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패권국가 중국은 천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When China Rules the World
저: 마틴 자크
역: 안세민
출판사: 부키
출판일: 2010년 09월
몇 년 전에 나는 세상을 이끌어 가는 패러다임에 대해서 진지하게 살펴봐야 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었다. 그 때 사람들에게 권했던 2권의 책이 '세계화의 덫'과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였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Globalization)는 21세기 들어, 세계를 설명하는 강력한 이론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자본주의 체제 하의 자유무역 확산 만을 의미하지 않고, 서구식 가치관과 정치제도의 도입을 함께 축으로 하는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한 것은 밀턴 프리드먼 같은 자유 시장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1970년대부터 세계를 이끌어가던 패러다임은 붕괴해버렸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의한 일극체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랑셴핑의 중미전쟁, 헨델 존스의 차이나메리카,전병서의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등 갖가지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저자들이 중국이라는 현상을 해석한 책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체적으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순전히 경제적 발전의 관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경제적 발전이 결국은 서구식 민주주의의 도입과 가치관의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중국의 발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인데, 결국 중국이 패권국가가 되며 세계의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반응이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구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상생의 협력을 이끌어가야 된다는 견해이다.
중국이라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중국의 어떤 면에 주목을 해야 되는 것일까.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두꺼운 책의 반을 중국과 동아시아의 역사적 발전의 양상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알랙스데어 매킨타이어는 '인간을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와는 별개의 존재로 보는 것은 잘못이며 인간은 서사적 존재'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일치되지는 않더라도 국가도 그 연장선 상에서 서사적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의 발전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본다.
서구식 발전모델은 세계 각 국이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지향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가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기 전까지 실질적으로 서구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고, 근대는 서양의 전유물로 생각되었다. 마틴 자크는 서구의 근대는 예외적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비해서 경제력이나 창의성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중국은 기계를 통한 노동 생산성 향상이라는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서구에 뒤진 것이다. 사실 18세기 말 19세기 초까지 중국의 경제력은 서구보다 더 나았다. 하지만 여기서 일본만은 예외였다. 일본은 철저한 서구에 대한 모방과 탈아시아를 추종하며 유일하게 산업화에 성공했던 것이다. 일본은 자신을 아시아가 아니라 서구와 더 가깝게 생각했고 이는 현대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한 서구 제국주의 침탈은 중국에게 치욕의 세기를 안겨 주었다. 그렇지만, 서구 열강과 일본의 침탈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식민화 되지 않았다. 2차 대전과 국공내전의 결과, 1949년 공산당 정권이 들어섰다. 여기서 과연 우리는 이로 인해서 중국의 역사가 단절되었다고 봐야 될까. 마틴 자크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마르크스 주의의 허물을 쓰고 있지만, 공산당 정권은 중국의 전제 왕조의 이데올로기인 유교적 사상을 변용 하여 채용하고 있고 결코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1979년 대외개방 후, 급격한 발전을 이룩한 이면에는 계속 이어져 내려오던 중국의 전통 이데올로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근대는 서구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이제 근대의 개념도 탈서구화해야 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국가의 서구화가 얼마나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본다면, 그들이 고유의 문화와 가치관에 더해 나름대로 근대를 받아들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대는 다수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근대가 서로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이래 중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급격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물론 화려한 이면에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가 존재하기는 하다. 중국이라는 현상은 전세계의 경제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국의 값싼 소비재들은 서구와 동아시아 국가의 물가 상승을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발전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로 인해 원자재를 수출하는 국가의 발전과 한국, 대만, 일본과 같은 고품질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의 대 중국 수출을 늘려왔다. 중국의 발전은 각 국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중국에 수출할 제품이 거의 없는 미국과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의 발전으로 인해 그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중국은 국민국가 (nation state)라기 보다는 문명국가의 성격을 가진다. 즉, 중국은 서구와는 전혀 다른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서구가 비교적 최근에 국민국가의 정체 위에서 베스트팔렌 조약의 각 국간의 평등한 대외관계를 바탕으로 세워졌다면, 중국은 근 2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막대한 영토를 가진 대륙 국가로 문화적 가치관을 공유한 채 통일 국가를 이루고 존재했다.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것은 유교 였는데, 중국의 발전에 따라 서구식 민주주의가 중국에 이식되리라고 막연한 기대는 섣부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의 예를 보자. 일본은 혼란스러운 의회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굳건한 발전을 보여준 것은 관료의 힘이다. 마찬가지로 혁명가에서 행정 조직으로 변신하는 공산당의 성격을 보면, 향후 중국은 서구와 무척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중화사상'이다. 중국은 역사상 이민족의 지배는 받았으나, 그 이민족은 이미 중국 문화에 흡수되어 그 정체성을 상실했다. '한족'이라는 민족의 개념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허구의 것이지만,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한 조상에서 나온 민족으로 자부한다. 민족적 문화적 우월감은 한편으로는 중국의 인종주의를 심화 시키는데, 서구의 인종주의의 재생산이라고 할 정도이다. 이러한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그 정점에는 주변국과의 조공 제도가 있다. 아세안으로 대표되는 동남 아시아들과의 관계 진전은 이러한 조공 제도의 부활로 비춰진다. 다만, 앞서 설명한 대로 자신을 탈아시아했던 일본은 지난 시기의 중국에 대한 침략과 학살로 인해 중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자신을 아시아 국가 라기 보다는 태평양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잃어가는 자신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식의 전환이 심각하게 필요하다.
마틴 자크는 세계사의 중심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의 부상은 점차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영향만이 아니라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닌 중국식 정치가 부상할 것이며, 현대적 형태의 조공 제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계의 언어 자리를 두고, 중국어와 영어가 경쟁할 것으로 생각된다. 패권을 상실해 가는 서구가 과연 어떻게 이것을 받아들일까. 이미 영향력을 상실한 유럽은 이를 담당하게 받아들이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이제 중국의 부상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단지 중국이 발전에 따라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갈 수록 영향력이 떨어지는 미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이냐는 문제만이 남은 것 같다.
Martin Jacques (born October 1945) is a British former magazine editor and academic. He was born and raised in Coventry. He was an undergraduate student at Manchester University, where he graduated with a first-class honours degree, and subsequently studied for a PhD at King's College, Cam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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