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람 낮은 사람 :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
저: 홍두승
출판사: 동아시아
출판일: 2010년 01월
이번 주말에는 하루 종일 집에서 책만 읽었던 것 같다. 4권의 책을 2일 동안에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흐렸던 날씨 탓인지 책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맑은 날씨에 선선한 바람마저 불어오니,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있지 않았다. 최근에 출간된 책 위주로 그 동안에 관심이 있었던 책을 읽어 갔는데, 지금 읽은 이 책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씌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되었다.
본서는 사회 불평등과 계층의 문제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씌여진 교양서이다. 우리는 흔히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데, 이러한 행동들은 바로 집단의 구별 짓기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막스 베버는 '사회적 폐쇄(social closure)'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이 보상과 기회에 대한 접근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한정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보상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적 폐쇄는 우선 경쟁자를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독점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구별 짓기는 경제적, 사회적 자원의 소유 여부와 소유정도에 따라 이루어지며, 차등화된 보상에 따라 사회계층현상이 발생한다.
'계층(stratification)'은 지질학 용어에서 기원하며, 사회계층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세로로 절단해서 보는 것과 같다. 사회의 계층구조는 피라미드 형일수도 혹은 다이아몬드 형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다이아몬드 형이 더 안정된 사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이아몬드 형, 즉 중산층 사회를 사회정책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흔히 '계층'이외에도 '계급'이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두 용어의 차이는 무엇인가? 계급현상은 무엇보다도 집단간의 관계, 특히 갈등관계에 주목한다. 반면 계층현상은 등급적인 구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계급은 실재적 집단이라면 계층은 명목적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계급은 단절적 집단이며, 계층은 연속적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의 사회적 양극화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양극화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계층적 양극화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나 제도 정치권 내에서는 이념적 양극화로 지칭할 정도의 이념적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중산층 사회를 사회목표로 삼는다면, 중산층 누구일까? 경제학자들은 중산층을 소득을 중심으로 구획하기도 하고, 사회학자들은 이에 국한하지 않고 직업, 교육수준, 재산, 주택 그리고 귀속의식까지도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 중산층은 구매력을 가진 대표적인 소비층으로서 중산층의 안정된 생활은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한다.
사회생활은 곧 직장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산업화를 이룬 국내에서는 급속한 직업구성의 변화가 있었다. 1차 산업종사자의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대신 다른 직종은 모두 증가했다.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는 산업사회의 단계를 지나 지식정보사회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전문직과 전문기술직종사자들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증대되었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많은 직종에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특성화가 진행되어왔다. 한 직업의 생명력은 시대적 요구에 어느 정도 잘 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임금근로자의 비율은 크게 증가한 반면, 자영업주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의 자영업주의 비율은 높다. 이는 특수고용노동자, 지입차주, 원양어선 선장, 점장과 숍마 그리고 객공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즉, 자영업주의 모습을 띄고 있으나, 실제로는 영세근로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실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점차 이들의 근로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 그리고 사회적 지위는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 그리고 본인의 교육성취 즉 학력 및 기타 요인에 의해서 결정지어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적 지위는 날 때부터 타고 나거나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귀속적 지위'와 자기 자신이 이루게 되는 '업적적 지위'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열망은 첫째,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둘째 확률적으로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 중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좋은 학교의 학연을 통하여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입시제도는 소위 '있는 집' 자녀들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신입생의 가정배경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업적적 지위인 교육적 성취가 바로 귀속적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강남에는 누가 살고 있으며, 그들은 왜 그곳에 살고 있는가? 서울의 강남 지역 거주를 특별한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단순화시켜 이야기하면 강남 거주 자체가 지위상징(status symbol)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류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대기업의 지배주주, 재벌로 지칭되는 자본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중 상위층, 영향력있는 정치가 혹은 고위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이들간 사회적 관계의 강도에 의해서 상류사회의 존재가 부각된다. 상류사회의 실체는 그들 간의 혼맥과 사회적 교류를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한국의 상류층이 고귀한 신분에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는 의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들은 공동체와 이웃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며 이거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일 것이다.
빈곤층은 빈곤선 이하의 계층을 말한다. 빈곤선은 절대적 기준에 의해 그어지는 절대적 빈곤선과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상대 빈곤선으로 나눈다. 실직 등으로 새롭게 빈곤층에 끼이게 된 사람들을 신빈곤층 (the new poor)라 하며, 일을 하고 있음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 (the working poor)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적 소수자를 때로 소외계층 도는 취약계층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소외계층은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용어는 아니다. 빈곤과의 전쟁 (war on poverty)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정책 뿐만아니라 비빈곤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정책도 포함된다.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방지하는 장치가 바로 사회안전망이다.
한편, 외국인 이주자들의 문제도 있다. 현재 국내의 외국인 주민은 약 100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 외국인 근로자 이외에 결혼 이민자도 크게 늘었다. 다문화가족은 사회적응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언어소통의 문제, 취업 등이 그러한 예이다. 거기다가 한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과 편견 때문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되는 데 많은 장애가 있다.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특정 계층을 형성할 수 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본서는 우리 사회의 계층문제를 매우 다양한 분야의 예를 들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출발점이 왜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는가 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라고 한다면, 아마도 저자가 말한 대로 사회계층의 일괄적 평등이 아니라, 사회적 빈곤층과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과 관심을 바탕으로 한 계층간 간극을 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평등에 대한 강조를 하기에 우리 사회 아니 전세계가 자본주의화 되어 있다. 따라서 현실적 대안에서는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고, 약자가 보호될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이 책이 그다지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약간은 지루한 편이다.)
홍두승(洪斗承)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옌칭연구소와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에서 초빙연구원을 지냈으며, 미국 아이오아대학, 스페인 꼼쁠루뗀세대학, 칠레 칠레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한국국방정책학회,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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