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soocut28 2025. 4. 23. 16:06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ユニクロ.柳井正
저자: 가와시마 고타로

역자: 양영철 

출판사: 비즈니스북스

출판일: 2010년 01월

 

여름 철이 되면, 회사에 출근하더라도 정장을 입고 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30도가 넘는 뜨거운 열기에 상하의의 정장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것은 하루 종일 사우나에서 지내는 것이나 똑같기 때문이다. 일본계 회사인데다가 중소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 요구하는 복장 규정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한동안 긴 팔 와이셔츠에 노타이 그리고 바지를 입고 다니는 곤 했는데, 그 바지가 유니클로에서 산 것이었다. 아마도 일본에 출장을 가든지 혹은 여행을 간 사람들에게 유니클로 매장은 번화가에서 찾아보기 매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처럼 쇼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거나 혹은 서투른 사람들에게, 의류매장의 점원들의 시선은 그다지 마음 편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옷을 구입하지 않으면 왠지 미안할 것 같은 생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옷을 팔려고 다가오는 점원들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유니클로 매장에서는 옷은 마치 DVD 대여점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는 것과 같았다. 나에게 옷을 팔려고 다가오는 점원이 없다는 점, 그리고 간결한 베이직 캐주얼의 옷들은 매우 심플했다. 다양한 사이즈의 옷에서 나에게 맞는 것들을 가져다가 입어보고 구입하면 되었다.

출근 시에도 입을 만한 바지가 2,990엔 그리고 2벌을 사면 5,000엔이 되지 않은 저렴한 가격 그리고 옷의 질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에서 산 정장바지가 주름이 많이 잡혀서 다음 날 다림질을 하지않으면 입지 못할 정도였지만, 유니클로의 바지는 주름도 잘 생기지 않았다. 문득, 일본인들이 한국의 옷이 그다지 싸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도 기억이 났었다. 유니클로, 문득 나는 이 베이직 캐주얼의 옷을 파는 이 의류브랜드에 대해서 무척이나 관심이 많아졌다.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매장, 마치 중학교 시절에 보았던 이랜드 매장을 보는 듯한 느낌. 알고 싶어졌다.

앞서 읽었던 '일본은 왜? 한국은 어디로?'에서도 고령화로 인한 소비계층의 위축과 디플레이션으로 붕괴된 일본 내수시장의 여파 속에서 백화점 및 할인매장의 어려움이 설명된 부분을 읽은 것이 기억이 났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유니클로만이 유일하게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왜 유니클로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유니클로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본서는 창업자이며, 현재도 회장과 사장을 역임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야나이 다다시와 그의 분신인 유니클로에 대한 성공의 이야기이다.

1984년 6월 히로시마에 유니클로 1호점으로 시작한 유니클로는 시장을 재정의하고 발상을 전환했다. 옷을 일상용품처럼 마음껏 고른 후 자유롭게 계산하도록 한다든지, 점원이 맨투맨으로 옷을 고객에게 사도록 강요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유행을 타지 않으며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옷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유니클로의 성장을 이끌었고, 매장은 지속적으로 늘어갔다.

1990년 초반에 이미 야나이 다다시는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방식을 고려했으나, 당시의 유니클로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만한 판매력과 같은 기반이 없었다. 그러나 90년대말, 경기침체로 인해서 동절기 보온을 위한 의류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 이때까지는 특수소재로 의류의 내피로 사용되는 플리스를 외출북으로 기획했다. 가볍고 따듯한 고품질 소재인 이 플리스를 경이적인 초저가인 1,900엔에 판매함으로써 2000년에는 2,600만장을 판매하는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플리스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유니클로는 SPA 방식을 완전히 적용하기에 이른다.

야나이 다다시는 SPA방식을 통한 대량생산, 일괄발주, 완전구매 그리고 현금결제를 통한 비용 절감을 통해 파격적인 초저가로 공급을 가능케 했다. 이로써 베이직 캐주얼에 집중한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을 구축했으며, 생산과 판매의 유기적 연계로 중국의 협력업체와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야나이 다다시가 항상 성공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가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한계에서 승부를 걸었다. 2000년 유니클로가 영국에 매장을 개설하고 영업을 개시했으나 부진하자, 5개의 점포만 남기고 철수한 것이라든지, 에프알푸드라는 야채판매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니클로에게는 이러한 실패는 성공을 위한 자양분의 역할을 했다. 야나이는 실패했다고 판단하면 주저하지 말고 즉각 방향을 전환하고 철회했던 것이다.

야나이 다다시는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실천하고자, 자신의 후계자인 다마쓰키 겐이치를 사장으로 임명하고 자신은 회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마쓰키 사장이 안정 위주의 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도전의식을 가진 야나이 회장과 반목하게 된다. 결국 다마쓰키 사장이 회사를 떠나게 되고, 야나이 다다시는 다시 회장과 사장을 겸임하게 된다. 유니클로가 대기업병에 걸렸다고 판단한 야나이는 원칙중심의 철저한 업무관리와 질책으로 사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현장의 매장 방문 및 적극적이고 세세한 업무지시로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매출 1조엔의 목표를 천명한 야나이는 이를 위해서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하고자 했다 즉, 저가, 고품질, 고기능성을 가진 제품개발 및 소비자 만족도 개선의 노력, 베이직 캐주얼에 패션성을 가미하여 세계시장을 공략, 다양한 패턴의 매장개설,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적 입지에 진출하고, 마지막으로 대기업병에 대한 경계심과 지속적인 개혁을 전략으로 삼았다. 유니클로는 벤처정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성장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간단하게 본서의 내용을 정리를 해보았다. 유니클로의 양상을 정확하게 국내업체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나는 유니클로의 양상이 이랜드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과연 유니클로의 성공원인은 무엇일까? 과연 야나이 다다시의 합리적인 경영일까? 개인적으로 나는 유니클로가 일본의 장기불황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었던 것이 현재까지의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직 캐주얼, 유니클로의 의류에는 특별히 유니클로라는 상표를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말 그대로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저렴한 옷,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그것이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유니클로이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실질소득의 감소를 경험하는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유니클로는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이다. 따라서, 유니클로는 약간은 촌스럽고 외출을 위해서 입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한편으로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기성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유행을 타지 않는 베이직 아이템은 말 그대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앞서 나는 유니클로와 이랜드의 유사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문득 나는 유니클로가 더이상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즉, 유니클로의 성공도 이제는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될 것이다. 야나이가 왜 지유라는 서브브랜드를 만들거나 기타 의류브랜드의 M&A를 시도하는 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이랜드가 얼마나 많은 브랜드를 M&A 했었나 생각해보라. 단순히 대기업병에 경고를 주기 위해서 야채판매업을 시작했을까?

야나이가 전문경영인인 다마쓰키 사장을 실질적으로 해임하고, 경영에 복귀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창업자의 카리스마로 조직의 긴장이 유지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인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실제로 그러한 예가 있지 않은가? 삼성그룹과 같이.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경영과 소유는 분리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유니클로는 과거와 같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라면, 야나이라는 창업자에 의해서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로 변신해야 된다고 믿는다.

직원들이 오래 일하지 못하고 떠나는 유니클로, 합리적이지만 회사의 모든 것을 직접 챙기는 60세의 창업자. 사내에서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창업자가 활보하는 회사에서 과연 얼마나 비전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장사의 기본인 신용을 지키고, 시장을 재해석하고 사고를 혁신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상투적이다. 오히려 이 책에서 나는 유니클로와 야나이 다다시의 실망스러운 모습만 떠오를 뿐이다. 앞으로 유니클로 옷을 입고 중요한 자리에 나갈 일이 있을까? 누군가 알면 창피하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Tadashi Yanai (柳井 正, born February 7, 1949) is the founder and president of Fast Retailing, of which Uniqlo (ユニクロ, "unique clothing") is a subsidiary. He is routinely ranked as one of the richest men in Japan, and in 2009, he was ranked the 76th richest man in the world according to Forbes, making him the richest man in Japan with an estimated net worth of $6.0 billion U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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