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은 적색이다 : 지구온난화 유전자 변형 농산물 그리고 마르크스주의
Why Green is Red?
저: 폴 먹가
역: 조성만
출판사: 책갈피
출판일: 2007년 12월
본서는 영국의 좌파 저널리스트인 폴 먹가의 ‘Why Green is Rea?’라는 책의 일부를 발췌, 번역하여 출간한 책이다. 원서를 읽어보지 않았기는 하지만, 핵심이 되는 내용들을 발췌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다만 결론에서 저자가 주장한 내용들을 보다 자세히 정리를 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최근의 가장 민감한 사안이며 화두인 ‘기후변화’와 ‘유전자변형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키는 데는 충분하다고 본다. 원서가 2000년에 출간되었지만, 아직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다시 한가지 가장 커다란 아쉬움을 반드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번역의 문제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역자가 책을 번역하면서 영문문장 그 자체를 기계적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따라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지장을 줄 정도였다. 또한 책에서 간간히 보이는 오타는 읽는 내내 불편함을 더해주었다. 따라서 본서에 관심이 있는 분은 되도록이면 원서를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a)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끔찍한 환경재앙의 하나이다. OECD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심각한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들은 지구온난화의 주요한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과 밀접하게 관련된 화석연료기업들의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다. 어쨌든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79년 제1차 세계기후회의, 88년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 설립, 92년 리우회의, 97년 교토회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는 미국 상원은 버드-헤이글 결의안을 통해 미국이 어떠한 국제기후협약에도 비준하지 않을 것을 통과시켰고, 결국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비준하지 않았다.
현재의 지구온난화에 대한 협의에 있어서 이산화탄소의 배출증가에 대한 실질적인 의논은 없다. 교토의정서는 오히려 많은 허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가 지구온난화의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제 하나의 거래시장으로서의 배출권 거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예가 캐나다 에너지설비업체인 트랜스알타가 2000년 자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대신, 우간다 소의 메탄가스 배출을 억제시키는 다이어트 보조 식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위한 대책은 편리한 공공교통체계, 풍력 등의 대체에너지 사용비율의 확대, 발전소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수거하여, 해저 및 버려진 유정에 채우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에 대해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정부가 이러한 대책들을 강제한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b) 유전자 변형 농산물
앞서 설명한 지구온난화 문제 못지 않게,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는 것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다. 이미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미국에서 재배되는 콩의 1/2, 옥수수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 시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은 ‘유전자 거인들(Gene Giants)’인 아스트라제네카, 뒤풍, 몬산토, 노바티스, 아벤티스다. 이들 기업들은 비유전자 종자 시장을 지배하는 회사들을 합병하면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이들 기업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세계의 기아문제의 해결’이다. 하지만 현재 지구상의 농산물 생산량은 전 세계인류에게 충분한 정도이며, 이는 농산물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기 보다는 가난이 야기한 문제의 하나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을 통해, 농산물의 품종개량을 점진적으로 계속해나갔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이종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어떤 특정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유전자는 휠씬 더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거대기업들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어떤 기아해결이라든지 하는 호혜적 발상은 전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이다. 즉, 일반적인 품종보다 항생제 혹은 살충제에 강한 품종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만든다면, 이들은 정부에 농민들이 보다 많은 항생제 혹은 살충제를 뿌릴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보통 이들 거대기업들은 비료 혹은 살충제 사업도 영위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이른바, 터미네이터기술을 적용, 생식능력이 없는 종자를 개발하여 농민에게 제공함으로써 농민들이 종자를 다시 구매하도록 하는 짓까지 하려고 한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찰스왕세자와 같이 낭만주의적 발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과학에 반대하여 과거와 같은 노동집약적인 농업으로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에 시작된 녹색혁명은 확실히 전 세계인류에게 충분한 먹거리를 제공했으며, 과학은 긍정적 목적에서는 여전히 이용되어야 한다. 아마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단일작물 재배가 아닌 윤작을 통한 해충억제,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해충 방제, 혼작, 유기농법 등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어야 될 것이다.
(c) 인류와 환경
마르크스는 자연, 노동력, 그 안에 구현된 지식, 도구, 기계 등의 결합을 ‘생산력’으로 불렀다. 인간의 모든 생산은 사회적이며, 그 속에는 필요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간들이 맺는 관계가 포함된다. 마르크스는 이것을 ‘생산관계’라고 규정했다. 문명의 발전하면서, 이 관계는 집단간으로 발전하고, 여기서 지배착취계급이 등장한다. 새로운 지배계급은 새로운 생산방식과 사회토대를 기초로 성립되어 보수화되고, 생산의 많은 부분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수단, 제의, 종교, 의식, 전쟁이 이용된다. 그러나 사원과 지배계급이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면서, 생산의 환경적 토대는 바닥을 드러내고 사회적 긴장은 팽창되어 결국은 붕괴되어 갔다.
설명한 대로, 문명은 이러한 단계들을 비슷하게 반복했으나, 그 파장은 국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이전과 대별되는 것은 그것이 세계를 재조직했을 뿐 아니라, 최초로 단일한 세계체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세계와 사람, 환경은 상품이고,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특권을 포기하느니 세계를 파괴하는 쪽을 택할 것이다.
조금 길어졌지만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저자는 현재의 지구온난화와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같은 문제들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즉, 그것은 과학과 산업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보다 이익극대화를 요구하는 자본주의 논리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파괴적인 생산조직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환경파괴에 대한 우리들의 걱정과 대안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제의 중심인 노동계급이 주도하여 사회의 생산구조의 주도권을 차지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 자신의 힘을 믿고 행동한다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세상을 더 많이 변화시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방법은 아마도 저자가 말한 대로 자본주의 논리의 테두리는 아닐 것이다.
2008.3.1.
Paul McGarr is a Socialist historian, author, political activist and member of the SWP and Respect. He works as a secondary school maths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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