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한국은 어디로?
저자: 김영기
출판사: 홍익출판사
출판일: 2010년 02월
일본계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다가, 일본 지역을 또한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출장도 많이 가는 편이기 때문에 일본 경기 변화의 미묘한 느낌이라든지 혹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실적에도 꽤 영향이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 그리고 현대차의 선전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우리들이 섣부르게 일본에 대해서 혹평하거나 자만심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일본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력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추락하는 일본의 모습을 곁에 바로 보고 있으며 일본을 일종의 롤모텔로 삼은 우리에게 주는 분명한 교훈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추락하는 모습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부터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 세이부백화점 유라쵸점의 폐점, 일본 전자업계의 부진 그리고 JAL의 법정관리 신청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1등의 함정에 바진 경제대국, 노쇠한 일본 그리고 일본병 등이 그 원인처럼 지적되곤 했다.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초심을 잃은 자세, 글로벌소싱의 실패 그리고 미숙한 미 언론 대응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일본 백화점의 위기는 고령화로 인한 소비계층의 변화를 읽어내고 대응하지 못한 내수부진의 모습을, 또한 일본전자업계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갈라파고스 증후군으로 엄청난 부진에 빠진 반면, 한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의 협소함으로 세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성공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JAL의 몰락은 일본 특유의 정경유착의 대표적 이미지로 각인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모습은 지금은 잃어버린 30년이 될 가능성마저 농후해지고 있다. 1990년대 초 시작된 주식시장의 붕괴를 시작으로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일본은 디플레이션에 빠진다. 그것은 부동산 폭락 그리고 역자산효과 (Revesre Wealth Effect)였으며, 이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기업의 재고가 누적되고, 물가하락, 기업의 수익감소, 설비투자 감소, 임금삭감 및 구조조정, 소득감소, 소비위축의 악순환 고리가 완벽하게 형성된 것이다. 2002년의 경기회복세는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일본이 갖고 있던 디지털산업의 경쟁력이 상승효과를 발휘했다. 이를 두고 'C&D 경기'라고 불렀다. 일본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침으로써 두차례의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은 이후 세 번째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위험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길을 잃은 일본, 일본의 위기는 저출산과 고령화, 단카이세대의 은퇴, 정경유착의 부정부패, 관료주의와 후진적인 정치구조, 그리고 중산층의 몰락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저력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일본은 수출 못지않게 해외투자가 활발하다. 해외자산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나 임대소득은 전체 경상수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상품과 함께 막대한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구조인 것이다. 한편 일본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서 부실 대형 금융사를 사들여왔다. 노무라증권의 리먼브라더스 아시아 및 유럽의 인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일본은 차세대 녹색산업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합상사 등을 통한 월가 진출, 에너지 개발, 브릭스 외 신규지역 투자, 친환경 공략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현재 위기를 보고서 일본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본이 이러한 장기적인 불황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 또한 저성장의 늪에 빠지고 있고,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정적자의 위험성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문제, 부동산 폭락 가능성, 유동성 함정의 위기 등등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문제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존재가 주는 교훈은 엄청나게 클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빨리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의 가치는 현안에 대한 문제제기라면, 시간이 지날 수록 이 책의 가치는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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