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삼성과 소니

soocut28 2025. 3. 4. 11:36

삼성과 소니 :  글로벌 패권을 위한 두 전자거인의 격돌에 관한 인사이드 스토리

SONY vs. SAMSUNG
장세진 저 | 살림Biz | 2008년 04월

 

중국 사천성, 성도에서 열리는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은 많이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출장 중에는 어쩔 수 없이 한가한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은 한가롭게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었다. 공항서점에서 이리저리 책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앞서 소개했던 '삼성과 LG'라는 책과 '삼성과 소니'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도 현재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이 최첨단의 제품들을 다루고 있는 전자업계일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전자업계의 모습은 그 자체가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나처럼 전혀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조차도 소설보다 더한 재미를 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조금 살펴보다가, 두 권의 책을 사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삼성과 LG'도 무척이나 괜찮은 책이었지만, 2번째로 읽은 '삼성과 소니'라는 책은 읽는 그 순간부터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출장을 가면 의례 많이 마시는 술도 줄여가면서 밤늦게까지 책을 읽게 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삼성과 소니'라는 책의 첫장을 읽으면서, 말 그대로 삼성에 대한 용비어천가 식의 수준낮은 책은 아닐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니와 삼성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고 사실을 호도할 수 있다. 사실 소니와 삼성은 기업의 미션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소니는 창업초기부터 혁신적인 제품의 개발을 통한 소비자 기여를 기본으로 삼은데 반하여, 삼성은 전자 산업의 기간이 되는 주요 부품 생산의 임무를 강조했다.  소니와 삼성은 주력 사업도 다른데, 소니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비중이 강하여 B2C의 성격을 갖는데 반해, 삼성은 LCD 및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B2B 사업의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소니와 삼성이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디지털 가전에서 직접적 경쟁의 관계라는 것, 둘째 두 회사를 비교하여 전자산업에서 외생적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고 대처하는 지에 대한 함의를 도출할 수 있으며, 셋째 아시아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을 추구하는 두 기업이 주는 교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소니는 그 태생부터가 모리타와 이부카의 벤처기업으로 시작되었고,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즉, 소니는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그러한 결과물이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트리니트론 tv,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제품이었다. 이렇게 소니는 아날로그 시대의 전자업계의 왕자로서 화려하게 군림했다. 또한 소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중요하게 여겨, 영화 및 음반 사업에도 크게 진출했다. 반면에 삼성은 기술력이 없는 아시아의 하청업체로 시작하여 근 10여년만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급속한 성공은 디램에서의 성공이었다. 디램은 산업표준이 존재하고 범용기술이었으므로 삼성과 같이 기술이 떨어지는 후발업체들에게도 도전할만한 제품이었다. 과감한 투자와 속도전으로 디램에서 성공한 이후로 삼성은 LCD 및 플래시 메모리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전자업계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이행되자, 삼성은 제품간 품질차이가 없는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활용,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서, 마케팅전략을 효율적으로 배분했는데, 스포츠 마케팅과 휴대폰으로의 마케팅 집중이 바로 그것이었다. 또한 삼성은 소수의 전자제품 전문매장을 선택, 이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소니의 높은 브랜드가 뛰어난 신제품 개발 능력에 기인했으나, 삼성은 낮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마케팅 자원을 배분, 제품과 시장에 투자한 노력의 결과였다. 삼성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삼성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기술, 제품, 시장, 채널 등에 자신의 경영자원을 집중하여 경쟁우위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소니와 삼성의 핵심역량이 다르다. 즉, 삼성은 빠른 의사결정 능력을 바탕으로 한 실행중심의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가진다. 또한 삼성의 핵심역량은 생산에서의 효율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이 약점으로 작용하는데, 그것은 이러한 삼성의 문화가 창의력을 요하는 신제품 개발에는 커다란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선도기업이 된 삼성에게 이제는 더이상 벤치마킹을 할 업체가 없으며, 이제 삼성 스스로가 자신들의 시장을 스스로 창출해야 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약점은 더욱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에서 소니의 핵심 역량은 '자유.활달'의 창업이념이다. 소니의 기본마인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능력이다. 소니는 워크맨, CD, DVD, 8밀리미터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 아이보 등과 같은 신제품을 탄생시켜 새롭게 시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문화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유리할 수도 있으나, 시행착오에 의한 경영자원의 낭비 및 최고경영자의 전략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적합하지 않는 약점이 있다.

소니가 이데이 회장 아래서, 어려움을 겪게 된 요인 중 하나는 기업문화와 조직,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간의 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데 기인한다. 모리타, 오가회장과 같은 카리스마형 CEO 아래서 자유로운 소니의 기업문화는 어느 정도 통제될 수 있었으나, 샐러리맨 출신으로 CEO가 된 이데이 회장에게는 이러한 카리스마가 없었고, 절대적인 복종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가운데 이데이 회장은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컴퍼니제도와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집행 임원과 이사회 임원의 분리 등의 구조개편을 실시했으나, 각 사업부서는 사일로화 되어 부서간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개인적인 카리스마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을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이데이 회장의 전략은 실패한 것이다.

반면에 삼성의 뛰어난 성과는 디지털화로 인해 기술과 제품이 일상재화 된다는 전제 하에서, 부품 및 제품개발에 스피드와 비용우위를 강조하는 전략이 카리스마적인 리더와 실행위주의 기업문화가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과만을 보고서, 삼성의 전략이 소니의 네트워크 전략에 비해 우월했다고 말할 수 없다. 두 회사 모두 자사의 핵심 역량에 기반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다만, 소니가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은 리더십, 기업문화, 조직구조가 불합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소니가 창업자 세대에서 전문경영인 세대로 전환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로 볼 수 있다. 향후, 소니에게 주어진 숙제는 소니가 평범한 사람에 의해서 경영될 수 있으면서도, 그 특유의 도전정신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삼성에게 주는 교훈도 확실하다. 이건희 회장의 황제경영에 의존하는 군대식 조직인 삼성이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되었을 때, 소니와 같은 혼란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 전문경영인 양성과 지배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

소니와 삼성은 전세계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소니의 경험은 '눈에 보이는 국제화' 또는 '외형적인 글로벌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낮은 수준의 글로벌화는 향후 삼성에 있어서 성장의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인재를 국적과 상관없이 선발하고 활용해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을 갖춰야만 한다.

본서는 전자산업의 두 거대기업, 소니와 삼성을 정말 훌륭하게 비교하였다. 그리고 소니와 삼성의 상반된 실적은 전략과 기술의 차이였다기보다는 리더십과 내부조직 프로세스에 기인한 것임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다시 말하면, 소니가 창업자 세대의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전문경영인체제로 넘아가면서 발생한 혼란과 그로 인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 소니의 저조한 실적의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소니와 삼성을 비교했다고만은 할 수 없다. 본서는 리더십, 조직운영, 국제경영 등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소니와 삼성의 사례를 들어서 우리에게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나는 이 책을 권하고 싶어진다. 한마디로 참으로 잘 씌여준 책이다.

 

2008.4.27.


장세진 장세진(張世進)은 1994년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여 왔으며, 2006년 금호아시아나 석좌교수 (Kumho Asiana Endowed Chair Professor)로 임명되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펜실바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Wharton School)에서 경영전략과 다국적기업경영을 전공하여 경영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고려대학교에 부임하기 전, 미국 뉴욕대학교(NYU) 스턴경영대학의 교수로서 경영전략과 다국적기업론 분야의 MBA강의를 담당하였다. 또한 장세진교수는 일본의 후지쯔아시아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의 후지쯔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미국의 하바드경영대학원의 초빙연구원과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구주경영대학원(INSEAD) 런던경영대학원(LBS) 의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장세진 교수는 사례위주의 강의방식을 채택하여 서구 및 한국의 기업사례를 중심으로 경영전략, 국제경영학, 글로벌전략 등을 심도있게 토론 위주의 강의를 열고 있다. 장세진 교수의 주 연구분야는 기업수준의 전략으로서 다각화, 리스트럭처링, 전략적 제휴, 해외진출전략, 다국적기업경영에 대한 연구를 하여 왔다. 장세진 교수의 연구논문은 경영전략과 국제경영의 전문학술지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Journal of Industrial Economics,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등에 게재되었고, 현재 다수의 논문이 심사 중에 있다. 또한 장세진교수는 경영전략과 국제경영분야의 전문학술지인 Strategic Management Journal과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JIBS)와 그 밖의 유수 전문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출처 장세진 교수 홈페이지 http://biz.korea.ac.kr/~schang/mainframe.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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