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

soocut28 2025. 5. 9. 18:52

나우루 공화국의 비극 
자본주의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어떻게 파괴했나

원제 Nauru,l'ile devastee (2009)
저: 뤽 폴리에

역: 안수연 

출판사: 에코리브르

출판일: 2010년 05월

나는 나우루(Ripublik Naoero)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에 하나인 이 변방의 나라를 알지 못했다. 수많은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국명 그리고 복잡해보이는 민족구성과 같은 것들을 보고 있자니, 피곤함이 밀려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우리에게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 나라, 도발적인 부제를 보고 있자니 이 작은 나라에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 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이 고립되고 몰락한 나라의 과거가 우리의 끊임없는 탐욕의 종착역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프리랜스 저널리스트인 뤽 폴리에는 나우루에 가서 '그 모든 것이 정말 사실인지 알아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멀리 나우루까지 긴 여행을 했다. 책의 처음에, 뤽 폴리에가 나우루로 가기 위해서 수많은 공항, 나라를 거쳐 가는 과정은 이 작은 공화국, 나우루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세아니아 지역, 파푸아뉴기니의 동쪽, 키라마시의 서쪽, 마셜제도의 남쪽 그리고 솔로몬 제도의 북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이 작은 나라가 지금 우리에게 생존의 지름길이자 번영의 절대 진리라고 떠들어대는 세계화의 광풍을 이미 70~80년대에 맞았고, 기형적으로 번영했으며 급작스럽게 몰락했던 점은, 세계화라는 현상의 처음과 마지막을 온전히 보여주는 실험실같단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태평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은 공화국도 서양인들의 기준으로 발견되었으며, 독일과 영국이 그 식민지로 삼았다. 물론 2차 대전 기간 동안 혹독한 일본인들의 통치와 학대를 받기도 했었지만. 이 작은 공화국은 유럽의 식민지였다. 부유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보존하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불행이 시작된 것은 인산염이었다. 화약과 비료의 주원료인 막대한 인산염 매장층의 발견은 이 보잘 것 없는 섬을 가만히 두지 않게 되었다. 유럽의 국가들과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의 농업을 위하여 이 인산염이 절실히 필요했다.
인산염 채굴 사업이 당연히 이들 유럽인 특히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에 독점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편으로는 원주민들에게 돌아간 보상과 이익은 아주 적었던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2차대전이 끝나고, 1968년 독립을 하게 된다. 인산염 채굴 사업은 국유화되었고, 정부는 이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을 국민들과 나누었다. 1970 ~ 1980년대 이 작은 공화국은 순전히 인산염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이미 그 때부터, 인산염 채굴의 생산한계를 염두해두고 있었던 나우루 정부는 자신들의 막대한 이익을 해외부동산의 구매와 운영,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가를 서로 연결한다는 의지 아래 시작한 항공사 '에어 나우루'의 운영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전혀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막대한 이익으로 인해 나우루인들은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1970~80년대는 나우루에 있어서는 황금기였다. 집집마다 고가의 자동차와 오디오 등이 가득했으며,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다녔다. 사람들은 정부에서 지은 주택에서 정부에서 고용된 가정부의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갔다. 이제 더이상 요리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는 화물선에는 각종 음식물들이 가득 했다. 이제 나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던 것이다. 마치 이 번영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기세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제 나우루는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가 되었다. 인산염 생산이 정체되면서, 이익은 미미해졌다. 황금기 동안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해외투자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었으며, 이제 투자자산을 하나씩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신세가 되었다. 국민들은 방탕한 생활의 결과, 비만과 그로 인한 당뇨병에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우루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보트피필이 발견되었을 때, 오스트레일리아의 존 하워드 정부는 재정지원을 댓가로 하여, 이들 난민들의 수용소를 나우루에 건립했다. 이제, 이 작은 공화국은 도움을 절실히 바라며, 자국의 영토를 난민 수용소로 제공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각 국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이 섬나라에 접근했다. 대만은 중국과 맞서기 위해서, 일본은 자국의 포경산업에 대한 지지국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한 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이 작은 섬나라의 극적인 몰락이었던 것이다. 나우루인들은 다시 한번 번영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도 어떻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이것이 실화가 아니라, 단지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의한 유쾌하지 않은 하나의 교훈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하게 사실이었다. 인간의 탐욕을 파고드는 자본주의, 그리고 주체적인 노력과 자각이 없다면, 얼마나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들이 금방 파괴되는가. 나우루에 남은 것은 인산염의 광품이 지나간 폐허와 절망감이다. 문화와 전통을 잃어버리고 이제는 껍데기만 남은 곳, 영혼이 갈기리 찢어져 파헤쳐진 곳이다.
주위에서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사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옳은 일이고, 옳지 않은 일인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되지 않겠는가?



Luc Folliet, a freelance investigative reporter and researcher, uses interviews with native Nauruans, from politicians to refugees, to document Nauru's downfall. He describes specific ecological disasters, the extent of economic bankruptcy, and the prevalence of chronic illness—all the consequences of a truly free market. Nauru, A Devastated Island is Folliet’s first publishe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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