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soocut28 2025. 5. 9. 18:46

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저: 한홍구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09년 03월

한국의 근현대사를 생각할 때마다, 왠지 모르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여전히 이성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실망감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뉴스와 신문을 접할 때마다 개그콘서트의 방청객이 된 듯 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난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당연한 허탈감이 생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이 사회에 남은 것은 민주주의, 인권, 이성과 같은 고귀한 것들이 아니라, 저자가 말했던 그 씁쓸한 욕망 밖에 없는 지도 모른다. 노원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노회찬씨가 실패했을 때의 그 박탈감과 자괴심은 얼마나 컸던가. 문득 얼마 전에 경향신문 만평, "장도리"의 4컷 만화가 생각났다. 부자黨을 지지하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 대한 조롱 말이다.
한마디로 불행했고, 그것이 여전히 진행형인 이 땅의 근현대사. 하지만 역사를 전공했던 학생으로 역사는 계속 진보한다는 것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우리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현 정부의 구시대적인 사고방식과 독주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 폄하하는 그 김대중, 노무현 집권기 동안, 나는 우리나라가 많은 민주화 그리고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적어도 나는 역사의 진보를 믿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랬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기꾼을 선택한 이유는 저열한 욕망에 기인한 것이었을 지도 모르다.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욕망 그리고 그에 따른 선택의 결과를 우리는 앞으로 좀 더 참고 견뎌내야 될 것이다.
뉴라이트와 건국절 논란, 간첩사건, 토건국가, 민영화, 괴담, 경찰력, 교육, 그리고 촛불까지 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 내용들은 각기 매우 다른 주제처럼 생각되지만, 모두 한 주제에 모아진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가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진보를 위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될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쉽지 않은 주제이며, 한편으로는 아직도 민감한 부분이다.
어쩌면, 문제의 시작은 우리 스스로가 근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일제에 의해서 식민지화 된 모순에서부터가 아닐까?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친일파 청산이라는 민족적 과제조차 제대로 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식민지배의 조력자이자 하수인이었던 친일파가 미군정의 비호 아래 우리 사회의 주력이 되었다는 그 끔찍한 현실을 생각해보자. 그 망령은 아직도 계속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건국 60주년 기념식을 화려하게 하고,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더 강조하는 정부, 기득권, 그리고 학자들의 추한 형태를 바라보면, 그 저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광복절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친일파인 자신들의 가족에게는 불행한, 하지만 그 하수인에서 다시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탈바꿈하고 싶었을 것이다.
4.19 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고, 박정희에 의한 반혁명이 일어난 후, 통치 이데올로기는 '반공'이 되었다. 공산주의자의 위협은 군사정권으로 하여금 사회의 병영화, 군사화 그리고 공포를 조성했다. 수많은 간첩사건이 날조되기도 했고, 그 와중에 공안검사와 판사들은 정부에 협조했다. 정권의 정통성이 부족한 박정희가 한편으로 이용했던 것은 사람들의 욕망이었다. 그 집권기 동안 여러 지역에서 개발붐이 일어났다. 소위 강남도 그렇게 탄생하였으며, 이러한 토목공사는 이른바 '졸부'들을 양산했다. 민주적 절차와 정통성에 관계없이, 이들은 군사정권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생각해보라. 독재자든 아니든 자신을 잘먹고 잘살게 해준 사람을 당연히 지지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본서에서 지적한 것 처럼, 박정희 정권의 민주적 절차와 정통성의 훼손보다도 오히려 모든 국민의 투기를 부추기는 디스토피아를 만든 것이 아닌가? 우리는 민주적 절차의 발전을 누리고 있지만 (본서에서 지적한 대로, 이제는 대통령까지 탄핵할 수 있으니, 민주적 절차는 상당한 진보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한 결과로 탄생한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은 영속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말하자면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이 좋아할 수 없는 투기 시스템이 자기 재생산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깨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본처럼 부동산 폭락이 오면 될까?
스스로의 근대화 실패와 그에 따른 식민지화. 뒤이은 친일잔재 청산의 실패. '반공'과 '욕망'을 부추긴 군사독재 그리고 그 잔재들이 지금 얼마나 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교육이 중요할 지도 모르겠다. 건전한 역사관과 그에 따른 비판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4.19 혁명 때 뛰어나온 학생들과 촛불시위에서의 학생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아마도 스스로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수구세력들에게 교육은 반드시 손봐주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그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사회시스템을 영속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자율형 사립고, 전국단위의 학력고사, 교장 공모제 등의 섬뜩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많이 선출된 것을 보고서, 나는 비록 서울시장과 같은 상징성이 큰 지방자치단체장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역주행을 하면, 반드시 사람들의 힘과 생각이 이를 바로 잡는다고 믿고 싶다. 내가 가진 힘이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그러한 가능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내가 진보신당의 당원이며, 그들을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갈 길이 멀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지치지 않고 싶다.

 

20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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