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 21세기 조공은 이자와 배당이다
저: 전병서
출판사: 밸류앤북스
출판일: 2010년 04월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일본과 중국은 가장 많이 갔었고 관심을 가졌던 곳이다. 도쿄로 출장을 가는 와중에 중국에 대한 두꺼운 책을 들고 갔다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과 중국이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는 두 대국의 희비가 교차함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저력과 내실은 실제로 일본을 경험하면,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노쇠한 대국이 지금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한편으로는 과거의 잘못된 영광에 몰두하는 모습을 가끔 보자면,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이 잘 정리된... 그래서, 홍콩에서 주재했던 일본인 친구는 몇 번이나 말하곤 했었다. "Steve. It's too well organized. It's too much." 하지만, 이제 막 긴 잠에서 깨어난 중국의 역동성은 표현하기 조차 힘들다.
어쩌면 그 역동성 때문에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흥미를 가지는 지도 모른다. 도발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왔었다. '21세기 조공은 이자와 배당이다'. 그리고 문득,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일까? 무엇이 중국이라는 이 대국에 열광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에게 과연 오래된 이 이웃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마찬가지로 다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과연 중국이라는 기회를 이용하여 앞으로 우리가 가져가야 될 이익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애널리스트로서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다시 중국 전문가로 변신한 저자의 책을 통해서,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국의 모습과 전망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고 할까. 책은 시종일관 흥미로웠다.
금번의 금융위기를 통해서, 전세계의 금융기관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신용 추락은 그 심각함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컸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기관들은 국제화가 미비한 점과 중국정부의 강력한 규제 하에 거의 아무런 피해도 없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은행들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그리고 노력으로 얻어진 막대한 2조 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와 9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가 결국 미국이 찍어내는 종이지폐에 다름 아니며, 특히나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발생한 금융기관 파산 등으르 처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달러가 발행됨과 동시에 중국 스스로 얻은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세뇨리지 효과를 누리는 미국에 대해서, 드디어 중국은 금융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흥망은 제조업 대국에서 무역 대국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금융 대국으로 변화되곤 했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조용하게 힘을 기른다는 중국의 대외정책의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공산국가라는 특색과 중국인 특유의 상인기질이 합쳐진 중국의 대외개방 30년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결과를 낳았다. 이제 중국은 금융위기 후, 미국과 힘을 겨루는 대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부인할 수 없는 G2 시대가 온 것이다. 출장을 다녀온 뒤에, 인터넷 뉴스에서 읽은 기사가 그런 변화의 상징처럼 보였는데, 그것은 기존의 서구 중심의 신용평가기관 들의 국가별 신용도를, 중국이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다시 발표한 일이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발전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며, 이제 용의 시대가 오고 표호하고 있는 듯 생각되었다. 지금 중국은 2019년 경제력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정권교체의 소프트 랜딩 시스템 즉, 국가 지도자들의 안정적 지도력, 연간 600만명의 대학생 졸업자와 연 13만 명의 유학자와 같은 풍부한 인재풀, 거대한 내수시장, 국가 소유의 토지를 이용한 신속하고 저렴한 SOC 건설 등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이제 중국은 금융대국으로 다시 도약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로 기축통화의 위력을 실감한 중국은 아시아의 기축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무역대금의 위안화 결재를 추진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는 위안화 통화 스왑을 체결했다. 미국이 세계은행이라면, 중국은 아시아의 지방은행이 되려고 한다. 이제 중국은 홍콩에 집중된 아시아 금융중심을 상하이로 옮길려고 한다. 한편으론 중국증시는 세계 1위를 위하여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고속성장에도 그늘은 있다. 선진국에서 이전된 공해산업의 최종 기착지, 고령화 인구폭탄, 불분명한 지적재산권과 짝퉁, 그리고 한편으로는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민주화 요구가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1인당 GDP가 4,000 달러에 돌입하면 민주화 요구가 일어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나, 중국의 경우는 현재의 고속성장을 중국정부가 담보하는 하에서는 이것의 2배가 되서야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서방이 중국에 막대하게 투자하는 FDI를 회수하면 중국이 어려워진다는 것도 하나의 일반적인 우려점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대중국 투자는 공장시설과 같은 직접투자에 집중되었다. 또한 중국정부의 규제로 인하여, 이러한 투자금의 해외반출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한편 과도한 부동산 투기붐이 그늘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서방과 우리와는 다른 중국의 토지가 전부 국가에 속한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부동산 투기붐은 정부에서 다소 방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중국의 성장은 우리에게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근 50년간이 우리가 중국을 앞선 유일한 시기이며, 이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달리 선택했던 차이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IT산업도 중국의 차이완 전략에 의해서 언제든 위험할 수 있다. 중국증시가 개방되면 한국증시의 생동성이 떨어질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제적 산업이전의 기러기형 패턴이 깨지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선진국에서 중진국 그리고 후진국으로 이어지는 산업이전이 바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중국이 한국의 제조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성장하는 중국의 유망 기업과 산업에 미리 투자함으로써, 중국의 성장을 통한 과실을 얻자고 말한다. 이미 한국은 제조없에서는 승산이 없으므로, 여러 유망산업에 투자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단타성 투자가 아닌 장기적인 투자를 뜻한다. 이러한 산업은 제약, 자동차, 유통,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산업 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서 우리는 이자와 배당이라는 21세기 신 조공을 받고,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장황하게 본서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중국의 발전과 그늘 그리고 앞으로 전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버라이어티 쇼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다양하게 나온다.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으며, 그 동안 중국을 다니면서도 잘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한 대로, 금융은 삶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중국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아마도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일 지도 모른다. 국내 부동산에 투기할 바에는 발전하는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닐 것 같다.
20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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