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카드 : 원유를 둘러싼 강대국의 전쟁놀음
저자: 제임스 R. 노먼
역자: 전미영
출판사: AK(이른아침)
출판일: 2009년 08월
현대문명이 석유라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해서 꽃피웠다는 것은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 중에 하나이다. 석유는 우리 문명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럴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석유라는 검은 황금에 사람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지는 지도 모른다. 나 역시, 보잘 것 없는 역할로 석유업계의 한 부분에서 일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상품을 직접 다루고 거래한다는 매우 특별한 즐거움과 감정을 지니고 있다. 말 그대로 석유는 매우 흥미롭다.
지정학적 시야로 바라 본 세계관이나 헤게모니에 대한 책을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해 동안에 읽은 책의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읽었던 책 중에서 많은 부분이 이러한 분야였던 기억이 난다. 오일카드라는 제목에 책을 집어들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책을 다시 읽는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석유라는 관점이라면 뭔가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도 지금 내가 직접 종사하고 있는 분야가 아닌가? 그 순간 더 다른 생각없이 책을 집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자는 이 책을 읽고서 흔하디 흔한 음모론에 대한 수많은 책의 하나라고 평가 절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몇 년간의 경험으로는, 그리고 실제 2008년 벌어진 비상식적인 유가폭등에 대한 설명을 내 자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했던 말처럼 선물시장의 투기세력 때문이다라는 구차한 설명 밖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을 상기 시킨다면, 이 책의 내용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멋진 소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책은 2008년의 유가급등의 진정한 지정학적 요인에 있으며, 그것은 21세기를 자신의 것으로 예약한 듯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전쟁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있다.
그것은 사우디의 협력을 얻어 유가를 낮추고, 서구로의 천연간스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소련의 경화 수입을 현저히 줄이는 미국의 소련에 대한 경제전쟁이었다. 1970년대말 유가급등으로 인해서 수요가 줄어들고, 북해유전의 생간이 개시되면서, Swing Producer인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1985년 석유장관 야마니는 줄어든 시장점유율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 Net Back 방식을 통해 석유를 저렴하게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로써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은 올라갔고, 유가는 이후 장기간 $15 ~ 18.00/bl을 유지했다. 이러한 유가하락은 소련의 경화수입을 현저하게 낮췄고, 소련무기의 구매자인 중동국가의 수입감소로 인한 구매 감소, 그리고 이에 더한 달러가치 하락은 소련을 더욱 압박했다. 한편으로는 1983년부터 거래가 시작된 NYMEX에서 WTI 거래가 시작되면서, Short Position으로 유가는 더욱 내려갔다.
미국이 1980년대 소련을 상대로 거둔 놀라운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오일카드'를 중국에 사용한다는 것은 논리적이다. 미국의 전략은 고유가를 통하여 중국의 수요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데 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충분한 증거는 있다. 즉, 유전 탐사 및 개발의 한계비용이 $50.00/bl 미만인 상태에서 원유 선물가가 $100.00/bl인 것, 그리고 선물거래량이 정상적인 헤징의 수요를 벗어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상황은 그다지 녹록하지 않다. 석유소비의 상당량이 효율성 낮은 발전용 연료라는 점, 고유황 중질유의 정제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의도적으로 저평가된 위안화, 물류의 어려움, 그리고 상업적 재고의 역할로 변용된 SPR이 그것이다. 한편 중국은 경제공격에 매우 취약한 내부문제가 있는데, 과도한 빈부격차, 실업문제, 과도한 무역의존, 그리고 해외자본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사실상 중국의 수출산업은 정부의 보조금 혹은 세제혜택이 없다면 손실로 생각된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 지도부는 수입을 유지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무엇보다도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고유가의 영향이 미국과 중국에게는 각각 어떻게 다가올까? 사실 미국 GDP에서 석유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낮고, 주로 수송부분에 사용되며, 그 중 25%는 일과는 상관없는 여가를 위한 것이다. 즉, 국가 전체의 부의 창출과는 별다른 영향없이 억제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는 그 지분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미국소유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유가는 중국에 더 큰 심각한 영향을 준다. 일단 저평가된 위안화로 고평가된 원유를 구매하는 것, 운송비용의 증가, Asian Premium, 저유황 원유를 구매할 필요성, 그리고 정제제품의 가치가 무엇보다도 미국보다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그것이다. 따라 미국에 감기 정도인 고유가가 중국에는 폐렴 수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고유가에 대해서 중국은 국내생산량을 늘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CTL Project, 에탄올 등과 같은 대체자원의 개발, 연료효율성 개선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원유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중국으로 하여금 '밖으로 나가기'전략을 채택하게 했다. 이는 해외석유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는데, 중국이 참여한 모든 것에서 인도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매우 치열한 입찰환경이 조성되고, 매입한 해외자산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중국으로의 운송도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이와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는데, UN제재 이후에 생산량을 증가시키려는 이라크와 중국의 접근을 맞기 위해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것이다.
석유업계의 자본지출과 기술, 시장가치는 Major에 의해서 주도되는데, 이러한 Major는 종종 정부의 외연기관의 역할도 수행한다. 1980년대 공격적인 자본지출과 탐사활동을 벌였던 석유 Major들은 1990년대 후반 들어, 갑자기 이러한 자본지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고, 생산량 확대를 자제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중국은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예를 들어 CNPC가 2007년 순수하게 중국 밖에서 생산한 석유는 60만배럴로 전년비 7% 증가했고, 2002년과 비교하면 3배가 늘었다.
한편으로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도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 지정학적 요인으로 판단된다. 2003년 사우디-러시아 협정 이후에,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합의된 점유율은 대략 사우디의 반 정도로 잡은 듯 보인다. 한편 러시아는 중국과 민영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하루 60만배럴의 석유를 중국의 다칭 정제기지로 보내려는 유코스의 야망을 철저히 분쇄시키기도 했으며, ESPO라고 이름 붙은 러시아 원유의 극동 파이프라인의 가동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미국의 SPR은 비상시 수급대비 용도이지만, 실질적으로 유가 조작을 위해서 사용되었다. 현재 미국의 SPR은 9억 bbls로 월 인입량은 7만bls 정도이다. 정부 임차지 생산업체로부터 현물로 로얄티를 방식이며 저유황 경질유가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전세계 생산량에서 0.5% 미만 황함량의 저유황은 하루 2,000만 bl 생산되며, 여기서 하루 500만 bl만 자유롭게 거래된다. 이러한 미국의 과도한 SPR 구매비축은 시장위축효과를 불러오고, 중국의 저유황유 구매에 많은 부담을 준다. 한편으로 미국은 연료의 황함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유황 원유의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물 거래자는 원유생산자와 소비자인 '상업적' 거래자와 가격동향으로 도박을 하는 외부인인 '비상업적'거래자로 구성된다. 비상업적 거래자는 미결제약정 보유한도를 정한 '포지션 한도'에 구속된다. 이러한 제한이 NYMEX의 장기선물거래에서 매도자의 수를 몹시 제한하며, 특히 시장이 무제한적인 매수 흐름에 휩싸여 있는 시점에 그렇다. 2000년 상품선물 현대화법은 장외시장이나 매매주체의 거래를 CFTC 관할 외로 했을 뿐 아니라 포지션 한도를 풀었다. 상품선물과 증권시장의 경계가 깨지면서 막대한 증권시장자금이 상품선물로 유입되었다. 이러한 자금들은 계속적인 long position을 잡게 됨에 따라, 석유선물 상승은 펀더멘탈에 의한 것이 아니며 현금유입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거품붕괴는 필연적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의 급등은 석유고갈이나, 중국과 인도의 수요급등 그리고 선물시장의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 미국 국가안보당국이 벌이는 경제전쟁이다. 국제 메이저들의 생산율을 줄이고, 사이디의 석유생산 및 잉여 생산능력을 죄고, NYMEX 선물거래를 이용하여 가격 급등을 유도하고, SPR 구매, 피크오일 및 지구온난화 공포심 유발, 저유황 제품의 도입, 이라크에 대한 직접적인 점령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고유가를 형성시키고 있는 것이 본질이다.
Jim Norman is a veteran business journalist and energy reporter. He is currently a contributing writer for McGraw-Hill's Platts Oilgram News, where he was a senior writer for 10 years before retiring in mid-2007. At Platts, Norman has been noted for his coverage of oil industry finance, economics, deal-making and chicanery. His "prophetic press reports," as early as 1998, were cited by Paul Volcker's UN Independent Inquiry Committee for laying bare the likelihood of kickbacks and money laundering involving the Iraq Oil-For-Food program. His critical analysis of Enron accounting and governance in mid-2001 helped trigger the SEC investigation, which led to Enron's downfall.
델타헤징 (Delta Hedging): 가격의 등락폭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는 이 기법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위험경감 서비스의 일환으로 대규모 풋옵션이나 콜옵션을 파는 과정에서 파생되었다. 이 옵션들은 대부분 고객의 수중에서 '(실제 거래를 행할 만한) 자금이 없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옵션매수자가 약정한 '행사가격'에 석유를 매수할 권리를 갖는 콜옵션의 가치는 급상승한다. 현물가격과 옵션행사가격의 차이, 곧 '델타'가 좁혀지면, 은행은 위험노출을 보상하기 위해서 선물을 매입하게 된다. 이는 선물시장에서 옵션을 Short Covering 하는 것이다. 유가가 하락세를 나타낼 경우, 은행은 발행한 풋(매도권리)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서 선물을 매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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