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종말시계: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20 Per Gallon
저자: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출판사: 시공사
출판일: 2010년 02월
현대 인류문명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서슴없이 '석유'라고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이 미묘한 '석유'라는 타이틀이 붙은 장대한 드라마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시작되서, 이제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대서사시가 된 듯 하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거의 모든 것들이 석유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검은 마약이라고 까지 부르는 석유는 인류의 거의 모든 것을 바꾼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석유업계의 중류(upstream도 아니고 down stream도 아닌 지라 중류라고 해봤다.)에 해당하는 일을 하고 있고, 스스로 석유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극적인 제목(물론 좀 상투적이기는 하다.)의 책을 발견하자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내 출판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일부러 붙인 것인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본서의 원제는 '$20 Per Gallon'이다. 솔직한 의미로 Gallon이라는 단위에 대해서는 그다지 감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 bbls로 국제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탓에 어느 정도의 고유가일까에 대해서 정확하게 느껴지는 바는 없었다. 국내에서는 주로 리터당 가격으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강 계산을 해보았다. 즉 1 Gallon은 3.785195 liter로 환산된다. 따라서 1 Gallon 당 20달러는 1 liter당 약 5.28달러 그리고 1150원의 환유을 대강 적용하면 1 liter당 6,000원이 넘는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우리와 비교해서 세금이 적기 때문에 무척 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의 가격은 휠씬 높을 것이다.
석유생산 피크이론은 일찌기부터 제기된 바가 있다. 확실히 전세계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값싼 생산비용으로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대형유전의 수는 꾸준히 줄어가고 있다. 기존의 유전들의 생산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일부의 회의론자들은 이미 세계 석유생산의 피크는 지나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의 긍정론자들은 신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이전에는 생산을 할 수 없었던 지역 (예를 들어 심해)에서의 생산이 가능하며, 생산가능한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어느 것이 진실에 가까운 것인가에 대해서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다면, 생산의 고점을 이미 지났는가에 대해서는 차지하더라도, 유가 자체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돌발상황을 제외한 수요, 공급의 기본적 조건 하에서 말이다.) 왜냐하면 상기한 대로, 새로운 유전의 개발과 생산에는 이전 대형유전에 비해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확실히 싼값에 얻을 수 있는 석유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본서에서는 현대문명의 근간인 석유, 그 자체가 어느 시점에서 과연 절정에 도달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언제가 되었던 그것이 기정사실이 된 시점, 그리고 그 이후에 유가의 가파른 상황에 따라 우리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에 대한 일종의 시뮬레이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다. (물론 당연히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와의 연계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미국은 전세계의 석유소비의 25%를 차지하며,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국가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저유가는 미국인들의 생활양식에 커다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기름을 하마처럼 먹어대는 SUV, 그리고 교외지역의 커다란 주택과 같은 것들은 미국적 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만약에 유가가 이런 미국적 생활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해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리의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정확하게는 미국) 1 갤런당 6달러로 유가가 상승한다면, 기름을 많이 먹는 괴물같은 SUV들이 점차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다. 차의 크기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자동차 회사들도 그에 따라서 생존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한편 SUV의 감소로 인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줄어들 것이고, 사람들이 더욱 자신의 몸을 움직이게 됨에 따라 비만이 감소할 것이다. 자동차의 감소는 공기의 질을 향상시킬 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광범위한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시 1갤런당 8달러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현재에도 어려운 항공사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아이슬랜드 화산재로 인한 유럽이 영공폐쇄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항공사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비효율적인 미항공사들의 미래는 매우 암울할 것이며,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컨티넨탈 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사라질 것이다. 저자는 살아남을 수 있는 항공사는 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웨어웨이, 에어 프랑스, KLM 그리고 ANA 정도로 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타이항공, 차이나 이스턴 등이 전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한국의 2개 대형항공사 모두 사라지다니.) 저렴한 항공여행은 미국인들이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게끔 했으나,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항공권의 가격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가족들은 지역에서 함께 머무르며 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1갤런당 10달러로 상승하게 된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가 많이 등장할 것이다. 트럭들은 유압식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압축공기를 이용하는 에어카 그리고 수소에너지를 이용하는 자동차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환상은 계속 지속되어 왔는데, 수소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것을 추출하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간다. 또한 현재로서 가장 쉽게 수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탄화수소인 석유에서 얻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아마도 전기차가 자동차 업계의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석유로 만들었던 플라스틱은 옥수수 등을 이용한 플라스틱을 대체될 것이다.
1갤런당 12달러로 상승할 경우, 도시와 교외라는 이분적 생활양식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도시의 기능과 의미는 크게 변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현대형 도시의 정답으로 '송도 신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송도 신도시가 유래가 없는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인 점 그리고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즉 세련된 도시에 집중된 생활패턴으로 변할 것이다. 유가상승은 인구의 대도시로의 재집중을 초래할 것이며, 미래의 대도시는 더욱 조밀해질 것이다. 또한 지하철은 중요한 대량 교통수단으로 그 가치를 더할 것이다.
1갤런당 14달러가 되면, 교외 지역의 초대형 매장에서 값싼 중국제 제품을 공급하던 월마트와 같은 회사들이 커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제품의 운송비용 그리고 소비자의 월마트 방문에도 부담스러운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소도시는 중심가로 다시 활성화 될 것이며, 철도는 더욱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운송비의 급등은 미국의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가능성도 많다.
1갤런당 16달러로 상승하게 된다면, 이제까지 저유가로 구축되었던 식품네트워크의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초밥과 같은 요리는 더이상 쉽게 맛볼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유가상승은 물고기를 잡는 비용을 대폭적으로 올릴 것이며, 초밥의 중심에 있던 참다랑어는 더이상 값싸게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운송비의 급등으로 인해, 이제는 지역에서 먹거리를 재배하는 지역농장이 활성화 될 것이다. 1갤런당 18달러로 상승할 경우, 철도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철도 네트워크는 매우 심각하게 낙후한 상태이다. 하지만 유가의 급등은 미국으로 하여금 고속철도 프로젝트와 같은 새로운 운송네트워크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갤런에 20달러의 초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 이제 대체에너지의 적극적인 활용이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수력, 풍력 그리고 원자력의 시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체에너지의 효율과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 되겠지만, 초고유가 시대에는 이들 대체에너지의 매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며, 전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Christopher Steiner Intrigued by rising gasoline prices in spring 2008, Christopher Steiner conceived of the concept for $20 Per Gallon when he wondered, simply, how our lives would change in a future of higher gas prices? A civil engineer and a staff writer at Forbes who regularly reports on energy, technology and innovative entrepreneurs, Steiner researched the question. His examination roamed from Manhattan tunnels to desert plane graveyards to organic farm fields and manifested in this book, which breaks down our future and its coming changes in terms of dollars per gallon. Before his first reporting job at the Chicago Tribune, Steiner worked as a civil-environmental engineer in San Francisco and Park City, Utah. He holds degrees from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and Northwestern University. He lives in Evanston, Illinois, with his wife, Sarah, and his son, Jac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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