가는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어떻게 그곳에 가느냐 였다. 그러므로, 이들의 관심은 투바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 예술, 문화, 언어 그리고 나아가서는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족에까지 관심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이들은 전문가가 되어갔다. 투바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투바어-몽골어-러시아어 사전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며, 독일어로 씌여진 오래 된 여행기를 번역하기도 했다.

어쩌면, 투바라는 이름도 생소한 이 오지의 땅에 대한 이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은 그곳을 가 본 적도 없고, 많은 것을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심은 계속 되었다. 우리는 주위에 어떤 특별한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소용도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일에 대해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을 기꺼이 희생하는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문득 생각을 해보니, 우리들 인간발전의 원동력은 이러한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결국 리처드 파인만 교수는 투바를 가보지 못하고, 198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진정으로 투바에 여행을 하는 것이 그에게 중요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에게는 투바라는 호기심의 대상을 연구하고, 사랑했던 것이 의미있었던 것이다.

나에게도 무엇인가 의미를 가지고,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투바'는 우리가 호기심을 가질 미지의 분야를 상징일 것이다. 나도 자신의 '투바'를 만나, 나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바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뚜렷한 결과는 없더라도, 스스로는 또 만족하지 않을까?


Richard Phillips Feynman (May 11, 1918 – February 15, 1988) was an American physicist known for the path integral formulation of quantum mechanics, the theory of quantum electrodynamics and the physics of the superfluidity of supercooled liquid helium, as well as work in particle physics (he proposed the parton model). For his contributions to the development of quantum electrodynamics, Feynman, together with Julian Schwinger and Sin-Itiro Tomonaga, received the Nobel Prize in Physics in 1965. He developed a widely used pictorial representation scheme for the mathematical expressions governing the behaviour of subatomic particles, which later became known as Feynman diagrams. During his lifetime and after his death, Feynman became one of the most publicly known scientists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