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거꾸로 보는 고대사

soocut28 2025. 5. 11. 07:40

거꾸로 보는 고대사

저: 박노자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10년 09월

 

5일의 긴 휴일 동안 몇 권의 책을 읽을까 기대감도 많았지만, 결국은 한 권의 책 밖에는 읽었다. 휴일이 오히려 더 피곤하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으름에 빠졌다. 비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몸이 더 피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박노자의 책은 이전에 몇 권을 읽었던 적이 있고, 그 때마다 지금은 비록 한국인으로 귀화를 했지만 그 태생이 러시아였던 그가 보여준 책의 내용에 놀라곤 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는 우리와 가깝지만, 타자의 시야를 가지고 우리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존재로 보인다. 그래서 그가 거꾸로 보는 고대사라는 책을 썼을 때, 그 내용이 사뭇 궁금했다. 우리가 통념으로 생각하는 시야에 어떤 찬 물을 던져,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제국주의 침략을 받은 국가에게는 근대의 산물인 민족주의라는 이론적 바탕과 군사주의와 국가주의라는 방법론이 가미된 역사관이 존재한다. 이 결과 위대한 고대, 고통 받은 근대라는 이분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고구려가 만주를 호령한 대제국으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라이벌을 물리친 영광스런 역사를 대표한다고 자신한다. 따라서 당과 연합하여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야를 가진다. 한편 일본은 우리 고대에서 언제나 우리의 문화적 식민지로 여기며 그 역할은 언제나 과소평가되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은 우리 고대사에 있어서 언제나 수동적이고 적대적 타자로 존재한다. 이러한 거의 일관된 우리의 시야가 민족주의 사관에 비롯되었다는 것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노자는 민족주의 사관으로 고대사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말해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로망, 그것은 우리가 만주의 주인이었다는 것이다. 고구려가 현대적 의미에서의 제국적 통치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며,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간접통치 방식으로 다양하게 분포된 각 부족들을 관리했던 것이 확실하다. 또 고구려가 분명 중화제국과 수많은 전쟁을 치른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사실이다. 낙랑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영향도 분명 있었으며, 이러한 영향들이 고구려가 발전할 수 있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보다 정확하게 그려 볼 수 있는 고구려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광활한 만주의 다양한 부족, 중국인, 백제인, 신라인 등이 섞여 있었던 국가 말이다. 근대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그 당시에 존재했을 리 없으니, 앞서 이야기한 제 집단이 고구려를 구성했을 것이다.

중국의 사서가 비록 고구려, 백제, 신라를 비슷한 동류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처럼 이들 세 국가가 서로를 동족 혹은 민족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는 국가였다. 따라서 민족주의 시각에서 신라가 당과 연합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남쪽 한(韓) 계통의 신라는 부여 계통의 발해를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협적 존재로 보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고대사에서 언제나 수동적 적대적 타자로 존재하는 일본을 살펴보자. 고대사에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대표되는 선진 국가들의 문화적 식민지 혹은 백제의 반 식민지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대사에 있어서 일본의 역할이 그렇게 보잘것없는 것이었을까? 이희진의 ‘가야와 임나’를 살펴보면, 일본이 차지했던 비중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일본의 역할을 축소하고 간과하지만,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서기’와 ‘고사기’를 참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고대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휠씬 다른 다양성을 가진 사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백제, 신라, 왜, 중국으로 구성된 동북아시아 지역의 제 종족집단들이 한데 어우러진 대서사시와 같다고 할까. 박노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근대의 시각으로 이런 다양성을 가졌던 고대사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로 보고, 또 그로 인해 타자와의 차별과 분쟁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고 말하는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 , 본서의 추천하는 글을 쓴 재일교포 이성시 교수의 '만들어진 고대'의 Book Review (http://soocut.blog.me/10077254614) 그리고 이희진 씨의 '가야와 임나'의 Book Review (http://soocut.blog.me/10077254614)를 참조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나머지 이 블로그에 소개된 여타의 고대사 관련 책도 물론 있지만, 먼저 앞의 두 권을 참조하시라 권하고 싶다.


Park, No-Ja (박노자, 1973 ~) was born to a Jewish family in St. Petersburg, Russia. His Russian name is Vladimir Tihonov but after immigrating to South Korea in 1999, he changed his name into a Korean-style name, Park, No-Ja and became naturalised as a Korean citizen in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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