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도시
City of Illusion
저자: 어슐리 K. 르귄
역자: 이수현
출판사: 황금가지
출판일: 2005년 06월
2009년의 마지막 12월에 되니, 평소보다는 술자리도 조금 늘어나는 듯 하다. 일본출장을 다녀온 이후 바로 술자리를 가졌고, 오늘은 어느 날보다도 집에 일찍 들어가서 책이라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어슐리 K. 르귄의 '로캐넌의 세계'에 이어서 '환영의 도시'를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이전에도 밝혔듯이 그녀의 초기 작품들은 인류학자인 아버지와 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헤인 시리즈 초기 3작품 중에서 '유배행성'은 아직 읽어보질 않았지만, '로캐넌의 세계'와 '환영의 도시'에서 보여준 그 실감나는 묘사는 그를 증명하는 듯 보인다.
이야기는 흐린 호박색 홍채로 가진 세로로 긴 타원형의 커다란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헤인의 개척지에 나타남으로써 시작된다.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로 기억이 지워진 이 남자(팔크)는, 그를 발견한 헤인인의 집에서 6년여간을 지내게 된다. 처음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던 그는 차츰, 지적인 남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후 그를 거둬들인 조브는 그에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하고, 그는 연맹을 무너뜨린 '싱'이 지배하는 지구의 단 하나의 도시 '에스 토치'를 향하여 서쪽으로 길을 떠나게 된다.
온갖 역경을 뒤로, 팔크는 에스 토치에 도착, 자신이 웨렐이라는 행성에서 온 파견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싱'에 의해서 본래의 '라마렌'으로의 자아를 회복하지만, 마찬가지로 '팔크'의 자아도 가지게 된다. 또한 '싱'이 연맹을 무너뜨린 외부로부터의 외계인이며, 이들이 강한 정신과학을 바탕으로 인간을 다스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웨렐의 위치를 알고자, '싱'은 팔크 라마렌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고자 시도하지만, 팔크는 이를 저지하고 다시 웨렐로 길을 떠나게 된다.
남과는 확연히 다른 눈을 가진 외계인 팔크,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어떤 이유로 지구에 왔는 지도 모른다. 조브에 의해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길이었다. 흡사 그의 여행길은 우리들 인생이 가는 길에 비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건조하지만, 결국은 혼자서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들 인생의 한 모습 아니 그 전체가 하나의 덧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어슐리 K. 르귄이 '도가'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환영의 도시에서 주인공 팔크가 읇조리는 옛 경전의 글귀들이 도덕경에 유래한 만큼, 작가도 어쩌면 덧없는 우리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에스 토치, 거짓의 도시 그리고 환영의 도시. 그곳을 향해,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우리들 모습이 눈 앞에 보인다. 자아를 찾은 이후에도 웨렐로 향하는 그는 집을 떠나는 것인가, 아니면 집으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어느새 성간 우주선은 시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것이다.
Ursula Kroeber Le Guin (born October 21, 1929) is an American author. She has written novels, poetry, children's books, essays, and short stories, most notably in the fantasy and science fiction genres. She was first published in the 1960s. Her works explore Taoist, anarchist, ethnographic, feminist, psychological and sociological themes. She has received several Hugo and Nebula awards, and was awarded the Gandalf Grand Master award in 1979 and the Science Fiction and Fantasy Writers of America Grand Master Award in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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