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기생, 조선을 사로잡다

soocut28 2025. 5. 11. 07:45

기생, 조선을 사로잡다 : 일제 강점기 연예인이 된 기생 이야기
저: 신현규

출판사: 어문학사

출판일: 2010년 03월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 사고로 인해 다수의 민간인이 피폭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일본의 빠른 회복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고 있겠지만,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미묘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인과 문화를 싫어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 하지 않을 수 없는 복잡함이 숨겨져 있다. 업무 상 일본을 1~2달에 한번 방문하고, 이제는 그곳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한편으로는 그 비슷함이라는 것이 우리의 근대가 일본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내 기억 속의 한 부분을 약간 지워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역사는 한민족의 시작으로부터 1910년까지... 그리고 1945년부터 현재까지로 이어진 듯 싶다. 말하자면 일본이 우리를 감정한 시기, 그리고 어쩌면 근대를 수입했고, 지금의 우리를 만든 그 시기를 잊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인다. 왠지 그 때의 모습을 보노라면, 불편한 느낌마저 들고, 우리의 과거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우리는 왜써 그 모습을 잊어버리고자 하는걸까. 하지만 그 시대가 어떻게 되었든 우리의 모습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텔레비젼에서는 新기생전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된 것도 기억나고 (실제로 이 드라마를 주의깊게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기생이라는 제목의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보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920~30년대의 흑백사진 속 기생의 모습을 보노라니, 그녀의 인생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기생을 단순히 매춘부 따위로 보니,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그녀가 가진 의미를 제대로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그녀는 그 시대의 모던걸, 신세대 여성이었을까? 강제된 근대를 가장 격렬하게 체험한 그녀에 대해서 갑자기 더 많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신현규 교수가 월간 사진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본서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은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고급 요릿집이었던 명월관 (지금은 숯불구이 식당이 되었다고 하는)에서의 권번 기생의 화려함이 떠오른다. 대중음악의 스타로 떠오른 왕수복의 노래 소리가 한쪽에서 들리고, 신문에서는 기생이 주인공인 지면 광고를 읽게 된다. 영화관에서는 기생 이월화, 석금성, 복혜숙의 영화까지 관람하게 된다. 그 시대 대중문화를 선도한 기생, 한편으로는 사회운동 혹은 독립운동까지 했었으니, 근대의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그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기생은 단순한 창기가 아니라, 전통 악기와 춤을 계승한 전통 공연예술가이었고, 권번은 교방을 대신해 종합공연예술을 전수, 교육시키는 학교이자 일종의 매니지먼트 회사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근대를 선도했던 것은 아마도 식민지적 상황에서 더욱 속박받는 신분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기생의 진정한 역할과 모습을 복원하는 것은 우리의 근대를 좀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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